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되는 2파전 ‘진흙탕’ 속으로…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10월 첫째 주와 둘째 주에 있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성재 지검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에게 사실상 두 번 의혹 제기를 받았다. 첫 번째는 박 지검장의 딸과 관련된 것이었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1일 서울고검 산하 국감에서 박 지검장에게 “박지원 하면 예쁘죠?”라고 물었고, 박 지검장은 “집에서 많이 들은 이야깁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제가 따님입니다. 좋은 곳에 취직하고 했으니까 사법고시 합격해서. 잘 키우시기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당시 박 의원 발언을 놓고 검찰 안팎에선 뜬금없다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검찰 한 간부는 “알고 보니 박 지검장 딸이 지난 2월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고 삼성그룹 계열사에 취업한 게 취업 특혜 때문이었다는 제보를 받고 박 의원이 조사를 한 것 같더라”며 “그러나 취업 특혜가 아니었던 게 확인되니까 자신이 박 지검장 딸과 이름이 같다고 얘기하고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지검장 딸 관련 루머는 증권가 정보지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 되고 있다. 박 지검장이 국감 전날인 9월 30일 저녁 법사위원장인 이상민 새정치연합 의원 등 야당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모인 저녁 장소에 불려갔다는 루머와 함께. 정보지 내용을 보면 박 지검장이 국감 전날 야당 의원들 술자리에 불려나가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도 딸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검찰 간부는 “박 지검장이 이 위원장의 전화를 받고 간 것은 맞지만 그 자리에는 야당 법사위원들이 아니라 그날 상고법원 토론회에 참석했던 대법원 고위 관계자들과 학계 인사들, 검찰 관계자 한 사람 정도가 있었다”며 “그나마 그 자리도 30분 정도 앉아 있다가 사정 설명을 하고 나왔다”고 전했다.
박 지검장과 관련한 또 다른 루머는 ‘청와대 독대설’이다. 박 지검장이 청와대에 들어가서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하고, 체육회 비리 수사를 하명 받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지난 국감에서도 질의가 된 바 있으며, 당시 박 지검장은 피식 웃으면서 그런 일 없다고 밝혔다.
박 지검장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그 루머가 돌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래됐고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는데도 정보지 등을 통해 계속 얘기가 나오다가 심지어 국감에서 질의가 되기도 했다”며 “왜 이렇게 사실이 아닌 얘기들이 계속해서 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왜 박성재 지검장에 집중되나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검사.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그만큼 대세론이라고 불릴 정도로 청와대 신임이 막강했던 김수남 차장을 바짝 뒤쫓고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 인사는 “결국 경쟁자들 입을 통해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단순히 이름만 거론되는 정도라면 그 같은 얘기가 나올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 지검장에게 이런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박 지검장 측 인사들 얘기를 종합해 보면, 원래 사건이 아니라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싫어하는 캐릭터인 데다, 선배인 16기 김수남 차장과의 경쟁 구도 역시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제3자 낙점설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물밑에서 누군가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전체적으로 현 정부의 인사 스타일을 고려하면 대구·경북(TK) 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희망을 갖는 것은 고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TK 출신인 김수남 차장, 박성재 지검장, 조성욱 대전고검장,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이 ‘안전선’ 안에 있다면, 부산·경남(PK) 출신인 김경수 대구고검장 정도가 안전선 라인에 걸쳐 있고 나머지는 안전선 밖에 있는 셈이다.
# 차기 검찰총장 2년 임기 채울 수 있나
차기 검찰총장은 박근혜 대통령 집권 후반기와 집권 이후를 모두 책임져야 할 만큼 중요한 자리가 될 전망이다. 정권 교체기에 검찰에서 전직 대통령이나 그 측근들을 수사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 입장에선 ‘이보다 더 중요한 인사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차기 검찰총장이 사실상 박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에 임기가 끝난다는 데 있다. 차기 총장 임기가 1년밖에 안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 입장에선 어쨌든 집권 이후 자신과 주변 인물들의 안녕을 도모하려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검찰총장이 가장 중요한 포스트에 있다”며 “여권 내에서도 차기 총장의 경우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 분위기는 여의도 정치권과는 현재로선 거리가 있다. 원칙주의자인 박 대통령이 법으로 정해 놓은 검찰총장 임기 2년을 임의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차기 검찰총장 임기가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는 여권 내 차기 대권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당으로 돌아가 대권 후보 반열에 서면 차기 총장 임기는 2년이 지켜지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임기 보장을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김근호 언론인
검찰총장 후보 병역 논란 셋 중 둘은 면제…그중 상당수 ‘근시’ 검찰 안팎에서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 중 ‘병역면제’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3인 이상을 추천할 경우 3명 모두, 또는 3명 중 2명이 병역면제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법연수원 16기 중에선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이득홍 서울고검장이 ‘근시’로 병역을 면제 받았고, 임정혁 법무연수원장은 고령이라는 이유로 병역이 면제 됐다. 17기 중에선 김희관 광주고검장이 근시로 병역이 면제됐고,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은 생계곤란이 병역면제 사유로 기재돼 있다. 18기에선 김주현 법무부 차관이 척추궁협부결손이라는 병명으로 면제를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들 중에서 박성재 중앙지검장, 김경수 대구고검장, 조성욱 대전고검장 정도가 병역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특히 박 지검장의 경우 김수남 차장과 차기 검찰총장 자리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병역문제가 박 지검장에겐 좀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에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이 대부분 근시로 병역이 면제됐다는 게 검증과정에서 상당히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최재경 지검장의 경우 실제로 집안이 찢어지게 가난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간다”고 전했다. [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