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쇼 즉각 enter, 네티즌 인기 ctrl+Z
▲ 인터넷 성인방송 T 사의 IJ 지오가 스튜디오에서 실시간 방송을 하고 있다. | ||
밤 9시 40분 인터넷 성인방송 T 사 스튜디오는 생방송 시작을 앞두고 매우 분주하다. 방송 장비 위치 및 상태 점검에 꼼꼼한 손길이 분주히 오간다. IJ 지오가 스튜디오에 등장해 슬리브 차림으로 소파에 앉는 것으로 모든 준비 끝. 밤 10시 드디어 생방송이 시작된다.
IJ 지오는 에로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여배우로 ‘제2의 진도희’라 불릴 정도로 소문난 글래머다. 지오는 무려 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IJ로 선발됐다. 예전만큼 에로업계에 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고정급이 보장되는 IJ에 관심을 보인 에로배우들이 많았던 것. 여기에 일반인 지원자까지 몰려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지만 이미 에로업계에서 검증된 지오와 초선이 IJ로 선발돼 하루씩 돌아가며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생방송이 시작되며 지오가 영상에 잡히고 그 옆에 채팅창이 떠 접속자들의 대화가 시작된다. 노골적이고 성적인 대화의 연속일 것이란 예측과 달리 방송은 IJ인 지오와 접속자들이 반갑게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방송이 시작된다. 그간 ‘옷 벗기 맞고’ ‘체위도감’ 등의 코너를 이끌던 담당 PD가 이날 야심차게 준비한 코너는 ‘해외 스타 가슴 사이즈 맞추기’. 그러나 채 10분도 안돼 채팅 접속자들이 재미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가차 없이 코너가 중단된다. 철저한 쌍방향 방송인 셈. 만약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이라면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렸겠지만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인터넷 성인방송인 T 사는 곧 바로 접속자의 의견을 수렴한다.
이런 자유분방함과 순발력이 인터넷 성인방송의 진정한 힘인 셈. 대체 코너는 ‘에로 영화 다시보기’. 이날 소개된 에로영화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지오가 직접 출연한 에로영화다. 지오는 자신이 등장하는 베드신을 네티즌들과 함께 보며 촬영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심지어 에로영화 속 신음소리는 연기일 뿐이라며 자신의 실제 신음소리를 직접 들려주기도 한다.
이날 방송의 또 다른 이벤트는 가수로 데뷔한 에로배우 나영 띄우기였다. 접속자의 동시 검색으로 검색어 순위를 급상승시켜주자고 부탁한 것. 장난처럼 건넨 지오의 제안은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30분쯤 지난 뒤 실제로 한 포털사이트에서 나영의 검색어 순위가 무려 1400여 계단이나 급상승한 것.
뭐니 뭐니 해도 인터넷 성인방송의 가장 큰 장점은 실시간 채팅이다. 자신의 얘기에 즉각 반응하는 IJ에게 접속자들이 묘한 친밀감을 느끼는 것. 마음만 먹으면 포르노도 손쉽게 불법 다운로드 받는 요즘 세상에서 노출 수위가 높지 않은 인터넷 성인방송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7년 전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실시간 전화 통화도 가능해졌다는 것. 접속자들 가운데 희망자들과 전화통화가 이뤄지는데 지오는 성인방송의 특성을 살려 폰섹스를 표방하는 끈적끈적한 전화 통화를 시도한다.
7년여 만에 문을 연 인터넷 성인방송 T 사의 가장 큰 장점은 무료사이트라는 것. 덕분에 유료라면 거부감부터 갖는 네티즌들의 접근이 더욱 용이해졌다. 다만 수익 구조에 문제가 있어 생방송 시간이 밤 10시부터 11시까지 단 한 시간으로 제한돼 있다. 또한 어지간한 에로영화나 케이블 채널보다 노출 수위도 낮다.
T 사 관계자는 “케이블 채널에 빼앗긴 성인문화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인터넷 성인방송을 다시 오픈했다”며 “이제 고화질 생방송이 가능해졌고 전용회선 등 관리비용도 저렴해져 무료사이트로 운영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물론 수익이 필요해 접속자의 이용료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 수익구조를 찾고 있다. T 사는 인터넷 성인사이트 붐이 일기 시작한 90년대 후반 활동하다 업계를 떠났던 1세대 성인사이트 멤버들이 다시 모여 오픈한 사이트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다시 뭉친 이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