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별들의 빌딩숲엔 샛별들 무럭무럭
▲ 원더걸스(왼쪽),빅뱅(오른쪽위),서태지와양현석(오른쪽아래왼쪽부터) | ||
연예인 소유 건물이 대부분 청담동을 중심으로 한 강남 일대에 몰려있는데 반해 양현석은 홍대 인근에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했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만 무려 네 채. 특히 세 채는 홍익대학교 정문에서 극동방송국으로 향하는 상권의 중심 지역에 나란히 위치해 있다. 양현석이 대표로 있는 YG엔터테인먼트에서 운영하는 힙합 클럽 NB2가 있는 건물과 그 옆 건물, 그리고 양현석이 운영하는 포장마차가 있는 건물까지 세 건물을 나란히 양현석이 소유하고 있는 것. 다만 NB2가 위치한 건물만 양현석 단독 소유이고 나머지 두 건물은 양현석이 75%와 50%의 지분만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백댄서 시절부터 양현석과 친분을 쌓아온 절친한 지인이 갖고 있다.
게다가 최근 양현석은 합정동에 YG엔터테인먼트 새 사옥까지 짓고 있다. 이 건물 역시 양현석 단독 명의다. 다른 세 건물과 달리 상권 중심에 위치해 있지는 않지만 한강 조망권이 좋다. 게다가 본인의 이름 이니셜을 이용해 정면에는 H, 측면에는 S자가 드러나도록 디자인돼 눈길을 끈다. NB2가 위치한 건물이 추정가 90억 원대, 새 YG엔터테인먼트 사옥은 추정가 80억 원대, 그리고 나머지 두 건물의 지분은 각각 23억 원대와 27억 원대에 이른다. 네 건물을 모두 합치면 230억~250억 원 수준이나 돼 연예계 최고의 부동산 재벌로 손꼽히기에 모자람이 없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클럽 NB2가 위치한 건물 1층에 있는 프랜차이즈 햄버거 매장을 운영하는 이가 개그맨 이홍렬이라는 것. 연예계 선후배인 양현석과 이홍렬은 건물주와 세입자 관계이기도 한 셈이다.
건물 자체만 놓고 봤을 때에는 서태지의 논현동 소재 건물이 추정가 190억 원대로 최고다. 상권이 발달한 지역의 대로변에 위치한 건물인 데다 인근에 9호선 삼정역이 들어설 예정이라 곧 200억 원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될 것이라는 게 인근 부동산 업자들의 전망이다. 지하 3층 지상 6층인 이 건물에는 1층부터 4층까지 병원이 입주해 있어 안정적인 임대 수입이 확보돼 있다. 지하 3층에 서태지의 녹음실과 연습실, 사무실 등이 갖춰져 있고 서태지의 집 역시 이 건물에 있지만 몇 층인지는 비밀에 부쳐져 있다.
이 건물은 병원 이용객이 이용하는 곳과 서태지가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곳이 철저히 분리돼 있어 출입 카드가 없으면 출입이 불가능하다. 활동을 하지 않을 경우 서태지는 일 년에 두세 번가량만 외출할 뿐 대부분의 시간을 이 건물에서 보낸다고 한다. 말 그대로 서태지를 위한 요새인 셈. 건물 이름도 본명인 정현철의 성을 딴 ‘정빌딩’이다.
양현석과 서태지의 뒤를 바짝 뒤쫓는 이는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의 인기에 뒤지지 않는 월드스타 비다. 청담동 소재의 지상 2층짜리 건물인데 외관은 여느 연예인 소유 건물들에 비해 다소 빈약해 보인다. 그렇지만 바로 옆 유료 주차장까지 비의 소유로 대지가 691㎡이나 된다. 인근 부동산 업자에 따르면 “이 부근이 워낙 매물이 없는 데다 이렇게 넓은 대지는 매우 드물어 희귀성이 높아 잠재가치가 200억 원 이상”이라며 “새로 건물을 짓는다면 추정가가 200억 원대를 훌쩍 넘길 것”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언제 건물을 짓느냐에 따라 연예인 소유 최고가 건물주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비의 새 건물 건축이 또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비가 제이튠엔터테인먼트의 주요주주이긴 하지만 경영권은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에게 있어 2011년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비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한 연예관계자는 “그 즈음 새로 구입한 부지에 건물을 짓고 사옥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한다. 실제 그런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현재 비의 매니지먼트는 그의 부친 정기춘 씨가 대주주인 제이튠캠프라는 회사가 대행하고 있다. 비가 2011년 이후 제이튠캠프를 통해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설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비의 청담동 건물 역시 부친 정 씨 주도로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차인표 신애라건물(좌측상단), 홍대인근양현석건물(우측상단), 고소영 건물(우측하단), 비 건물(좌측하단) | ||
건물 소유 연예인이 대부분 남성임에 반해 여성은 고소영과 신애라 김남주만 눈에 띈다. 김남주와 신애라가 남편과 공동으로 건물을 소유했음을 감안하면 고소영만 남는다. 고소영이 새로 지은 청담동 소재의 100억 원대 건물은 주인만큼이나 뛰어난 미모를 자랑한다. 지난 2007년 서울특별시건축상 비주거부문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소영 본인이 직접 건물을 활용하진 않고 웨딩 스튜디오와 고급 음식점 등에 임대해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다.
때론 건물 구입으로 인해 사생활과 관련된 루머가 나돌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는 신동엽. 한창 인기 절정이던 지난 2004년 완공된 그의 지상 6층, 지하 1층짜리 건물은 청담동에서도 가장 전망이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추정가는 90여억 원. 특히 5층과 6층 복층 형으로 꾸며진 호화로운 집에 신동엽이 혼자 살자 신혼집 용도로 건물을 지은 게 아니냐는 얘기와 함께 결혼 임박설이 나돌았다. 신동엽 역시 “결혼을 하게 되면 아마도 새로 지은 집에서 살게 될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혼자 지내던 신동엽은 결국 지난 2006년에 결혼했다. 그런데 신혼집은 이 건물이 아닌 성북동 소재의 집으로 결정됐다.
오히려 이 건물은 신동엽의 사업 계획을 예고하는 역할을 했다. 신동엽이 유명 MC들을 한 데 모은 디와이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기 이전부터 이 건물 3층에 디와이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이 차려졌고 간판까지 붙어 있었던 것. 자신의 건물에 미리 사무실을 만들어 착실하게 사업 준비를 해온 신동엽은 2005년 12월에서야 비로소 기자회견을 열어 디와이엔터테인먼트의 출범을 알렸다. 현재는 디와이엔터테인먼트 사무실도 다른 건물로 옮겼고 이 건물은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VVIP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병원 건물로 탈바꿈했다.
양현석 신동엽의 경우처럼 연예인이 건물을 소유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자신이 세운 연예기획사의 사무실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박진영 역시 자신 소유의 청담동 소재의 건물에 JYP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건물 역시 추정가 90억여 원에 이른다.
건물을 소유한 연예인 가운데 상당수는 90년대 절정의 인기를 자랑하던 가수들이다. 특히 이들은 연예계에 건물 재테크 붐이 일기 훨씬 이전에 이미 건물을 구입했다. 앞서 설명한 서태지를 비롯한 신승훈 이승철 이승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수백만 장씩 음반이 판매되던 가요계 호황기에 활동하던 이들이 재테크를 위해 건물을 구입한 것. 신승훈의 신사동 소재 건물, 이승철의 역삼동 소재 건물, 이승환의 성내동 소재 건물은 모두 추정가 50억 대에 이른다. 이들은 자신 소유의 건물에 음악 스튜디오를 마련해 안정된 세수입과 함께 원활한 가수 활동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