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 통하면 대권도 성큼
하지만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도동계 내부에 새정치연합이 주도하는 야당 역사 복원 작업에 대한 비판이 팽배한 데다, 당 주류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동교동계의 실제 참여 여부도 불투명한 이유에서다. 천정배 신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 발 정계개편도 초읽기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은 멈춘 지 오래다. ‘문재인 대체재’에 대한 갈급함이 지속될 경우 자연스럽게 ‘안철수 대안론’이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당 주류에 막혀 한층 존재감이 약화된 안 전 대표 역시 ‘선당후사’를 앞세운 승부수가 절실한 상황이다. ‘야권의 사지’로 불리는 부산에서 안 전 대표가 전격 출마한다면 영·호남 민주화 세력을 엮는 2016년 판 ‘남부민주벨트의 시즌2’를 열 수 있다. 통합의 이미지를 업고 2017년 대선에 나설 수 있는 실익도 만만치 않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실제 다수 전문가들은 “야권의 최상 후보는 ‘영남 후보’”라고 입을 모은다. 2002년 대선에서 최종 승리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도 부산 출신이다. 호남과 수도권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야권이 부산 후보를 통해 여권 표를 분열하는, 이른바 ‘영남 분열-비영남 포위’ 공식이 대선의 승리 방정식이라는 얘기다. 2030세대와 중도층 등에서 확장성을 지닌 안 전 대표가 부산 출마를 선언할 경우 시너지효과가 한층 커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안 전 대표의 부산 출마는 꽉 막힌 야권연대의 탈출구로 작용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2016년 야권연대와 관련해 “정치공학적 연대는 없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다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야권연대 없이 승리가 힘든 만큼, 어떤 식으로든 정의당 등 진보진영과의 단일화가 불가피하다.
안 전 대표의 지역구는 서울 노원병이다.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안 전 대표가 ‘삼성 X-파일’ 등으로 동정 여론을 받고 있는 노 전 대표에게 후보직을 양보하고 부산행을 결심한다면, 안 전 대표는 야권연대를 통한 총선 승리의 선봉장이 된다. 안 전 대표의 부산행이 명분과 실익을 거머쥐는 ‘일거양득’인 이유다. 하지만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그럴 계획이 없다. 노원병에서 지역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