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긍심 자부심 심어줘야” vs “독재를 독재라 말자굽쇼?”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과 도종환 새정치연합 의원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사진은 도종환 새정치연합 의원.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결국 우리 역사의 틀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013년 ‘역사전쟁’을 선포할 때, 현재까지 우리가 설명한 역사를 두고 ‘자학사관’이라했다. 이게 뭔가. 친일파가 득세하고 독립운동한 사람들은 삼대가 가난하다는 식의 서술은 싫다는 거다. 어떻게 바꾸느냐. 식민지시대에 근대화가 됐고, 이승만을 중심으로 건국을 했고, 박정희 대통령 때 부를 이뤘다는 식으로. 즉, 친일이 근대화로, 분단을 건국으로, 독재를 부국으로만 설명하고자 한다. 그렇게 보지 않는 것은 자학사관이라고. 자학사관은 일본 아베 총리가 주장하는 관점이다.”
―자세히 말해 달라.
“한국에서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면, 과거 무라야마나 고노 총리는 사과를 했지만 아베 정부는 사과가 곧 일본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본다. 또 난징학살에 대해 일본 일부 지식인들이 사과를 하면 ‘적국의 주장을 수용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부끄럽게 바라보는 관점’ 식으로 본다. 이게 현재 아베와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주장이다. 이 역사관을 우리가 그대로 도입한 거다.”
―일본 극우주의 역사관이 도입됐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식민지에 저항한 사람들은 삼대가 못 산다는 식으로 (현실적인) 설명하는 것을 ‘자학사관’으로 보고 있지 않나. 이러한 흐름은 이미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있어왔다. 그래서 나온 것이 2008년 ‘근·현대사 대안교과서(기파랑)’와 2013년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다.”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국정화 주장은 당시 교학사 교과서가 좌절되면서 나왔다.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률이 저조하니 국정으로 가자는 것이고, 권력을 잡았는데 왜 못 가느냐는 생각이다. 9월에 있었던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을 보면 이미 이승만 중심의 독립운동사, 친일에 대한 학습요소 축소, 북한이란 단어는 덜어내는 등 변화가 있었다. 또 초등학교 교과서를 보면 ‘이토 히로부미가 을사조약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의병을 (학살이 아닌) 대토벌했다’ ‘쌀을 일본에 (수탈이 아닌) 수출했다’ ‘(유신독재가 아닌) 민주주의 제한 정책’으로 표현했다. 이는 우리 헌법정신과 안 맞는다.”
―어떤 부분을 말하는 것인가.
“첫째는 이승만 중심의 독립운동 서술은 헌법 전문에서 명시된 ‘3·1운동과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는다’는 부분과 상치된다. 근·현대사 대안교과서에서 보면 김구의 독립운동을 테러라 표현한다. 둘째는 5·16을 혁명이며 국민의 온 힘을 모은 사건으로 기술하는데 이는 헌법에서 명시한 4·19 민주이념을 축소시키는 처사다. 셋째는 북한에 대해 적대적으로 가르치자는 것이다. 이는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화해와 협력해야한다는 헌법적 가치와 상충된다.”
―국정화 이후 예상 가능한 후폭풍은.
“(일부의) 교수는 집필을 거부하고 교사는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고 학생들은 배움을 거부할 수 있다. 만약 이에 반하여 교사나 교육감이 대안교과서를 만든다고 한다면 교사에겐 징계를, 교육감에겐 재정압박을 줄 수 있다. 그럼 지방교육이 제대로 작동 못한다. 또 앞서 말했지만 헌법적 가치가 안 맞는다면 헌법도 바꿀 수 있다.”
정의당 의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 중단을 촉구하는 대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을 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교과서 국정화가 헌법 개정의 초석일 수 있다는 것인가.
“김무성 대표가 얘기하고 다니지 않나. 총선에서 180석 이상 얻어서 헌법 개정하겠다고. 새누리당이 그런 상상을 한다면, 이건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다. 또 김 대표는 2013년 이미 ‘역사 전쟁’을 선포했는데, 역사는 해석에 따른 논쟁과 토론의 대상이지 전쟁해서 억지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말도 안 된다.”
―올바른 역사 교과서와 역사교육은 무엇인가.
“역사책은 우리 집단 자서전이다. 누가 임의로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다. 역사 속에는 자랑스러운 것도 있지만, 감추거나 확대하고 싶은 것도 있다. 이 모든 게 역사다. 개인과 연관해서 바꾸고 조정하는 대상이 아니다. 또 있는 그대로를 가르치는 게 역사교육이다. 어떤 정권이 역사 교과서를 바꾸고 싶어서 바꾼다면, 다음 정권은 또 바꾼다. 옛날 사초를 쓰던 사관은 임금도 못 보게 했고, 임금도 사초에 손대는 것은 두려워했다.”
―다른 국가에서도 국정 교과서가 존재한다.
“반대쪽에서 베트남도 국정이라고 예를 들더라. 허나 베트남은 지난 4월 국정에서 검정으로 가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베트남 정부는 이를 ‘선진화의 길’로 표현했다. 베트남보다 수준 높은 우리는 후진으로 가고 있다. 국정을 택한 나라는 북한 같은 전제주의 국가나 몇몇 이슬람국가밖에 없다. UN은 ‘역사교육은 관용, 상호이해, 인권, 민주주의 등을 기반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국정을 쓰는 국가에 검·인정으로 바꾸라고 권고하고 있다.”
―정부는 좌우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집필진 구성을 통해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이미 김무성 대표는 우리 역사학자 중 90%가 좌파라고 매도했다. 10년 전부터 이미 뉴라이트 학자들은 내부적으로 본인들을 중심으로 가겠다고 해왔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위원장으로 있었던 국가정상화추진위는 2011년 자료집을 통해 ‘검정제에선 우리 학자들을 집필기준평가위에 앉히고 이것이 어려우면 국정으로 간다. 우리 사람이 부족하면 정치학자, 경제학자도 참여시킨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미 자기 사람들 아니면 배제한다는 플랜이 있다.”
―교과서 국정화는 의회 의결사안이 아니다. 대응에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맞다. 이 문제는 대통령령으로 행정적 조치만 있으면 끝이다. 내달 5일 확정고시 발표 전 2일까지 외부의 의견을 듣는 행정예고기간이 있다. 이 기간 동안 반대의견 10만 명분을 접수하고 1000만 명의 반대서명으로 받을 계획이다. 또 현재의 이념대결 프레임을 ‘진실과 거짓’의 프레임으로 돌파한다. 예를 들어, 상대편에선 ‘교과서가 아이들에게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 현 교과서 모두 주체사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또 상대편에선 ‘6·25 전쟁 책임은 남북 모두에게 있다고 가르친다’고 하지만, 실제 모든 교과서엔 당시 북한의 작전명령까지 기재하며 ‘남침’으로 가르치고 있다. 전국 대도시에 홍보부스를 만들어 우리 교문위원들이 직접 나서서 이러한 거짓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
―야당은 만날 끌려 다닌다는 인상이 있다. 이번 파동도 여당의 떡밥을 야당이 문 꼴이란 비판도 있는데.
“항상 저쪽에서 던질 수밖에 없다. 야당은 싸우기 어렵고 고단하다. 우리 사회는 보수가 주류다. TV토론회에 나가도 이미 포맷은 여당과 상의해서 만든다. 하지만 이기고도 지는 싸움이 있고, 지고도 이기는 싸움이 있다. 설령 교과서 국정으로 확정돼도 끝이 아니다. 후에 집필진 구성, 교육내용 반영 여부, 혹시 있을 불복종 운동 및 이에 대한 정부의 압박을 어떻게 대응할지 등 역사의 가치를 지키는 싸움은 계속된다. 우리의 싸움은 이제 시작됐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