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여친 찌를 때 옆에 있던 아들 뭐했나
사건은 지난 12일 저녁 9시 40분경 피의자 박 아무개 씨(여·64)와 이 아무개 씨(여·34)가 전화로 말다툼을 하면서 시작됐다. 아들의 동갑내기 여자친구인 이 씨가 못마땅했던 박 씨는 이 씨와 평소에도 자주 다퉜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5년여를 교제하면서 결혼적령기까지 이른 아들과 이 씨는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만남을 이어갔다. 평소 어머니 박 씨는 아들에게 “내가 술 마시면 네가 네 여자친구와 만나는 탓”이라며 끊임없이 두 사람이 헤어질 것을 종용했다.
사건 당일에도 여자친구와 통화하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긴 박 씨는 수화기를 낚아채 이 씨와 언쟁을 벌였다. 욕설이 섞인 심한 말다툼에 감정이 상한 이 씨는 “만나서 얘기해야겠다”며 씩씩거리며 남자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박 씨 역시 부엌에 있던 흉기를 챙겨 이 씨를 기다렸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아들은 바로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다. 처음 신고 전화를 한 건 저녁 9시 9분경.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됐고, 상황은 꼬이기 시작했다. 신고를 받은 한남파출소는 두 사건을 동일 건으로 오해해 박 씨의 집에는 오지 않았던 것.
이 씨는 집으로 오고 있었고 다급해진 아들은 17분 뒤 재차 신고를 했으나, 경찰은 이때까지도 두 건을 같은 사건으로 오인하고 무시했다. 재신고 5분 뒤 어머니 박 씨를 맞닥뜨린 이 씨는 언쟁을 벌이고 손가방을 던지며 싸우기 시작했고, 이에 화를 참지 못한 박 씨는 품고 있던 흉기로 이 씨의 복부를 찔렀다. 뒤늦게 경찰이 도착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용산경찰서 청문감사관실 조규형 감사관은 “아들도 현장에서 두 사람을 말렸지만 우발적 범행을 막진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당시 상황에 대해선 자세히 언급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