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이 본 박준규

꼬마팬에게 용기 듬~뿍

박준규는 연예 리포터인 필자가 태어나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사인을 받은 연예인이다. 20여 년 전 성동구 응봉동의 한 아파트에 살던 필자는 같은 아파트에 탤런트가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누굴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아버지로부터 유명 배우 박노식의 아들 탤런트 박준규라는 얘길 들었지만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TV에 나오는 사람이 이웃이라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하루는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을 다녀오는 길에 처음으로 박준규를 직접 봤다. 신기한 마음에 무작정 박준규를 향해 달려갔지만 어린 나이였던 터라 지나치게 긴장하고 말았다.

그런 필자에게 박준규는 “사내자식이 씩씩하게 사인해달란 말도 못해!”라며 사인을 해준 뒤 바로 앞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줬다. 그리고 돈 만 원을 용돈이라며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수줍은 동네 꼬마 아이의 모습이 마냥 귀여웠던 모양이다. 그렇게 필자에게 박준규는 마음 좋은 친절한 동네 아저씨로 기억에 남아있다.

세월이 훌쩍 흘러 몇 년 전 필자는 연예 리포터로 박준규의 집을 취재차 방문했었다. 그런데 필자는 내비게이션 조작 실수로 약속 시간보다 1시간이나 늦게 그의 집에 도착했다. ‘쌍칼 아저씨’의 무서운 불호령이 두려웠지만 그는 여전히 푸근한 미소로 필자를 맞아줬다.

‘맛있는 인터뷰’를 통해 다시 만난 박준규에게 필자는 20여 년 전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당시 일을 기억하진 못했지만 무척 놀라는 모습이었다. 필자의 기억 속 박준규는 예의를 중요시하고 의리를 챙길 줄 알며 마음이 한없이 넓은 사람이다. 세월이 흘러 이젠 같은 아파트가 아닌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필자에게 박준규는 영원한 마음의 이웃이다.

김태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