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게 만나보자” 길거리서도 ‘헌팅’
스폰 상대를 찾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도 등장했다. 아래 사진들은 여자인 기자가 사이트에 가입하자 남성들이 보내온 쪽지들. 위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김 아무개 씨(여·30)는 운전 연수를 받다가 강사에게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자신이 지금은 운전강사로 일하지만 사실 곧 엄청나게 큰 사업체를 운영하게 된다며, 회사에 취직하면 수억 원의 연봉도 줄 수 있다고 얘기를 꺼낸 것. 사실상의 ‘스폰’ 제의였다. 노골적으로 성적인 요구를 하진 않았지만 ‘만나보자’, ‘사귀면 좋을 것 같다’라는 얘기를 반복해서 꺼냈다.
이런 제의를 받은 건 김 씨뿐이 아니다. 이 아무개 씨(여·29) 역시 헬스장에서 비슷한 제안을 받았다. 운동을 하고 있는 이 씨에게 다가와 ‘원한다면 뭐든 해줄 수 있으니 만나보자’라는 얘기를 낯선 남성이 꺼낸 것. 남성은 자신이 사업가이며, 결혼을 했다는 것까지 밝혔다. 이 씨는 “수치심이 들기도 하고 기분이 상해 단호하게 거절하고 돌아섰다. 나뿐 아니라 다른 젊고 예쁜 여성들을 평소 유심히 보는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평범한 대학생임에도 스폰을 받는 이들도 있다. 회사원 김 아무개 씨(여·28)는 “대학 동기 중에 스폰을 받는 친구가 있다. 평소 알기로는 집안이 그렇게 넉넉한 편이 아님에도 학교 근처에 있는 큰 오피스텔에 살고, 어느 순간부터 씀씀이가 커지더라. 솔직하게 말은 안 해도 동기들 사이에는 스폰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원(여·28) 역시 “과거 2년 정도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 오피스텔로 집을 옮기고 카드까지 받았다. 상대는 중년 남성이었다. 잠자리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일도 없어 돈을 받으며 연인 같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신상이 노출되는 위험부담을 줄이고, 스폰 상대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인터넷 사이트도 등장했다. 이 사이트에서는 일정 금액을 내면 다른 회원의 프로필을 볼 수 있고, 쪽지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기자가 사이트에 가입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쪽지가 몰려들었다. 한 남성회원은 “고깃집을 하고 있다. 가게 운영하는 특성상 새벽 12시~1시에 한두 시간 만나면 좋겠다. 1년 이상이면 더 좋고 한 달에 5번, 150만~200만 원 생각한다. 연락 달라”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겼다.
수많은 쪽지가 불과 두세 시간 사이에 날아들었다. 제의하는 남성들이 얼마나 진지한지 알아보기 위해 자세한 신상정보와 연락처를 요구했다. 한 남성은 신상정보와 함께 “얼마를 원하느냐. 최대한 맞춰줄 수 있다. 물론 단순한 조건만남이 아니니 오랫동안 볼 수 있는 관계를 원한다”는 얘기를 남겼다. 쪽지를 보내오는 남성들이 밝힌 직업군도 다양했다. 평범한 IT업계 회사원, 일본을 다니며 사업을 하는 기업인, 자영업자 등이다. 쪽지를 보낸 대부분의 남성이 자신의 개인 연락처나 SNS 아이디를 남겼다.
해당 사이트에는 3000여 명의 남성이 가입해 애인대행, 스폰서를 기다리는 여성을 찾고 있다. 대부분 장기적 만남을 원한다고 프로필에 소개하며, 노골적으로 “확실한 경제적 도움을 준다”, “고액을 보장한다”고 목적을 밝히는 이들이 많았다.
스폰서를 찾는 여성도 적지 않았다. 4000여 명의 여성 가입자들이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청순한 스타일의 몸짱이다”, “오늘 당장 만날 사람 구한다”는 제목을 달았다. 쪽지를 주고받은 한 남성 이용자는 “사이트를 이용하는 여성 중 다수가 ‘업소’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브로커가 조직적으로 여성들 프로필을 올리고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며 불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일종의 성매매인 스폰을 연결해주는 사이트를 버젓이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이유는 사이트가 공식적으로 ‘이색 알바’ 의뢰인과 구직자를 연결해준다고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이트 목록에는 피팅모델, 하객대행, 모닝콜 알바 등의 게시판을 따로 두고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게시글은 대부분 스폰과 관련된 내용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 관계자는 “아르바이트 중개 업체라도 그 안에서 성매매가 이뤄진다면 단속 대상이다. 일반인들의 ‘스폰’ 계약은 일대일로 은밀하게 이뤄져 수사가 어렵다. 경찰이 손님을 가장하는 등의 방식으로 단속을 하고 있다. 금전적 대가가 오간다면 어떤 형태든 성매매로 볼 수 있어 처벌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스폰 계약은 계약 아니다 돈 안주는 먹튀 남성들 많다 일반인 스폰 사이트에서 연락을 취한 남성들은 대부분 “원하는 금액은 맞춰드리겠다. 대신 처음에는 만날 때마다 후불로 주고,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인 뒤에는 일주일 단위든 한 달 단위든 원하는 방식으로 하겠다”고 ‘계약조건’을 제시했다. 실제 여성이 어차피 신고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스폰 계약을 맺고 성관계를 한 뒤 도주하는 경우도 많다. 스폰 사이트에는 관련 글이 올라와 회원들의 주의를 당부하는 공지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어떤 계약서를 썼든 성관계를 대가로 금전적 약속을 했다면 양쪽 모두가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