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비 넘어 ‘성상납’까지 파헤친다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지난 7월 1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에 신인 여가수 두 명이 참고인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 이들은 2년 전 A라는 그룹을 결성해 활동을 시작하려다 사정이 있어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연예가에 소문이 횡행했다. PR비 수사와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고 알려졌는데 항간엔 이들이 연예인 성상납 관련 사안까지 진술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어렵게 이들의 최측근 인사를 만날 수 있었다. 기자와의 만남에서 그는 “방송국 가요프로그램에 한 번 출연하려면 3000만 원이 있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격분했다. 그에 따르면 이들 두 여가수가 소속됐던 A 그룹은 2년 전 앨범을 발표하며 이 아무개 씨를 홍보 매니저로 계약했다고 한다. 정식 계약은 아니고 한시적으로 홍보 및 방송 섭외를 맡겼고 이를 위해 3000만 원을 건넸던 것. 이 씨는 한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에 이들의 출연 일정을 잡는 데 성공했지만 내부 사정으로 A 그룹의 활동이 돌연 중단돼 출연하지는 못했다. 이에 A 그룹 소속 두 여가수는 이 씨한테 활동이 중단된 만큼 그동안 들어간 경비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되돌려 달라고 얘기했으나 이 씨는 이미 PD 등에게 돈을 건네고 접대하느라 돈을 다 썼다고 주장해 시비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성상납과 관련해서도 검찰에서 증언했다고 밝혔다. 이 씨가 애초 요구한 금액은 1인당 3000만 원씩 6000만 원이었으나 두 가수 가운데 한 명이 돈이 없다고 하자 그 대신 은밀한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것. 결국 두 여가수 가운데 한 명은 이 씨와의 성관계를 치르는 것으로 3000만 원을 대신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통상적인 연예인 성상납이 아닌 매니저가 홍보를 이유로 신인 여가수에게 부도덕한 관계를 요구한 사안으로 볼 수 있다.
이런 A 그룹 측근의 주장에 대해 특수 1부 관계자는 “얼마 전 그들이 와서 조사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이 씨를 고소·고발한 것은 아니고 연예계 비리 수사를 위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제보를 접하고 진술을 확보해 놓은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단독으로 진행하지 않고 연예계 비리수사의 큰 틀에서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직까지는 각종 정보와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 단계다. 곧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이 이뤄지는 등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연예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번 검찰의 연예계 비리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벌인 팬텀엔터테인먼트(팬텀)를 비롯한 상장 연예기획사들이 방송국 PD 등 방송 관계자들에게 주식 등을 제공한 정확한 물증을 확보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는 것. 또한 주식이 아닌 주가 정보만을 제공한 경우에는 더욱 물증 잡기가 어려운데 이런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에서 팬텀의 주가 조작 사건을 진행할 당시에도 주식을 이용한 PR비 제공설이 제기됐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다만 형사4부가 아닌 특수1부에서 새롭게 연예계 비리 수사를 시작했다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특수1부는 정치인 수사나 대형비리 사건을 전담하는 부서다. 그만큼 검찰의 의지가 남다르다는 얘기가 된다. 또한 특수1부가 팬텀에 국한하지 않고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부분도 주목할 일이다. 앞서 언급한 두 여가수를 비롯해 다양한 연예계 비리 관련 피해자들을 폭넓게 만나고 있다는 얘기가 검찰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방송가 일각에선 이번 검찰의 연예계 비리수사가 정부의 방송사 길들이기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 수사선상에 오른 PD가 가장 많은 방송사 역시 청와대와 사이가 가장 껄끄러운 MBC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