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스타 여자 연예인 야구단의 ‘맏언니’ 천은숙. (제공=한스타미디어)
1990년대 한국 여자농구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레전드 천은숙이 최근 체육관 농구코트가 아닌 야구장의 녹색 그라운드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천은숙의 타고난 운동신경은 농구에서뿐만 아니라 처음 접한 야구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남다른 순발력과 야구센스를 보여주고 있다.
“야구에 관심은 있었다. 주변에 프로야구 코치들과도 친분이 있어 한번 해보라고 권유도 있었다. 그럼에도 직접 야구를 할 거라고 생각도 안 해봐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공을 가지고 한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농구에서 최고에 섰던 자부심을 바탕으로 나 자신과의 싸움으로 생각하고 도전하고 있다”며 야구단 입단 소감을 밝혔다.
천은숙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농구하는 언니의 영향으로 처음 공을 잡았다. 명문 동주여중과 동주여상을 정상으로 이끈 후 1988년 실업팀 코오롱에 입단했다.
국가대표로 발탁돼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과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으며,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도 활약했다. 하지만 1996년 겨울 농구대잔치에서 아킬레스가 완전히 끊어지는 중상을 당했다. 국가대표도, 미국 WNBA 진출도 물거품이 됐다. 1997년 코오롱 유니폼을 벗었다.
이후 일본과 대만에서 코치와 선수생활을 한 뒤 지난 1998년 신세계 쿨캣에 입단하며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2000년에는 창단팀 금호생명서 매니저로 활동하다 선수를 은퇴했다.
그렇지만 천은숙은 농구계를 떠나지 않았다. 34세 나이로 대학에 진학해 학업과 농구를 병행하는 만학의 길을 걸으며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지난 2007년 분당 청솔중 코치를 맡아 본격적으로 지도자 생활을 하던 그는 지난 2013년 대한농구협회 1급 심판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사진=천은숙은 여자 사회인 농구팀 우먼프레스에서 선수로 뛰고 있다. (제공=한스타미디어)
현재 천은숙은 대한농구협회 전임심판과 농구 강사, 여자 사회인 농구팀 우먼프레스 선수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운동선수로서 최종 목표에 대해서도 천은숙은 여자 프로농구팀 코치를 거쳐 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면 쉴 때 취미는 무엇일까. 골프를 배우기는 했으나 취미라고 하기는 어렵고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이 낙이라는 천은숙은 “스시, 양식, 한식 등 내장음식 빼고는 다 잘 먹는다”고 했다.
마흔 후반의 천은숙은 아직 혼자 산다. 두어 번의 사랑이 찾아 왔지만 결혼까지 할 인연은 아니었다고 했다. 농구에 대한 열정이 커 결혼이 절박하지 않았다는 그는 그러면서도 자신은 독신주의자는 아니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한스타 여자 연예인 야구팀에서 원하는 포지션이 있냐는 질문에 천은숙은 “아직 없다”며 “어느 포지션이든 팀에 도움이 된다면 만족한다”고 답했다.
롤모델로 삼고 싶은, 좋아하는 선수로는 ‘국민타자’ 이승엽을 꼽았다.
야구단에서의 별명을 묻는 질문에 천은숙은 “농구할 때는 카리스마가 있다고 ‘천장군’으로 불렸다”며 “지금은 없다. 야구 쪽에서도 후배들이 멋진 별명 지어줬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사진=한스타 여자 연예인 야구단 창단식에서 후배 선수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천은숙(윗줄 가운데).
학생들 농구 수업을 지도하고 우먼프레스에서 제2회 한스타 연예인 농구대잔치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천은숙은 늦게 배운 야구가 재밌어 틈틈이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천은숙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선수 생명이 길지는 않겠지만 하는 동안엔 최고가 되려 한다. ‘세계 최초의 여자 연예인 야구단’이라는 이름을 걸고 하는 만큼 누가 되지 않게 고참으로서 선수들이 어려울 때 다독거리며 팀을 이끌고 싶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여자 농구에서 정상에 올랐던 근성과 오기가 야구에도 이어져 한스타 여자 연예인 야구단을 최고의 여자야구팀으로 이끌 수 있을지 천은숙의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한편 40명의 선수들로 구성된 한스타 여자 연예인 야구단은 지난 7월부터 일주일에 1~2회 단체연습에 돌입했으며 내년 한국여자야구연맹에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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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