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사의뢰+직무정지’ 총공세 나서…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는 ‘3선 도전’ 전격 승인

사실상 ‘이기흥 회장 3선 연임 저지’에 팔을 걷어붙인 정부는 압박 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11월 10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이 회장을 비롯한 대한체육회 임직원 8명에 대한 직원 부정채용, 후원 물품 사적 사용 등 혐의에 대한 수사를 전격 의뢰했다.
점검단은 “갑작스러운 파리 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장소 변경에 따른 예산 낭비, 출장 결재 등 복무처리 없이 근무지 외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허위 증빙자료 작성을 통한 업무추진비 선결제 등 체육회 운영에도 다수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 회장이 대면 조사를 회피하고, 체육회 업무용 PC 하드디스크 무단 제거, 자료 제출 거부 등 체육회가 점검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대한체육회는 “국무조정실 비위 점검결과 발표에 대해 동의할 수 없음을 천명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대한체육회는 “파리 올림픽 이후 3개월에 걸쳐 문체부, 국회 문체위 청문회 및 국정감사, 국무조정실 현장조사, 감사원 감사를 동시다발적으로 받아왔다”며 “대한체육회 구성원들은 동일 내용에 대해 복수 기관 조사를 반복적으로 받다보니 피로에 지쳐있다”고 설명했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문체부가 상당히 기민하게 이기흥 회장 직무정지 조치에 나섰다”며 “11월 12일 이 회장 3선 연임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앞두고 선전포고를 날린 격”이라고 평가했다.
11월 12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선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열렸다.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은 대한체육회장이 임명하는데, 위원들이 임명권자인 대한체육회장 3선 연임 승인 여부를 심의 및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체육계 안팎에선 ‘이해충돌 논란’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체육계 내부 관계자는 “12일 열린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기흥 회장 3선 연임 길을 열어주는 행정절차일 뿐”이라며 “이미 정량평가 방식으로 이 회장 3선 명분을 세워놓은 상태에서 공정위가 개최되기 때문에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체육계 일각에선 스포츠공정위를 신군부 시절 군내 사조직 ‘하나회’에 비유하는 비판 여론도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체육회 노동조합도 시위를 벌였다. 대한체육회 노조는 ‘국회도 무시하고 꼼수로 연임에 도전하는 이기흥 회장은 물러나라’는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을 들고 규탄시위에 나섰다. 스포츠공정위를 향해 상식과 가치에 입각해 안건을 심의하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기흥 회장 3선 연임과 관련한 반발 목소리가 커졌지만, 스포츠공정위는 이 회장 3선 길을 전격적으로 열어줬다. 스포츠공정위는 이 회장 연임 신청을 승인했다. ‘셀프 심의’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체육시민연대는 “이기흥 회장 조직 사유화 병폐는 일일이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고 넘친다”며 스포츠공정위 해체와 이기흥 회장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해외 출장길에 올라 있던 이기흥 회장은 12일 서울행정법원에 문체부의 직무정지 조치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냈다. 다음날인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 회장은 3선 도전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지금은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구성원들과 논의해 결정하고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국무조정실이 이 회장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 것과 관련해선 “1%도 동의 못한다”고 했다.
이 회장 3선 연임 도전 현실화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회장이 향후 정부 압박 수위나 가처분신청 결과 등을 지켜보며 3선 연임 도전과 관련한 최종 결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간을 충분히 두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뒤 결정을 내리겠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문체부는 이 회장이 3선 연임에 도전해 선거에서 당선이 될 경우, 이 회장 3선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대내외적으로 표명해 왔다. 대한체육회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을 두고도 강력한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 중심 체육행정 시스템에도 개혁의 칼날을 들이댈 가능성이 제기된다. 모든 압박의 전제는 이 회장 3선 연임 현실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계 내부선 ‘이기흥 불출마 시나리오’를 염두하고 몇몇 광역지자체 체육회장들이 출사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포스트 이기흥’을 노리는 주자들과 ‘반 이기흥’을 표방하는 주자들이 대한체육회장 자리를 놓고 각개전투를 벌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이 회장이 출마 의지를 굳힐 경우엔 ‘이기흥 대 반 이기흥’ 구도로 선거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반 이기흥 진영’서 후보 단일화에 난항을 겪어 다자구도로 선거가 진행된다면, 이 회장이 다시 한 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지자체 체육회 관계자는 “이기흥 회장을 향한 정부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 회장이 출마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지지세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당선 되더라도 정부와 정면충돌이 예고된 상황인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이기흥 방지법’도 공론화되고 있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대한체육회 자체 기구인 스포츠공정위가 가진 체육회 임원 연임 심의 권한을 제3의 외부기관인 스포츠윤리센터에 맡기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기흥 방지법’을 발의했다. 대한체육회 회장과 경기단체 임원은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내용도 법안에 담겼다.
정 의원은 “대한체육회가 비위 혐의로 직무정지된 이기흥 회장 3선 도전을 승인하는 등 자정 기능을 상실했다”며 “대한체육회 불공정 카르텔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