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면 감출수록 훔쳐보기 첨단화
▲ 휴대전화 불법 복제 피해자 전지현. 소속사의 사생활 감시 의혹이 일고 있다. | ||
자연스레 세간의 시선은 다른 연예기획사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에 집중되고 있다. 연예관계자들은 연예기획사의 연예인 사생활 감시가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전한다. 게다가 ‘위치추적기’까지 불법적으로 동원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스타의 사생활을 둘러싼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우선 눈에 보이는 전쟁은 연예기획사와 매스컴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독자의 알권리’를 내세워 연예인의 사생활을 보도하려는 매스컴과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이를 막으려는 연예기획사의 다툼이 계속되는 것. 반면 보이지 않는 전쟁은 연예인과 연예기획사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연예인은 무조건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받으려는 반면 연예기획사는 혹시 모를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연예인의 사생활을 관리하려 하는 것.
신인 연예인의 경우 ‘소속사의 사생활 관리’가 아예 계약서에 명시되기도 한다. 사실상의 사생활 관리 감독이 가능했던 것. 그런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백용호)가 몇몇 연예기획사의 전속계약서에서 이런 불공정 조항을 적발해 시정조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또한 여러 연예기획사가 영입 경쟁을 벌이는 위치에 오른 스타급 연예인들은 아예 연예기획사가 자신의 입맛대로 사생활을 관리하겠다는 계약서에 사인조차 하지 않는다. 더 이상 연예기획사가 연예인의 사생활 관리를 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 그럼에도 취재 과정에서 매니저들은 ‘어느 정도’는 소속사가 연예인의 사생활에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늦은 밤에 집 전화로 전화해 외출 여부를 확인하고 술자리에 갈 경우 동석자가 누군지를 물어보는 등의 방법이 ‘어느 정도’의 관리에 속한다. 그런데 소속 연예인 관련 첩보를 접한 뒤 확인이 안 될 경우 ‘어느 정도’의 선을 넘게 된다. 예를 들어 결혼설, 열애설, 타 연예기획사 접촉설, 상습도박설, 마약중독설 등 연예계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첩보가 들려올 경우 연예기획사는 진위 확인이 절박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몇몇 연예인이 소속사에도 알리지 않고 결혼을 진행하기도 했다. ‘결혼’은 연예인의 이미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데다 연예계 활동 중단을 의미할 수도 있어 연예기획사 입장에선 반드시 미리 파악해 대비해야 할 중요 정보다. 이번에 화제가 된 싸이더스HQ 역시 지난 2007년 소속 연예인 전도연의 결혼을 결혼식 1주일 전까지도 모르고 있다가 난처해진 경험이 있다.
이번에 불법 휴대폰 복제가 문제가 됐는데 흔한 사례는 아니라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통화 내역이나 문자 서비스 내용을 엿볼 수 있고 위치를 추적할 수도 있지만 제3자인 흥신소를 통하는 만큼 발각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흥신소를 통해 관련 정보가 유출될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다. 연예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의 사생활을 관리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관련 정보의 외부 유출 방지인 까닭에 제3자인 흥신소가 개입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이사급인 한 베테랑 매니저 A 씨는 휴대폰 복제보다 위치추적기 불법 사용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위치추적기의 경우 해당 연예인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차량의 위치는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다. 본래 지속적인 보호가 필요한 유아나 미취학 아동, 내지는 치매 노인이나 정신지체 장애인 등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용도인 위치추적기 단말기를 연예인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차량에 몰래 부착해 두는 것.
“몇몇 회사에서 위치추적기를 쓴다는 얘길 들었는데 기능이 매우 다양하다고 한다. 실시간으로 위치를 추적해 휴대폰이나 인터넷 등으로 알려주는 것은 기본, 심지어 특정 지역을 정해두면 거길 벗어나기만 해도 연락이 온다는 것이다.”
확인 결과 대부분의 위치추적기가 실제 이런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안심 존’ 기능을 악용할 경우 연예인이 집에서 나와 외출만 해도 그 사실이 전달된다. 술자리 등 사적인 약속 장소에서 우연히 소속사 관계자를 만나는 일이 반복된다면 위치추적기를 의심해봐야 한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월 사용료도 2만~3만 원으로 저렴하다. 대부분의 연예인이 개인 차량의 관리까지 매니저에게 일임하고 있어 몰래 차량에 부착하고 떼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다. 연예계에 위치추적기가 도입된 계기 역시 흥신소 직원들을 통해서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에게 의뢰할 경우 수백만 원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아예 몇몇 매니저들이 직접 구입해 몰래 장작하기 시작했다고. 물론 적발될 경우 법적 처벌이 불가피하다. 위치추적기 불법 사용의 경우 구속된 사례도 많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위치추적기 불법 사용이 적발된 사례는 없다. 여러 매니저들에게 문의해본 결과 실제 위치추적기를 악용하는 연예기획사도 있을 수 있지만 극소수의 회사가 피치 못 할 사정이 있어 그런 방법을 동원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런 까닭에 적발 사례도 없다는 것.
이메일이나 미니홈피 등을 본인 몰래 확인하는 매니저도 상당수다. 미니홈피의 경우 사실상 소속사에서 관리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메일의 경우에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매니저 등과 공유하는 연예인이 많다. 별도로 사적인 용도의 이메일을 개설해도 소속사가 주민등록번호 등의 신상정보를 알고 있는 만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게 어렵지 않다.
취재에 응한 매니저들은 가장 확실한 사생활 통제 수단이 담당 매니저들을 확실히 회사 편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해당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는 담당 매니저의 경우 사생활 역시 상당 부분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들이 회사가 아닌 연예인의 편이 될 경우 사생활 관련 중요 사안들이 회사에 보고되지 않는다. 회사보다는 해당 톱스타와의 인연을 더 중시하는 게 앞날을 위해 좋다고 판단할 경우 이런 관계가 가능해진다. 이런 까닭에 소속사를 옮길 때 담당 매니저 역시 회사를 같이 옮기는 경우가 많고 아예 계약이 만료된 뒤 새로운 연예기획사와 계약하지 않고 담당 매니저와 개인 매니저 형태로 일하는 스타들도 늘고 있다.
흔치 않은 경우지만 때론 전문가(?)를 기용하는 경우도 있다. 신변 보호 등의 이유로 전직 경호원 등을 별도의 매니저로 기용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이들이 신변 밀착 보호와 동시에 사생활 밀착 감시 역할을 맡는 것. 특히 이들은 담당 매니저와 연예인의 친분이 남달라 회사 차원에서 사생활 통제가 불가피한 경우에 효과적이다. 연예계 활동 지원이 아닌 신변보호가 주된 업무인 까닭에 사적인 술자리까지 따라가기도 한다. 지난해 계약기간 만료와 동시에 소속사와 결별한 톱스타 B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경호원 출신 매니저로 인해 소속사 대표와 잦은 마찰을 빚어왔다고 한다.
이런 연예기획사와 연예인 사이의 사생활을 둘러싼 줄다리기의 핵심은 ‘신뢰의 상실’에 있다. 겉으로 보기엔 하나의 팀으로 똘똘 뭉쳐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론 상호간에 신뢰하지 못해 불법적인 수단까지 동원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 상호간에 신뢰가 회복되지 못한다면 이런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