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긍심 자부심 심어줘야” vs “독재를 독재라 말자굽쇼?”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과 도종환 새정치연합 의원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사진은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겉으론 당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비치지만, 정작 내부는 차분한 편이다. 냉정하게 현 교과서 내용을 분석하고 어떤 방향으로 집필이 되어야 할지, 대국민 홍보 방법 등을 차분하게 고민하고 있다. 오히려 총력을 기울이는 쪽은 야당 같다. 거리에 나가고 피켓 들고 이런 것 보면 야당 내 분열을 이걸로 봉합하는 게 아닌가. 오히려 우리가 야당이 결집할 기회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웃지못할 얘기도 나온다.”
―국정교과서를 꼭 해야 할 이유가 있나.
“검인정 체계는 이제 한계에 왔다. 최근 2년간 교육부 지시로 검인정 역사교과서 내용을 수정한 건수가 무려 ‘2700여 건’이다. 수정이 왜 됐겠는가. 그만큼 편향성, 오류가 끝도 없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검인정 체계를 개선해보자고 노력했다. 그런데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심지어 일부 집필진은 수정 지시도 따르지 않는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편향성, 오류에 대한 근거가 있나.
“교육부가 수정 지시했지만 아직도 고치지 못한 내용을 보자. 예를 들면 ‘WTO는 FTA의 체결을 강요하며 시장 개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것은 자칫 자유주의무역정책과 WTO 체제가 부정적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 또 ‘김영삼 정부 당시 북한의 핵개발 의혹’으로 적어놨는데, 실제로는 그 당시 북한은 이미 핵개발을 하고 있었다. 시장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판정된 사실도 의혹으로 둔갑하는 이런 애매모호한 서술이 근거다. 결국 검인정 집필진의 문제 아니겠느냐.”
―집필진이 어떤 문제가 있는가.
“1970, 80년대 운동권을 거쳐 민중사관을 가진 근현대사학자들이 사실상 검인정 체계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집필진의 민중사관은 ‘현대판 식민사관’을 보는 듯하다. 식민지 시대 일제가 ‘식민사관’을 토대로 조선시대 역사를 암울하게 만들었듯, 지금은 ‘민중사관’이 우리 근현대사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현 검인정 집필진으로는 편향성과 한계가 명확하다.”
―집필진을 국가가 구성해도 편향성 논란은 나올 것 같은데. 국가 입맛에 맞추지 않겠는가.
“적어도 민중사관이 독점하는 현 검인정 체계보단 낫다. 워낙 폐쇄적이다 보니 외부의 다양한 시각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오히려 이런 독점을 깨고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균형 잡힌 역사를 쓰자는 게 국정교과서 추진의 핵심이다.”
―‘객관적 사실’ ‘균형’ 등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지 않나. 특히 근현대사는 더욱 시각차가 심한데.
“식민지 근대화론을 예로 들어보자. 객관적 지표로 봤을 때 식민지 때 근대화가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근대화가 아니라 일제에 의한 어쩔 수 없는 근대화였다. 이게 ‘사실’이자 ‘균형’이다. 식민지 근대화론만 나오면 무조건 친일이라고 몰아세우는 게 현 검인정 체계의 현실이다. ‘교학사 교과서’만 봐도 그대로 배척 아닌가. 교학사 교과서가 옳다는 게 아니다. 사실 그대로 쓰자는 거다. 지표에 근거해, 객관적인 주석 등을 달자는 것이다.
―그래도 집권 세력은 ‘보수’ 아닌가. 일각에선 ‘우편향 교과서’를 우려한다.
“교과서 집필기준에 따르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발전 과정과 그 기본적 질서에 입각해 서술한다고 되어 있다. 우리나라 체제에 맞는 교과서를 편찬하자는 건데 이것을 우편향적이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한 공세 같다. 헌법에 보장된 우리의 체제에 맞는 교과서 기술을 할 것이라 본다.”
―집필진 구성이 중요할 듯한데, 사학자들의 집필 거부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노력해야할 부분이 있다. 이번을 계기로 오히려 사학계에 자성의 목소리를 촉구시켰다고 본다. 이제까지 편향된 역사교과서를 쓰면서도 한 번도 반성의 목소리가 없었다. 사학계가 치열한 논쟁을 통해 올바르게 자리를 잡는다면 올바른 집필진 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
―정치권 얘기를 해보자. 최근 당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태, 정병국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이 최근 반대 목소리는 냈지만,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다 공감하고 있다. 지난주(15일)에 의원총회를 했는데 확인해보니 김용태, 정병국 의원 모두 참석을 하지 않았더라. 그날 의총 때 오시고 외부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었다면 국정 교과서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지지했을 것으로 본다. 의총 참석한 한 의원은 ‘제2의 건국을 한다는 마음으로 국정 교과서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같은 당 출신인 정의화 국회의장마저도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비비 44억 원 편성도 말이 많은데 너무 ‘속도전’ 아닌가.
“그런 지적이 있는 것을 안다. 국민들께서도 이게 갑자기 확 튀어나온 이슈가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내부적으로 굉장히 고민하고 심도 있게 논의했다. 실제로 장관 고시라는 게 여태까지 이 정도 의견을 수렴한 적이 없었다. 2014년도에 교육과정평가원을 통해서 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당시 언론에 크게 부각이 안 되었을 뿐, 의견수렴, 토론회, 공청회 등 절차는 사실상 다 거쳤다. 예비비 편성도 국가재정법에 근거해 정당하게 이뤄졌다.”
―국정교과서 이슈로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것은 아닌가.
“그것은 정말 난센스다. 이미 정부 고시까지 된 사안이고, 당에서는 그 필요성을 공감해 힘을 실어줄 뿐이다. 당에서는 국정 교과서보다는 민생 행보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정 교과서를 정치이슈로 들고 와서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교육부 장관이 이미 소신을 갖고 추진하는 사안이다. 정치권은 이를 존중해줘야 한다.”
―각 여론조사에 따르면 찬반이 팽팽하다가 최근 반대로 조금 기우는 모양새다. 향후 활동 계획은.
“학부모들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접촉을 넓혀갈 것이다. 국정 교과서는 이제 시대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제대로 된 역사교과서가 나와야 하고 그 내용은 국가의 공과를 서술하되, 결국은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있어야 한다. 자부심과 긍지도 배우지 못하는 역사라면 역사를 가르칠 이유가 없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