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주무른 ‘보이지 않는 손’이 그들?
▲ 지난 4월2일 전당대회 당시 염동연 후보와 문희상 후보. 염 후보가 2위로 선출된 데는 ‘V365포럼’의 조직적 지원이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 ||
그런데 ‘문희상 1위, 염동연 2위’ 결과가 도출될 수밖에 없었던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가 포착됐다. 호남 지역 대의원들의 ‘조직적인’ 지원사격이 있었던 것. 바로 광주·전남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정치 단체 ‘V365포럼’(이하 365) 소속 대의원들이 1인2표제로 실시된 경선에서 ‘문희상·염동연’에 한 표씩을 던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365는 어떤 단체이기에 당 지도부 경선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던 것일까. <일요신문>은 정치권 일각에서 그 실체를 놓고 구구한 억측이 나돌고 있는 365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V365포럼’의 ‘V’는 ‘Vision(비전) Vitality(활력) Victory(승리)’의 이니셜. 다시 말해 ‘비전을 갖고 활력 있게 365일 승리하자’는 의미다.
365의 싹이 트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이 난 직후였다. 열린우리당 창당 멤버로 전남도당 초대 사무처장을 역임한 김치곤씨가 광주·전남 지역 유력 인사들에게 처음 제안했고, 같은 해 7월에 닻을 올렸다. 출범 당시 365는 “호남권 지역 발전을 위한 인재풀 양성과 정책전략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한다면서 “회원 상호간의 발전과 친목을 도모하는 생활정치의 기틀을 마련코자 출범”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호남 지역 특히 광주·전남 지역 발전을 위해 인재를 양성하고, 정책을 개발하겠다는 것.
기자는 김치곤 운영위원장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처음엔 “아직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할 큰 단체가 아니다”며 언론에 공개되길 꺼렸다. 하지만 지난 30일 저녁 서울 시내에서 만나, 그동안 베일 속에 가려졌던 365의 일면을 엿볼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은 ‘왜 365를 결성했느냐’는 질문에 “호남지역에는 과거 DJ(김대중 전 대통령)라는 거대한 카리스마가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허한 상태다. 그래서 뜻이 같은 사람들끼리 이 지역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하나둘 모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특히 ‘자발적인 모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정 정치인의 사조직으로 오해받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끼리 우리 조직을 만들어 우리가 선택하자’ ‘호남지역의 전위부대로서 파수꾼 역할을 하자’는 데 의견일치를 본 사람들이 모인 단체”라고 규정했다. 여기서 ‘우리끼리=호남인, 우리 조직=365, 우리가 선택하자=각종 선거에서 지지후보를 선택, 지원하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출범한 365는 지난해 10월30일 ‘창립총회 겸 제1차 워크숍’을 가졌다. 이날 총회에선 4개 지부와 29개 지회가 구성돼 조직의 틀을 갖췄다. 365 지부는 광주에 한 곳을 두고 있으며, 전남은 동부·서부·중부권 등 세 곳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지부 산하에 지회를 설치했는데, 광주 지부에는 7개 지회, 전남의 지부 세 곳에는 22개 지회가 있다.
이들 각 지부와 지회의 대표는 주로 해당 지역의 정관계 인사들이 맡고 있다. 특히 지회장 가운데는 열린우리당의 지역 당원협의회장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현재 광주의 지부장은 광주보훈병원장을 역임한 이원구 조선대 총동창회장이 맡고 있다. 여기에 열린우리당 중앙위원인 이윤정씨가 이 지부장과 함께 광주 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남의 동부권 지부장은 조보훈 전 전남도 정무부지사가 맡고 있는데, 여수 순천 광양 구례 고흥 보성 등 6개 지회를 커버하고 있다. 목포 무안 신안 해남 강진 완도 진도 등 7개 지회를 담당하고 있는 서부권 지부장은 지난 4·30 재보선 당시 열린우리당의 목포시장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정영식 전 행자부 차관이다. 화순 곡성 담양 장성 나주 함평 영광 영암 장흥 9개의 지회를 담당한 중부권 지부장은 임호경 전 화순군수가 맡고 있는데, 이영남 현 군수의 남편이기도 하다.
그리고 회원은 천용택 전 의원을 비롯해 무려 1만8천여 명에 달한다는 게 365측 주장. 이 단체가 여당의 ‘호남지역 전위부대’ 역할을 하고 있지만, 회원 가운데는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을 비롯해 여러 민주당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365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인사 가운데 ‘깜짝 놀랄 만한 분’도 365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에 대해선 언급을 회피했다.
염동연 의원측은 이와 관련해서 “365포럼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염 의원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 협의하거나 접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365 회원이면서 동시에 열린우리당 대의원을 맡고 있는 이들의 숫자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365측은 “광주·전남지역 대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365 회원들이었다”며 “당 지도부 선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만한 숫자였다”고 밝혔다.
경선이 시작되면서 365는 일찌감치 문희상 후보를 지지 후보로 낙점했다고 한다. 365 관계자는 “문희상 의원에 대해선 처음부터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1인2표제 방식에서 한 표는 문 의원에게 이미 결정됐던 셈이다. 하지만 염동연 의원에 대해선 전당대회 직전에서야 투표하기로 결정됐다. 염 의원이 호남 사람인 데다 문 의원과 비슷한 실용주의 성향이고 민주당과의 합당을 주장했기 때문 이었다”고 당권경쟁 당시의 뒷얘기를 전했다.
365는 전당대회 경선 초기인 지난 3월4일 광주 무등산관광호텔에서 ‘제6차 워크숍 및 문희상 국회의원 초청 강연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 행사가 바로 당 의장으로 문희상 후보를 지지하는 자리였다. 이 워크숍에는 열린우리당 김재홍 김태홍 신중식 우윤근 임종인 의원 등과 365 지회장 및 회원 1백80명이 참석, 성황리에 치러졌다는 전언.
365는 지난 3월 전당대회보다 앞서 치러졌던 각 시·도당위원장과 중앙위원 선거에도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365는 전남도당위원장 후보로 출마했던 유선호 열린우리당 의원을 지지, 당선시켰다. 또한 우윤근 의원(전남)과 이윤정씨(광주)가 중앙위원으로 선출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는 이 지역에서 365의 파워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들은 또한 내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에도 적극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365는 선거 관여뿐만 아니라 여당의 정책 수립과정에도 직접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365측은 문희상 의장측에 “당 사무처장을 사무총장으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고. 이 같은 제안을 당에서도 수용했던 것일까. 지난 24일 당헌ㆍ당규를 개정, 사무처장을 사무총장으로 격상시켰고, 3선인 배기선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이와 함께 365는 열린우리당 16개 시·도당 사무처장을 중앙당에서 임명해야 한다고 제안해 놓은 상태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선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365와 관련해 갖가지 소문이 나돌고 있다. 하나는 한 청와대 실세가 365 설립을 처음 기획했다는 것. 또 하나는 ‘365=김혁규 의원의 호남 사조직’이라는 설이다.
이에 대해 김치곤 위원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365의 세가 확대되자 정치권 일각에서 우리 단체가 어느 한 개인의 사조직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청와대 실세가 우리 단체를 기획했다는 소문도 그 실세와 내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에서 함께 일했다는 연결고리를 갖고 만들어낸 시나리오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김혁규 의원측도 “의원님이 365포럼에서 특강 등을 한 적은 있다. 하지만 365포럼이 사조직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부인했다.
365측은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비를 조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회원일 경우에는 연회비 10만원이며, 준회원에겐 회비를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특정 정치인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적도, 받지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365는 앞으로도 조직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이들의 세가 호남에서 무시할 수 없는 ‘막강 파워’로 성장할 경우에는 여당의 차기 대선 주자들도 이 조직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2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노풍’의 진원지가 바로 광주였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