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소리 막는 센 입김 있나
▲ MBC 기자들이 신경민 앵커 교체에 반발해 지난 9일 뉴스 제작 거부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 ||
이번 MBC 봄 개편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경영진이 내세운 ‘제작비 절감’ ‘경쟁력 강화’ 등의 명분 뒤에 정치적 압력이 도사리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MBC 라디오국은 보도국보다 먼저 움직였다. 지난 8일 1990년 이후 입사한 라디오 PD 전원은 연가투쟁에 돌입했다.
보도국보다 라디오PD들이 먼저 행동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라디오국의 한 관계자는 “명분이 뚜렷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우선 MBC 자체 조사 결과 자사 공헌도 3위, 타사 포함 청취율 6위를 기록 중인 <세상은 그리고 우리는>의 DJ 교체는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김미화에게 지급되는 출연료는 상식선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라디오국 관계자의 말처럼 김미화의 ‘몸값’은 그가 창출하는 수익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결국 지난 6년간 단 한 차례도 교체가 검토되지 않았던 김미화의 하차 논의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한 압박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라디오국의 중론이다.김미화의 하차를 묵과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에는 ‘제2의 김미화 사태’를 막자는 의미도 포함됐다. 김철영 언론노조 MBC본부 라디오부문 대의원은 “김미화를 낙마시키면 그 다음은 자연스레 손석희가 아닐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신경민 전 앵커(왼쪽),김미화(오른쪽) | ||
지난 10일 MBC 라디오국에서 만난 고위 관계자는 “김미화가 남을 확률은 1%도 되지 않는다. 하차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김미화를 내보내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확고했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김미화는 어떻게 1%라는 좁은 문을 통과한 것일까.
MBC 보도국 관계자는 “대마(大馬)를 잡기 위함이 아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신경민 앵커를 칭하는 말이다. MBC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뉴스데스크>의 간판 앵커를 내려 앉히기 위해 ‘김미화 유임’을 회유책으로 선택했다는 얘기다. 경영진에게 신경민 앵커 하차는 김미화 퇴출보다 명분이 많은 싸움이었다. <뉴스데스크>는 방송3사 메인 뉴스 중 시청률이 가장 낮다. 신경민 앵커의 트레이드마크인 ‘클로징 멘트’는 팬도 많았지만 적도 많이 양산했다.
보도국 간부들 사이에서도 “신경민 앵커가 다소 편향적”이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신경민 앵커의 교체로 인한 후폭풍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을 모양새다. MBC 보도본부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소속 기자들은 지난 13일 보도국장 불신임안을 가결시켰다.
총 96명의 기자 중 93명이 찬성에 표를 던져 97%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19개 MBC 계열사 기자들은 14일 오전 9시부터 서울로 뉴스 송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의하고 일부 앵커들도 제작 거부에 나서기도 했다.
비대위는 이어 “전영배 보도국장조차 지난 7일 보도본부 기별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청와대의 압력이 있다는 걸 나도 안다’고 답변했다”면서 “청와대가 오래 전부터 신경민 앵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노골적으로 교체를 요구해왔다는 것은 보도본부 구성원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보도국 관계자는 “소문을 들어 알고 있다는 정도의 말이 확대 해석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경민 앵커는 13일 마지막 <뉴스데스크>를 “할 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 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라는 말로 맺었다. ‘할 말이 많다’던 신 앵커의 목소리가 그를 지키려 하는 MBC 보도국원들을 통해 어떻게 전달될 지 관심이 쏠린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