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행보 뒤에 바로 이 사람이…
김종석 원장
그러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곳이 바로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이고, 김종석 원장이다.
최근 국회를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은 여연이 생산한 자료를 입수하려 혈안이 돼 있다. 오픈프라이머리,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공천을 둘러싼 따끈따끈한 이슈에서부터 포털 사이트, 교과서 국정화, 대북 및 외교 문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리포트가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최근 여연은 포털 뉴스의 이념적 편향성이 심각하다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보고했고 김 대표는 즉각 시정 방안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그만큼 김 대표의 여연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박근혜에게 김광두가 있었다면 김무성에겐 김종석이 있다”고 밝힌 여권 인사는 “김 대표가 김 원장을 거의 십고초려해 여연 원장에 앉힌 것으로 안다”고 귀띔하며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친박계의 반대로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카드가 무산된 직후 김 대표는 지인을 통해 김 교수를 만나보라 지시했다. 김 교수가 여연 원장직에 관심이 없다고 표하자 서울대 동기인 한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김 교수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그렇게 1년 가까이 김 대표와 김 원장은 실랑이를 벌였고, 결국 김 대표가 김 원장을 직접 만나 의사를 타진했다는 것이다.
원래 여연 원장직은 월급이 없는 봉사 자리였다. 굳이 월급을 주지 않아도 할 사람이 많은 자리였고, 그간 원장 자리는 대부분 현역 국회의원이 겸임해 따로 급여를 줄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월급보다 판공비가 많았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를 김 대표가 지목하는 과정에서 급여 체계가 새로 수립됐다.
새누리당에서 혁신마인드를 가진 의원들의 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은 김 교수가 “경제민주화를 부정하는 인사”라고 인선에 반대했지만 김 대표는 강행했다. 그만큼 김 원장은 김 대표에게 필요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보수적 시각으로 무장한 김 원장이지만 인맥은 이념을 망라해 포진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의원들인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강석훈 이종훈 민현주 의원 등을 비롯해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도 오랜 사이다. 경기고-서울대 라인에서도 신망이 좋은 편이다. 지난해 국무총리에 지명됐던 안대희 전 대법관과는 경기고 동기동창. 김 대표가 김 원장의 TV 토론회를 보다 “저 사람은 누구냐”며 지목했다는 전언도 있다.
김 원장이 온 뒤로 여연 직원이 충원되고도 있다. 정책연구소보다는 선거를 앞둔 여론조사 관리기관으로 평가절하됐던 집권 여당의 싱크탱크가 제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는 얘기가 최근 한 두달 새 정가에 퍼졌다. 콘텐츠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시달리는 김 대표가 김종석이라는 엔진을 장착하고 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