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김범수의 남자’…국민게임 ‘애니팡’ 발굴 유명
산업공학도인 임지훈 내정자가 이른바 ‘벤처’와 인연을 맺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 계기는 NHN 기획실에 근무한 것과 2007년부터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수석심사역으로 근무한 것이다. 특히 소프트뱅크벤처스 시절은 지금의 임 대표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벤처기술에 대한 믿음, 창업에 대한 신념, 스타트업 옥석가리기, ‘되도록 만들겠다’는 오기, 매출도 없는 초기기업에 기술을 믿고 투자하는 과감함, 김범수 의장과 인연 등이 모두 이 시기 이뤄졌다.
당시 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었을 법한 직장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을 나와 생소한 분야인 벤처투자사로 옮긴다는 것을 찬성할 사람은 없었을 듯하다. 임 내정자는 다음카카오의 새로운 수장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올 초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어린 나이에 멋있게 일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보스턴컨설팅에 지원했다”며 “거기에서 이미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른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일은 정말 재미도 없고, 마음에도 와 닿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벤처업계에서는 임 내정자를 가리켜 ‘스타트업 투자 귀재’라고 칭하기 시작한 것도 소프트뱅크벤처스 시절부터다. 특히 2010년 모바일 국민게임이 된 애니팡 제작사 ‘선데이토즈’를 발굴, 스타트업으로서는 큰 돈인 30억 원을 투자받도록 한 것은 유명한 일화로 전한다.
김범수 의장과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범수 의장의 카카오는 모바일 커머스 벤처업체인 로티플 인수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로티플 투자를 주도한 임 내정자가 김 의장의 신뢰를 얻었다. 일부에서는 김 의장이 임 내정자의 열정에 반해 100% 지분을 투자해 케이큐브벤처스를 설립해 그를 대표이사로 영입한 것이라고까지 알려져 있다. 케이큐브벤처스는 지난 3월 다음카카오가 김 의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100%를 모두 사들여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로서 임 내정자가 투자한 스타트업은 게임업체 ‘핀콘’과 ‘레드사하라’, IT개발 벤처업체 ‘프로그램스’, 핀테크 벤처업체 ‘두나무’ 등 50여 개. 이들 벤처기업 중에는 이후 수십 배, 심지어 1000억 원의 가치까지 성장한 기업도 있다.
임 내정자를 향한 김범수 의장의 신뢰와 두 사람의 친분은 시간이 갈수록 탄탄해져갔다. IT업계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으며 동행하는 일도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이 사이좋게 어깨동무한 상태로 찍은 사진도 여러 장 공개됐다. 케이큐브벤처스 홈페이지에도 한때 두 사람만 나란히 찍은 사진이 걸려 있기도 했을 정도다. 임 내정자가 ‘김범수의 오른팔’, ‘김범수의 남자’로 통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기술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고백한 젊은 벤처투자자 임지훈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케이큐브벤처스 대표 시절부터다. 일반인들이나 재계 관계자들에게는 꽤 생소한 이름이지만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벤처업계에서는 임 내정자의 명성이 꽤 알려져 있다. 학생들을 상대로 종종 강연과 토크쇼에 나가는가 하면, 케이큐브벤처스가 투자한 스타트업 사람들과 계속 관계를 이어왔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일반인들과도 꾸준히 소통해왔다. 벤처투자자이자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음에도 임 내정자의 이러한 활동과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성격이 크게 모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IT업계 관계자는 “강연장이나 소규모 파티장에서 임 대표를 만나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모범생 같은 이미지에 기술과 인간에 대한 생각을 강하게 표출하는 것에 놀란다”고 전했다.
임 내정자는 지난 10일 다음카카오 신임 대표로 내정된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축하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당분간은 소셜미디어를 못할 것 같다”고 밝혀 다음카카오 경영에 매진할 것임을 알렸다.
현재 임 내정자의 가장 큰 약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기업 경영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그의 경영 스타일이 어떨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벤처투자자로서 보인 철학과 신념, 일반인들과 나눈 소통을 통해 미뤄본다면 임 내정자가 다음카카오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갈지는 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알려진 임 내정자의 생각을 간추려보면 그는 ‘원천기술’과 ‘사람의 신뢰’를 중시하고 있다. 임 내정자는 “창업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것들이 기업의 형태로 나오게 되고, 그럴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인터넷전문은행 등 현재 다음카카오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은 임 내정자의 신념과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