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목소리다 했더니…
▲ 코요태의 전 멤버였던 성우 김구, 배우이자 번역가 조상구, 코요태의 래퍼이자 사진작가 빽가(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 ||
빼어난 재능으로 이미 스타가 됐지만 숨겨져 있던 또 다른 재능으로 부업전선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그들. 바쁘지만 행복한 ‘투잡’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그룹 코요태의 래퍼로 활동 중인 빽가. 보컬 김종민의 군 입대로 무대 위 코요태의 모습은 잠시 볼 수 없게 됐지만 빽가는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가수로서가 아닌 사진작가로서 가수 활동 때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자신이 직접 차린 포토스튜디오에 동료연예인들의 작업요청은 기본, 연예지망생을 비롯한 일반인들의 프로필 사진 촬영까지 몰려 잠 잘 시간이 부족할 정도란다. 사진작가로 변신한 그의 모습에 대중들이 의아할 법도 한데 사실 그의 사진사랑은 벌써 10년이 넘었다.
중·고교시절 춤만 추며 지내던 그는 어느 날 사진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 뒤 무척이나 행복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넉넉지 못한 집안형편. 어렵게 구한 카메라지만 필름 값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던 것. 가수로 성공하면 금세 이룰 것만 같던 사진작가의 꿈은 결코 쉽지 않았다. 어렵게 번 돈으로 구입한 고가의 사진장비들을 도난사고로 모두 잃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의 심정을 빽가는 “그 어떤 여자가 떠나가도 그때만큼 슬픈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아무튼 그의 사진에 대한 열정은 집안의 부도도, 불의의 도난사고도 모두 이겨냈고 이제 그는 번듯한 스튜디오의 사장님이자, 어엿한 프로사진작가가 됐다.
그렇다면 그의 사진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그와 함께 작업한 자우림 김윤아는 “유부녀인 날 아가씨로 만들어줄 정도로 훌륭했다”고 평한다.
배우 조상구는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표적인 외화번역가이기도 하다. 그가 본명 최재현이라는 이름으로 19년 동안 번역한 작품만 무려 1000여 편이 넘을 정도. 그의 대표작이 <로미오와 줄리엣> <타이타닉> <레옹> <맨인블랙> 등 명작임을 감안하면 딱히 그의 실력을 의심할 필요가 없음은 분명하다.
영문과 출신답게 영어 실력이 뛰어나 그가 배우 겸 번역가로 활동할 수 있었겠지만 더 큰 힘은 배고픔에서 비롯된 고된 노력이었다고 한다. 영화 <외인구단> 등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얻고도 마땅히 후속작이 없던 그는 배고픔에 하루 일당 5500원인 막노동판을 전전했다. 그러던 도중 지인의 소개로 편당 3만 원이 보장되는 외화 번역을 시작하게 된 것.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시작한 번역이었지만 피나는 노력이 뒤따라 결국 유명 번역가가 됐다.
그가 밝힌 외화번역 비법은 바로 문어체와 구어체가 아닌 ‘자막체’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What are you talking about?”을 문어체로 번역하면 “무슨 소리야?”일 테지만 자막을 보는 관객은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니?”로 오해할 수 있어 “뭐라고?” 정도로 번역을 해야 관객이 이해하기 쉽다는 것. 같은 맥락으로 f로 시작되는 영어 욕설 역시 굳이 저급한 욕으로 번역할 필요 없이 사투리를 활용한 욕으로 번역할 경우 더욱 맛깔스러워진다는 것. 때문에 ‘넹글맞을’과 같은 그만의 창의적인 욕이 탄생하기도 했다. 외화 한 편을 번역하기 위해 같은 영화를 30번 이상 본다는 조상구. 자신의 연기 공부를 위해서라고 겸손하게 말은 하지만 그의 깊은 철학에 고개가 숙여진다. 다만 아쉽게도 조상구의 맛깔 나는 번역을 더 이상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다.
연기활동에 전념키 위해 절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TV 광고에서 “당신의 TV는 블랙입니까?”라고 나지막이 묻던 중저음의 목소리를 기억하는가.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그룹 코요태 출신의 래퍼 김구다. 코요태 활동 당시 마약 파문 등으로 팀을 떠나 대중의 눈에서 멀어진 그는 90년대 오빠부대의 원조 김원준 등과 함께 록밴드 ‘베일’의 멤버이자, 광고계에서 잘나가는 특급 성우로 활동 중이다. 몇 년 전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로 우연찮게 모 케이블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맡은 뒤 반응이 좋아 전문 성우로 활동하게 된 것. 지금까지 그의 목소리가 담긴 CF가 무려 100여 편이 넘을 정도라고. 광고업계에서 그의 목소리는 ‘젊은이들의 감각을 살리는 세련된 목소리’로 평가받고 있는데 유학생활로 다져진 고급스러운 영어 발음도 그의 장점이다. 또한 래퍼 출신답게 리듬감 있는 내레이션은 물론이고 속사포처럼 빠른 대사 소화도 가능하다. 어느덧 부업인 성우로 더 큰 수입을 얻고 있다는 김구. 그는 이렇게 또 한 번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