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생은 ‘고혈압’, 2월생은 ‘폐암’
화제의 논문은 1985~2013년 사이 뉴욕 장로교병원 및 컬럼비아대학 의료센터에서 진료를 받은 170만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그들이 앓았던 1688개 질병을 추적한 결과, 태어난 달에 따라 발병률이 달라지는 질환 55가지를 찾아낼 수 있었던 것.
일례로 폐암의 경우 2월에 태어난 사람이 발병 가능성이 가장 높았고, 1월생과 3월생이 각각 그 뒤를 이어 대체로 빠른 생일이 폐암 위험군에 속했다. 반면 폐암에 걸릴 확률이 가장 낮은 것은 11월생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논문 집필자 중 한 명인 메리 레지나 볼랜드 박사는 “몇 가지 질병은 계절과 연관성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 정확히 원인을 밝혀내진 못했지만, 면역체계가 완성되지 않은 신생아의 초기 신체발달 과정이 부분적으로 계절적 변화에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가령 “일조량이 부족한 겨울에 태어나면 햇빛을 받아야만 만들 수 있는 비타민D 부족으로 신체 기능이 다른 계절에 태어난 사람보다 늦게 발달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 이번 연구처럼 대규모 조사는 아니지만, 특정 질병과 출생 월의 상관관계는 과거에도 몇 차례 연구됐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천식이다. 흥미로운 건 연구결과가 일치한다는 점이다. 둘 다 “천식 발병 위험이 가장 높은 것은 9월생”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볼랜드 박사는 “천식의 주원인은 진드기 알레르기로, 이전부터 진드기 번식기가 천식 유발에 연관되는 것으로 여겨졌다”면서 “이번 조사에서도 7~10월에 태어난 사람의 천식 발병률이 높게 나타났고, 특히 9월생의 경우 천식 환자가 눈에 띄게 많았다”고 밝혔다.
9월생은 이밖에도 ‘중이염’이나 ‘적응장애’ 등의 발병 위험이 높았으며, 구토하기 쉬운 체질인 것으로 확인됐다. 참고로 저명인사 가운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9월생으로 알려졌다. 궤양성 대장염이라는 지병을 앓고 있는 아베 총리는 최근 구토설이 자주 거론되고 있는데, 우연인지 몰라도 여기에 꼭 들어맞는다.
한편, 질병에 가장 취약한 사람이 많은 달은 10월이다. 10월 출생자들은 55개의 질병 중 무려 15개의 질병에서 가장 높은 위험군에 속했다. 그중 몇 개만 꼽아도 ‘감기’ ‘급성 인두염’ ‘급성 세기관지염’ ‘위 기능장애’ ‘근시’ ‘성 전염병’ 등 각종 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았다. 다만, 걸리기 쉬운 병뿐만 아니라 잘 걸리기 않는 병의 개수가 많은 것도 10월생이었다. 부정맥의 원인이 되는 심방 잔떨림이나 관상동맥경화증, 심장이 혈액을 적절하게 펌프질해주지 못하는 울혈성심부전 등 특히 심장질환의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월에 태어난 사람도 10월생 못지않게 질병에 취약한 편으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급성 편도염, 비감염성 장염 및 설사병에 걸리기 쉽다. 이에 반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혈류가 줄어드는 심근허혈이나 심장 판막인 승모판장애와 같은 심장질환의 위험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심장질환은 생명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만큼 그 위험도가 낮다는 건, 10~11월생들에겐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반대로 초봄에 태어난 사람들은 다른 달보다 심장질환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조심해야하는 건 3월생. 더욱이 전립샘암에서도 발병 위험률 1위를 차지했으니 3월에 태어난 남성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4월도 협심증과 급성 심장병(심장마비), 만성 심근허혈 등 심장질환에 비교적 취약한 달이다. 이와 관련, <주간겐다이>는 전문가의 말을 빌려 “만약 모체에 비타민D가 부족하면 혈중 철분 농도가 낮아져 태아에게 영양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 한다”면서 “3~4월에 태어난 사람은 일조 시간이 짧은 계절에 중요한 태아시기를, 즉 어머니의 태내에 있었기 때문에 심장과 심혈관 질환에 걸리기 쉬운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가장 건강한 사람이 많은 달은 언제일까. 그 주인공은 5월생이다. 전반적으로 5월에 태어난 사람들은 감기, 결막염 등을 비롯해 각종 질병에 대한 대항력이 강했다. 또 7월에 태어난 사람도 각별히 주의해야 할 병이 없어 5월생에 이어 질병 위험도가 낮았다. 6월과 8월생도 비교적 자주 걸리는 질병이 없는 편이었는데, 특히 6월생은 성병에 대항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가을과 겨울 사이에 태어난 사람은 ‘걸리기 쉬운 병’의 개수가 많고, 초봄은 심장질환의 위험이, 그리고 초여름부터 한여름에 태어난 사람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다만 볼랜드 박사는 “이번 연구로 태어난 달과 질병 발병률 사이의 연관성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사실이지만, 각 질병의 발생률 자체가 높지 않으니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뉴욕 지역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박사는 “평상시 건강관리에 참고용으로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