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병원 내분비내과 홍호철 과장.
-어린 아이들이 추운 겨울날 밖에서 논다고 하더라도 물처럼 체온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 몸은 항상성을 갖고 있다. 체온이 일정한 것이 그 대표적인 것이며, 여기에 관여하는 것이 갑상선 호르몬이다. 갑상선은 ‘티록신’이라는 호르몬을 만든 내분비기관 중 하나이다. 본 호르몬의 역할은 인체의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것이다.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유지하려는 열을 만들어 내야 한다. 식사를 통해 얻은 에너지를 연료로 해서, 에너지를 발생시켜 체온을 유지시키는 기전에 갑상선 호르몬이 작용하는 것이다.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유지되면 즉, 갑상선 기능이 온전한 경우에는 이러한 작용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갑상선 기능이 과도하게 항진되거나(갑상선기능항진증), 또는 기능이 반대로 억제되는 경우에는(갑상선기능저하증) 신진대사를 비정상적으로 유도해 여러가지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란 무엇인가.
체내 갑상선 호르몬 농도가 정상 이상으로 상승해 나타나는 것이 바로 갑상선기능항진증이다. 갑상성기능항진증은 우선, 체내 에너지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들어 에너지가 과도하게 생성되면서 과도한 열이 만들어져 더위를 느끼게 된다. 여름엔 말할 것도 없고, 한겨울에도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더위에 괴롭게 된다. 증상으로는 심장 기능이 필요 이상으로 활성화 돼 박동수가 증가하며 심장 박동 시 뿜어져 나오는 혈액량이 증가한다. 혈압이 오르게 되고 뇌기능도 활성화 된다. 무언가 끊임없이 생각이 계속 떠오르고 감정 표현도 과도해져 주변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별 것 아닌 일에도 버럭 화를 내는 일이 많아지며 장운동도 활발해져 변을 자주 보게 되고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린다. 끊임없이 에너지를 만들어 소비해 버리기 때문에 체중은 감소된다. 그렇기 때문에 식사량은 늘지만 몸은 마르게 되는 것이다. 갑상선 호르몬이 과도한 것이 눈의 움직이는 근육에도 작용해 눈이 튀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를 ‘갑상선에 의한 안병증’ 이라고 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란 무엇인가.
갑상선기능저하증은항진증의 반대되는 상황이라 이해하면 된다. 제대로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므로, 매사 무기력하고 몸이 무겁다. 입맛도 없고, 따라서 많이 먹지도 않는데 에너지 소비가 원활하지 않아 체중은 늘게 된다. 뇌기능도 저하되어 무언가 자꾸 까먹게 되고 감정도 처져 우울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혈액순환이 저하돼 손발이 자꾸 부으며 영양소의 분해가 원활하게 되지 않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게 된다. 변비가 생기고 여성의 경우 월경량이 줄면서 한 두달 생리일을 건너 뛰기도 하며 피부가 푸석푸석해진다.
-갑상선기능이상질환을 나타내는 증상을 알 수 있나.
항진증, 저하증 모두 한 번에 알아낼 수 있는 증상은 없다. 위에 여러 가지를 이야기 했지만 사실 갑상선 질환에서만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며 사람마다 증상의 양상은 매우 다양하고 증상 자체가 모호한 경우도 있다. 갑상선 호르몬의 이상이 의심될 때는 물론, 설명할 수 없는 피곤함, 체중 변화, 두근거림, 원인 불명의 설사 및 변비 등 관련되는 증세가 있는 경우에는 갑상선 호르몬 수치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갑상선 호르몬 수치는 다른 혈액 검사와 마찬가지로 한 번의 채혈을 통해서 간단하게 평가할 수 있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