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김정욱·안병희 캠프 가동…‘네트워크 로펌’ 규제 화두 속 로스쿨 출신 개업 변호사 표심 잡기 총력
현재 출마를 선언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법조인은 3명. 안병희(군법무관시험 7회) 변호사와 금태섭(사법연수원 24기)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정욱(변호사시험 2회)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이 후보 등록을 마쳤거나 준비 중이다.
대한변협 회장의 임기는 이번 당선인부터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1월 20일 열리는 선거를 앞두고 캠프가 속속 꾸려져 가동되기 시작했다. 12월 21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법조삼륜의 한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경쟁의 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네트워크 로펌 규제 한목소리
사실 변호사 업계에서는 ‘네트워크 로펌’에 대한 문제가 화두였다. 네트워크 로펌은 지역마다 여러 개의 분사무소를 설치하고, 하나의 브랜드로 다량의 광고를 해 의뢰인을 유치하는 형태의 법무법인이다. 사무소마다 당직 변호사도 둬, 24시간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곳도 있다. 이를 알리기 위해 영입, 광고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하는 게 특징이다.
‘언제든 빠르게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해주겠다’며 사건을 수임하는 방식인데, 문제는 사건을 수임하는 과정까지의 홍보가 ‘과장됐다’는 것이다. 특히 전관 등을 내세워 ‘사건을 맡아준다’고 하면서 정작 전관 변호사는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등장하는 등 법조 윤리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세 후보 모두 네트워크 로펌 규제에 동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태섭 후보는 네트워크 로펌 등 시장교란행위 근절하기 위한 방법으로 △현행 법질서위반 감독센터를 ‘시장교란행위 대응센터’로 확충 운영 △ 마케팅 행태를 바로잡도록 광고규정 전면 개정 △무분별한 전관광고 비변호사 홍보를 제한하겠다는 안을 꺼내들었다.
김정욱 후보는 △본사 및 지사 용어 사용 금지 △주사무소와 분사무소의 광고 분리 △전직 경찰관 등 전문위원 광고 금지 등 6개 내용을 광고규정으로 통과시키겠다며, 구체적인 규제 방안을 제안했다. 네트워크 로펌의 무분별한 광고와 문어발식 확장을 막겠다는 것이다.
출마의 변부터 ‘네트워크 로펌 확장 규제’를 내 건 안병희 후보는 네트워크 로펌 규제를 위해 매출액 대비 광고비 상한제·총량제를 도입하고, 분사무소와 지사의 설치를 제한하겠다고 제안했다.
#변호사 수익 확대에도 한목소리
그 외 제안 정책들의 방향도 ‘변호사 수익성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태섭 후보는 IPO( 기업공개) 시 법률실사를 의무화해 법조시장을 확대하고 청년 변호사 지원을 위해 개업 스타터팩 지급 및 브랜딩 지원 강화, 실무수습 내실화 및 직무별 취업설명 강화를 제안했다. 또 변호사에 한해 판결문 전면 공개와 형사성공보수 법안 통과도 내걸었다.
김정욱 후보도 △변호사의 비밀 유지권(ACP) △소송비용 부가가치세 폐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 제도 △공동주택관리법 일부 개정안 △변호사 대상 범죄 가중처벌을 위한 변호사법 개정안 △형사 성공보수 인정 법률 개정안 통과 등을 제안했다. 또, 유사직역(변리사, 감정평가사, 세무사, 노무사, 행정사 등)에게 침탈된 변호사 직역을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안병희 후보는 △변호사 의뢰인 비밀보호 제도(ACP) 추진 △변호사 수 감축 추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개정 추진 △변호사지원센터 설립 등을 제안했다.
‘변호사 수입 300만 원’ 시대에 이를 타파하기 위한 정책들을 앞다퉈 제안하고 있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2014~2022년 전문직 소득 자료에 따르면 변호사의 평균 소득 7000만 원이지만, 중위 소득(100명 중 50명째의 소득) 3000만 원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의 개업 변호사들이 비용과 세금 등을 제외하면 한 달 수입이 300만 원도 안 되는 셈이다.
그동안 대한변협, 서울변호사협회 회장 선거가 ‘먹고 사는 문제’에 다들 집중해왔다지만, 이번 선거를 앞두고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개업 변호사는 “지금은 ‘로스쿨 출신 개업 변호사’들이 누구를 찍어주느냐가 결국 대한변협 회장 선거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앞다퉈 개업 변호사들의 표를 받기 위해 유사한 제안들을 쏟아내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비상계엄도 작지 않은 변수
대한민국을 놀라게 했던 비상계엄 파동도 적지 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란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법조인들의 관심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대한변협도 4일 ‘비상계엄 해제하라’, 7일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특검 임명 절차에 적극 응하겠다’ 등의 세 차례 성명을 냈다.
대한변협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할 질문에 안병희 후보 측은 “적정한 시점에 바람직한 메시지를 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지난 2년간 대한변호사협회가 견지해 온 친정부 성향의 스탠스와 부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작은 로펌을 운영 중인 한 대표 변호사는 “아무래도 법조인들이다 보니 비상계엄 파동의 위헌 여부와 내란죄 가능 여부를 놓고 변호사들마다 의견이 조금씩 나뉘는 감이 있다”며 “이번 대한변협 선거의 가장 큰 키워드는 ‘변호사들의 먹고 사는 문제’겠지만, 비상계엄 파동에 따른 대한변협 역할의 중요성을 잘 던져주는 것도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