‘안정’ 대신 ‘파격’ 선택 ‘성장박동’ 되살려라
업계에서는 다음카카오의 새로운 수장으로 외부 출신의 35세 임지훈 대표(오른쪽)가 내정된 데는 김범수 의장(왼쪽)의 의중이 적극 반영된 결과라는 후문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다음카카오
다음카카오는 코스닥시장에서 셀트리온에 이어 시가총액 2위에 올라서 있으며 연매출 1조 원에 육박하는 ‘기업’이다.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인터넷전문은행 등 사업에 끊임없이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다음카카오는 합병한 지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시대에 강하고 속도감 있게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고자” 35세의 젊은 CEO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인사가 파격적인 만큼 그 배경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다음카카오의 인사에 대해 “조직에 충격을 주고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다음카카오가 합병 후유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0월 1일 PC 중심의 포털 다음과 모바일 중심의 카카오가 합병하며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으나 10개월이 지난 현재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너지 효과는커녕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내부 갈등이 심화하고 실적이 부진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합병 이후 지금까지 다음카카오가 걸어온 과정을 되돌아보면 갈등·내분설이 끊이지 않을 만하다. 일단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는 지난 8월 4일 기준, 20.93%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의장이다. 2대주주는 16.57%를 보유하고 있는 (주)케이큐브홀딩스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범수 의장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김 의장 개인회사다. 2.59%의 지분을 갖고 있는 3대주주 형인우 씨는 김 의장의 처남이다. 이들 지분을 합하면 무려 40.09%다.
또 ‘특별관계자’ 명단에 올라 있는 인물 중에는 형 씨의 부인 염혜윤 씨(0.15%), 김 의장의 동서 정영재 씨(0.10) 등 김 의장 친인척들이 포함돼 있다. 사실상 김 의장 개인이 다음카카오를 지배하고 있다. 김 의장이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한 셈이다.
김범수 의장이 종종 “모바일에 승부를 걸겠다”고 한 만큼 다음카카오는 합병 이후 빠르게 모바일 위주로 사업이 강화돼왔다. 카카오페이, 카카오택시 등 신규 서비스를 꾸준히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카카오톡 내에 검색·채널 기능을 강화해 포털 못지않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국민내비 김기사’를 만든 록앤올을 625억 원에 인수,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O2O(온·오프라인 연결)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음뮤직, 다음캘린더, 마이피플 등 옛 다음의 일부 서비스가 중단됐다. 다음클라우드도 종료 예정이며 다음블로그 등도 종료될 것이라는 예측이 적지 않다. 이들 옛 다음 서비스는 카카오와 서비스가 중복되거나 성장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가뜩이나 다음 출신 직원들의 연봉 수준이 카카오 출신 직원들에 미치지 못한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옛 다음의 서비스들이 속속 중단·폐쇄돼 다음 출신 임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IT업계에서는 “이미 이석우·최세훈 공동대표가 김범수 의장 눈 밖에 난 지 오래”라는 말이 오가고 있다. IT업계 다른 관계자는 “합병 이후 지지부진한 것을 두고 김 의장이 두 공동대표를 못마땅해 했다는 말이 많았다”며 “그렇다고 새 대표가 취임한다고 해서 두 공동대표를 모두 떨쳐내기는 힘들다. 포털에서는 대관업무가 중요한데 임지훈 대표 혼자서는 버거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의장은 최세훈(왼쪽)·이석우 두 공동대표의 거취에 대해 “기존에 하던 역할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김범수 의장은 이석우·최세훈 두 공동대표의 거취에 대해 “기존에 하던 역할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합병에 따른 갈등은 없다”며 “이번 신임 대표 선정은 합병 이후 문화적·조직적·유기적 결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석우·최세훈 공동대표의 적극 제안과 추천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실적이 부진한 것도 조직 내 갈등설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발표한 다음카카오의 2분기 실적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다음카카오는 2분기 영업이익이 114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대비 71.8%, 전년 동기 대비 81.16% 감소한 액수다. 2분기 매출액 역시 지난 1분기 대비 3.4% 감소한 2265억 원을 기록했다.
다음카카오의 이 같은 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0월 합병 이후 최저다. 시장 예상치에도 한참 하회한 실적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2분기 영업이익을 450억 원대로 예상했다.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등 신규 서비스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가 실망스러운 실적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음카카오는 2분기에만 신규 서비스에 대한 광고 선전비로 197억 원을 썼으며 영업비용은 모두 2150억 원을 사용했다.
다음카카오는 앞으로도 영업비용으로 상당한 액수를 투입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오는 10월부터 고급택시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다. 다음카카오가 올해 하반기 또 하나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은 인터넷 전문은행이다. 2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던 지난 13일 다음카카오는 KB국민은행·한국투자금융지주와 함께 ‘카카오뱅크’ 컨소시엄 구성을 알렸다. 다음카카오는 “인터넷 전문은행 신설 작업에 착수해 9월 말 예비인가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카카오의 이 같은 하반기 구상과 계획을 실천에 옮겨야 할 인물이 바로 임지훈 신임대표 내정자다. 우선 임 내정자가 국내에서 벤처업계 초기기업, 이른바 ‘스타트업’ 투자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다음카카오와 김범수 의장이 기대하는 바가 크다.
경영 경력이 거의 없다는 점은 임 내정자에 대한 가장 큰 우려다. NHN 기획실,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 등 임 내정자가 거쳐 온 자리를 보면 주로 기획과 컨설턴트, 투자업무다. 현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석우·최세훈 대표처럼 다음이나 카카오 출신도 아니다. 경영 경험이 없는 젊은 벤처투자자에게 시가총액 8조 원이 넘는 거대기업 다음카카오의 경영을 단독으로 맡기기에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존재한다. 앞의 대기업 관계자는 “서로 다른 두 조직의 화합을 위해 어느 한 쪽 출신이 아닌 외부 출신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너무 젊은 나이인 데다 큰 조직을 경영해본 경험이 없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 의장이나 다음카카오 측은 이석우·최세훈 공동대표의 추천으로 임 내정자가 발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의장 스스로 “밖에서 보면 잘 이해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것처럼 어리둥절한 일인 것만은 사실이다. 김범수 의장이 임 내정자를 통해 경영에 참여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너나 다름없는 김 의장이 자신의 오른팔로 통하는 임 내정자를 앞세워 다음카카오의 내부 조직을 추스르고 미래를 도모하는 데 직접 나설 심산이라는 얘기다. 업계 일각에서는 임지훈 대표를 내정한 데는 김 의장의 의중이 적극 반영된 결과라는 후문이 나오고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