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죽는다’ 몸사리기
새누리당에는 각종 크고 작은 모임이 차고 넘친다. 선수(選數)별로 모임이 있고, 계파, 출신지역, 학교, 성(姓), 직책, 과거 직책, 취지와 운동, 전공분야, 이념지향 등등 어떻게든 연결고리를 만들어 모임을 만들어 운영한다.
새누리당 재선 모임의 한 의원은 “우리도 감이란 게 있다. 지난 유승민 파동에서 ‘찍히면 끝까지 찍는다’는 걸 직접 목격했는데 어떻게든 밉보이지 않으려 애쓰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여의도 바닥이 좁다. 만나면 다 알더라”라고 했다. 이 재선 모임은 유승민 파동 당시 ‘사퇴불가’ 성명서를 낸 바 있다.
초재선 소장쇄신파가 주도하고 있는 혁신모임인 ‘아침소리’도 매주 모이지만 참석자는 두세 명에 불과하다. 왜 참석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한 의원은 “뭉치는 모습을 당 지도부가 달갑게 보지 않더라”라고 했다. 최근 아침소리는 18대 대통령선거 개표조작 의혹을 제기한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사퇴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당시에도 몇 모이지 않았다.
새누리당 내 중도우파 의원들이 주축이 된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지난 8월 재벌개혁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 뒤로 모임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전언이다. 옛 친이계 모임은 거의 와해된 지 오래다.
영남권에서 초선 모임의 한 멤버는 “총선이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마음이 바쁜 탓이다. 의원들끼리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면서도 “친박계나 청와대에서 여당 동태를 저리 살피는데 만날 수가 있겠느냐”는 말을 들려줬다. 이 의원은 또 “모임 중에 누가 또 주류에 잘 보이려 프락치 짓을 할 지 알 수가 없다”고도 했다. 공천룰을 두고 계파 간 세대결이 정점에 이른 상황이어서 의원들 간에 조금씩 불신이 싹트게 있다는 전언이다.
한 3선 의원은 “골프회동도 있을 수 없다”면서 “시국이 이렇게 어수선한데 사진이라도 잘못 찍히면 공천에서 끝난다”고 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