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납 밤알바 그래도 ‘무대맛’ 못 버려
▲ 사진은 룸살롱 내부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제공=heymantoday.com | ||
“계약직 모델이 되면 일주일에 몇 번 촬영하고 얼마씩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의류 촬영을 해도 시급이 1만 원밖에 안돼요. 모델을 하다보면 돈 쓸 일이 많아지잖아요.”
처음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해보기도 하고 서빙 아르바이트도 해봤다는 박 씨. 그러나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동대문 새벽시장에서 밤새워 일하고 2~3시간 잠깐 눈을 붙인 후 다시 모델로 활동하는 생활이었지만 감당하기 버거웠다.
“선배가 그런 곳에서 일하면 돈을 많이 번다고 말해줬어요. 많이는 한 달에 2000만 원까지 벌 수 있다고요. 그런데 실상은 100만~200만 원 정도예요. 이것도 레벨에 따라 다르더라고요. 그래도 모델 출신이어서 월급이 다른 사람보다 많은 건 사실이죠.”
실제 유흥업소에서 모델들이 많이 일하고 있냐는 질문에 박 씨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오래 버티는 건 쉽지 않다고. 박 씨도 한 달 전 그만뒀다. 유흥업소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들킬 경우에는 모델 일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박 씨는 카페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여전히 생활이 빠듯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모델이라는 직업에 대한 불만도 많다. 여자 모델은 성상납을 요구 당하거나 성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이는 남자 모델도 마찬가지였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 아무개 씨도 “디자이너 중에는 동성애자들이 있어서 곤란해 하는 선배들을 본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이토록 힘든 모델 일을 포기하지 않는 걸까. 박 씨는 “무대에 섰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나만 바라보는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제가 모델 아카데미를 다닐 때 동기가 40명이었거든요. 지금 모델하고 있는 애들은 절 포함해서 3명이에요. 그만큼 살아남기 힘들죠. 그래도 전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비록 돈을 벌진 못해도 런웨이의 중독에서는 빠져나오기 힘들거든요.”
홍재현 객원기자 hong92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