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교사마저 유죄 땐 불가론 고개, 야권 잠룡들 몸 풀기 나서…친명계 “트럼프도 당선, 이재명 리더십 굳건”
11월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9월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대 형량인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경기 성남시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변경 특혜 의혹 관련 허위사실공표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관련 허위사실공표 공소사실 중에선 ‘해외출장 중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김 전 처장의 존재를 몰랐고, 경기지사가 된 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뒤 김 전 처장을 알게 됐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백현동 부지 용도지역 변경은 국토부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이 아니라 이 대표 스스로 검토해 변경한 것”이라며 “이 대표나 성남시 담당 공무원들이 국토부 공무원들로부터 이 사건 의무조항에 근거해 용도지역 변경을 해주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당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제20대 대선 핵심 이슈인 대장동 각종 비리와의 연관성을 끊어 내어 대선에 당선될 목적으로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재명 대표는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 받자 바로 항소의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항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다”며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민주당은 당의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정권의 정적 죽이기에 화답한 정치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이 시작한 윤석열 정권의 대선 후보 죽이기, 정적 말살 시도에 판결로 화답한 것”이라고 1심 선고를 평가했다. 이어 “검사는 이재명 대표가 하지도 않은 말을 만들고 조작·왜곡해서 기소했는데,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판결했으니 제대로 된 판결일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어질 항소심에서 국민과 함께 진실을 밝히고,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판사 겁박 무력시위에도 법에 따른 판단을 한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경의를 표한다”며 “국민의힘이 국민과 함께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에 대한 의지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친명계는 이 대표가 유죄를 선고받는다고 해도 리더십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지지자들의 투쟁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이재명 1심 판결이 불리하게 나오면 리더십이 흔들리고 분열하지 않겠냐고 전망하지만, 그 반대”라며 “당대표가 위기에 처하면 더욱 결집하고, 강성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관련기사 [인터뷰] 친명 좌장 정성호 “이재명 일극체제, 윤 대통령이 만들어”).
정가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의 길’을 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성호 의원은 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만에 하나 유죄가 나오면 어떡하느냐’는 질문에 “이번에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냐. (트럼프에게) 굉장히 많은 사법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미 연방대법원의 기본적 입장은 딱 한마디로 요약한다고 하면 ‘미국 국민들의 선택권을 그런 걸로 박탈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국민주권주의가 최우선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같은 날 김영배 민주당 의원도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정부에 의해서 4개 정도의 혐의로 기소가 돼서 재판을 받고 있었던 와중에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검찰 당국에 의해서 자기가 탄압을 당했다는 주장을 계속 해왔던 분이기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의 상황이 데자뷔된다. 우리 이재명 대표도 검사 출신 대통령에 의해서 검찰의 탄압을 받고 있는 상황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내부에선 예상보다 센 형량에 당혹감이 감지된다. 친명계 한 의원실은 이재명 대표가 유죄를 받을 시 논평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었으나, 징역형 선고에 놀라 논평을 내지 않기로 입장을 선회했다고 전해진다. 해당 의원실 보좌진은 “의원 판단은 아니고, 보좌관이 판단해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윤석열 대통령을 임기 중도하차 시키고 조기 대선을 치르는 방안을 구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정수행 지지율이 추락하고, 임기단축에 대한 의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
한국갤럽이 지난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의 ‘잘하고 있다’ 응답은 20%를 나타냈다. 앞서 2주간 각각 19%와 17%로 연이어 최저치를 갱신하던 하락세를 멈추고, 20%선을 겨우 회복한 것.
또한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11월 9~11일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임기수행 선호 방안’ 질문에 ‘탄핵’이 29.0%, ‘자진 하야’ 26.0%, ‘개헌 통한 임기 단축’ 12.5% 등으로 나타나, 임기단축을 원하는 응답이 70%에 가까웠다. 반면 ‘현행대로 임기 끝까지 수행’은 30.4%에 그쳤다(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응천 개혁신당 총괄특보단장은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집행유예형이 선고될 것 같으면 이게 2심 3심 가서 무죄가 나오지 않는 한, 100만 원 밑으로 떨어질 일은 난망하다”며 “거기다 피선거권 박탈이 10년이고 그래서 사실상 정치 생명이 완전히 날아가는 거다. 그러면 아마 극한투쟁으로 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조기 대선을 이끌어내려고 할 거다. 내년 여름이나 내년 가을에 형이 확정돼 버리면 그건 아예 못 나가는 거니까 그전에 이 정권을 끝내버리려고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민주당이 이 대표 대법원 판결 전까지 장외집회를 통해 조기 대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동안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뿐 아니라 이태원 참사, 채 해병 순직 사건,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등을 더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장외집회를 수차례 열었다. 그럼에도 탄핵 동력을 모으는 데 성공하지는 못했다는 평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5일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도 예정돼 있다. 이 사건은 이 대표가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당시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진성 씨(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에게 위증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2023년 9월 27일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명시한 바 있다. 김진성 씨도 위증을 했다고 자백한 상황이다.
이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까지도 유죄를 선고받는다면 당 안팎에서 ‘이재명 불가론’이 고개를 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현실을 인정하고 이 대표에게 소위 ‘몰빵’하고 있는 차기 대선 전략을 수정해 ‘플랜B’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숨죽였던 야권 잠룡들이 이 대표 재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본격적인 몸풀기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구체적으로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거론된다.
비명계 전직 의원들 모임 ‘초일회’ 간사인 양기대 전 의원은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과연 100% 확실하게 교체할 수 있는 국민 지지나 성원을 받고 있느냐에 대해선 물음표가 찍힌다”며 “이 대표 체제 당내에선 다양성, 역동성, 민주성이 부족한 상황이지 않나. 토론도 하지 않고 있고, 당내 이견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관련기사 [인터뷰] 초일회 간사 양기대 전 의원 “정권교체, 이재명으론 물음표”).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징역형 선고로 사실상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무죄 아닐 것이란 국민 여론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당은 흔들리기 시작할 것”이라며 “대법원에서 유죄 받을 가능성 있을 뿐만 아니라 대선 전에 선고가 나오면 출마조차도 못 한다. 다른 재판들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 대표는 내려올 수밖에 없다. 당에서 ‘플랜B’ 작동하자는 이야기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