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포’ 떼니 -1800억…참 쉽죠잉
롯데의 숙원사업으로 꼽힌 제2롯데월드 신축이 성남 서울공항을 오가는 항공기 안전 위협문제 이유로 반대에 부딪혀오다 MB 정부 초기 건설 허가가 떨어졌다. 10월 23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2015년 서울 ADEX 국제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 활주로 저편으로 제2롯데월드가 보인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롯데의 숙원사업으로 꼽힌 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는 지난 20년여 동안 끝없는 반대에 부딪혀 왔다. 555m 높이를 원했던 롯데와 달리 국방부와 공군이 성남 서울공항을 오가는 항공기 안전성 위협문제를 이유로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사시 전투기가 출격해야하는 서울공항의 특수성 때문에 공군과 국방부의 반대는 더욱 격렬했다.
하지만 MB(이명박) 정부 초기였던 지난 2008년 말 롯데는 서울공항의 동편 활주로 각도를 3도가량 트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전액 부담하겠다는 명분으로 제2롯데월드를 착공할 수 있었다. ‘3000억 원설’이 처음 나온 것도 이때였다. 공군과 국방부가 제2롯데월드 신축과 관련해 서울공항의 비행안전 및 작전운영 여건 보장에 필요하다며 제시한 리스트의 비용을 종합해보면 대략 3000억 원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이 중 롯데가 국방부와 공군 측의 요구를 일부 거절하면서 2000억 원가량이 줄어들었다. 지난주 “항간의 비용 3000억 원설은 대통령 전용기 관련 시설을 다 옮기는 걸 포함해 정치권에 떠돌았던 얘기로 활주로 변경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던 롯데물산 측의 해명과 달랐다.
당시 국방부와 공군 측이 제시한 리스트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한 항목은 ‘KA-1 대대’의 원주 이전이었다. KA-1은 최초의 국산 훈련기 KT-1에 기총 등을 무장해 운항하는 기체로 적의 기갑부대나 서해상으로 침투하는 경비정에 대한 근접항공지원(CAS)의 임무를 맡고 있다. 800억 원에 달할 만큼 규모가 컸던 KA-1 대대 이전 비용은 양측에 이견이 생기며 쟁점화됐다. 이유는 황당하게도 롯데에 비용을 요구한 국방부와 공군이 제2롯데월드와 KA-1 대대 이전이 무관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회 속기록에 남아있다. 지난 2009년 2월 3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제가 지난 1월 12일 국방부 장관에게 ‘롯데를 지으니까 KA-1 대대를 원주기지로 옮기는 것 아니냐?’ 이렇게 물었더니 국방부 장관은 ‘그렇지 않다. 국방부와 공군이 검토해서 이전하는 것이 전술적으로 더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또 1월 19일 국방부 대변인이 ‘KA-1 대대의 원주기지 이전은 롯데월드와 관계없다.’ 이렇게 몇 번 강조를 했다”면서 당시 국회 국방위에 참석한 김광우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에게 ‘KA-1 대대를 옮기는 것이 롯데를 짓기 때문이냐’고 물었다. 김 기획관이 ‘아니다’라고 답변하자 유 의원은 “롯데와 무관하면 왜 롯데가 부담할 비용 리스트에 KA-1 이전에 따른 수용시설이 포함돼 있느냐”고 질책했다.
유 의원은 이어 “국방부와 공군이 지금 계속 반복적으로 KA-1 대대의 원주기지 이전은 제2롯데월드 건설하고 무관하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돈은 롯데가 대라 그러면, 어느 기업이 그 돈을 대겠나. 장관부터 국회에 와 가지고 ‘관계없다’ 이래 놓고, 지금 혼성비행단장도 ‘관계없다’ 이래 놓고 롯데한테 왜 그렇게 억울한 비용을 부담하라 그러느냐”고 따졌다.
유 의원의 강한 추궁 배경은 국방계획에 따라 KA-1 대대 이전한다는 국방부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서해에서 비행기로 20분 거리인 횡성으로 KA-1 대대가 이전하면 주요 임무인 서해상으로 침투하는 경비정에 대한 공중 지원을 사실상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번 출격해 1시간 30분가량의 임무시간을 가진 KA-1 경공격기 기지가 원주로 이전하면 원주에서 서울공항까지 20분씩 왕복 40분이 더 걸려 임무에 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롯데와 공군 측이 작성한 합의서에 따르면 롯데는 서울공항의 비행안전 및 작전운영상의 제한 요소를 해소하는 데 필요로 하는 사항에 대해 ‘장비 및 시설보완’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한다고 했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가 국방과 안보에 해를 끼친다는 항간의 의혹을 의식한 탓인지 국방부와 공군 측이 나서서 제2롯데월드와 KA-1 대대의 이전이 무관하다고 한 자승자박식 논리 탓에 KA-1 기지는 원주로 이전했지만 비용 800억 원은 받아내지 못한 셈이다.
또한 제2롯데월드 신축에 따른 서울공항 안전장비 보강을 위해 군은 롯데 측에 관제레이더, 거리측정장비, 전방향 무선표지시설 등을 요구했다. 공군 측이 요구한 것은 약 1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첨단 장비로 롯데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많은 부분이 빠지게 됐다. 롯데가 비행 안전 관련 장비는 기존 활주로 장비를 재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새로 사 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롯데는 약 1000억 원을 추가로 절감할 수 있었다.
200억 원가량 차지하는 인건비 문제도 있었다. 당시 국방부와 공군 측은 활주로 이전 공사에 대해 공사비를 추산한 비용을 받길 원했다. 반면 롯데 측은 공사 관련 비용을 현물로 주기로 했기 때문에 공사에 필요한 재료와 자재에다 필요한 기계 및 차량 등을 리스해주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즉 공사 인력은 군에서 알아서 조달하라는 것이다. 군은 롯데 측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이뤄진 활주로 공사에 병사를 투입해 부담을 지우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병사들이 동원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방부와 공군 측에서 인건비를 부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롯데 측의 주장대로 통과되며 200억 원이 더 줄어들었다.
<일요신문>의 여러 사실관계 확인 요청에 대해 롯데 측은 “공군 측에 문의했지만 해당 건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했다”며 “전에도 밝혔듯이 롯데는 공군에서 요구한 장비 및 시설 보완 공사를 실시해 일체를 양도했을 뿐이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적으로 제2롯데월드 건설 부지는 공군 주활주로 및 동편활주로(부활주로)에서 6㎞ 이상 떨어져 있어 비행안전구역 밖이다. 전문기관 기술검토와 미연방항공청 공인 충돌위험모델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살펴봐도 안전한 곳이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