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업튀’ 신드롬 이으려 리스크 적은 로맨스 장르 택해…아이유 만나 흥행 타율까지 높여
2024년 초 방송한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변우석이 다음 출연작을 두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작품을 확정했다. 2025년 하반기 방송을 목표로 제작에 돌입한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 부인’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 입헌군주제가 유지된다는 설정의 드라마로, 왕자와 재벌가 딸의 사랑 이야기다. 주인공으로 변우석과 아이유가 캐스팅되면서 ‘21세기 대군 부인’은 2025년 방송가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변우석, 숱한 러브콜 가운데 왜 로맨스 택했나
변우석은 지난 5월 ‘선재 업고 튀어’ 종영과 동시에 여러 드라마로부터 주인공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쉼 없이 받았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를 아우르는 글로벌 팬덤까지 형성한 덕분에 드라마뿐 아니라 광고계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졌다. 캐스팅 단계인 드라마들이 한 번쯤 변우석에게 출연 제안을 했다는 이야기가 방송가에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변우석은 좀처럼 차기작을 결정하지 않았다. 최근 내로라하는 톱스타들까지도 공백기 없이 꾸준한 작품 활동에 몰두하는 상황이지만 변우석은 차기작 선택을 서두르지 않았다. ‘선재 업고 튀어’의 폭발적인 인기로 신드롬의 주역이 되면서 가진 부담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섣불리 출연작을 결정하기보다 조심스러운 행보를 택했다.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절정의 인기를 잇기 위해 어느 때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방송가에서는 ‘21세기 대군 부인’을 차기작으로 선택한 변우석의 전략을 영리한 판단이라고 평가한다. ‘선재 업고 튀어’로 증명한 매력을 충분히 이어갈 수 있는 드라마인 데다, 상대 역이 아이유라는 사실에서도 리스크를 줄였다는 해석이다. 새로운 장르나 캐릭터에 도전하는 모험보다 대중이 뜨겁게 사랑한 자신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안전한 길을 택해 팬덤은 물론 높이 쌓은 인기를 유지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실제로 ‘21세기 대군 부인’은 변우석에게 최적화된 작품이다. 왕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변우석이 연기하는 인물은 ‘왕자’다. 이처럼 판타지 로맨스의 최정점에서 다시금 시청자의 마음을 공략한다. 드라마는 왕이 있고 신분으로 계급을 나누는 대한민국이 배경이다.
극 중 왕은 신분 제도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지만 이미 자본주의로 팽배한 세상에서 그리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한다. 변우석이 연기하는 왕자 이안대군 역시 왕족이라는 신분 말고는 가진 게 없다. 그런 이안대군 앞에 재계 순위 1위인 재벌가의 딸 성희주가 나타나고, 이들은 우연한 사건을 겪으면서 사랑에 빠진다. 지독한 승부욕을 지닌 성희주를 아이유가 연기한다.
변우석과 아이유는 ‘21세기 대군 부인’의 기발한 스토리와 대본의 완성도에 주목해 출연을 결정했다. 이 드라마는 신인 유아인 작가가 집필한 MBC 극본 공모 당선작이다. 정점의 인기를 누리는 변우석은 물론 그동안 박해영, 임상춘 등 스타 작가들과 주로 작업한 아이유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신인 작가의 작품에 처음 도전한다.
#타이틀롤은 아이유…변우석 부담 덜까
‘21세기 대군 부인’은 내년 하반기 방송을 목표로 제작에 본격 돌입했다. 다만 주인공으로 변우석과 아이유가 출연한다는 사실 외에 연출을 누가 맡을지, 구체적인 편성 시기 등은 확정하지 않았다. 드라마 제목 역시 아직까지는 가제인 상태다. 제작 진행 과정에서 제목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사실 ‘대군 부인’이라는 드라마의 제목만 보면 극을 이끄는 주인공은 변우석보다 아이유에 가깝다. 전체적인 흐름이 아이유가 연기하는 성희주의 시선으로 진행된다는 사실도 짐작할 수 있다. 드라마의 제목과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주연을 맡은 배우들이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을 하거나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아이유의 주도권이 조금 더 많게 느껴지는 작품을 택한 변우석의 결정도 새삼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해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은 ‘변우석이 상대적으로 부담을 줄이는 선택’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한 드라마 제작사의 관계자는 “아이유는 변우석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메인 주인공으로 활약한 경험이 더욱 풍부하다”며 “그동안 변우석이 주연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로 비슷한 경력의 신인들과 연기한 상황과 이번 ‘21세기 대군 부인’의 조건은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다.
아이유는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와 ‘나의 아저씨’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영화 ‘브로커’와 ‘드림’, 내년 공개를 준비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김원석 PD의 신작 ‘폭삭 속았수다’까지 드양한 장르를 두루 소화했다. 변우석 역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tvN ‘청춘기록’부터 영화 ‘나의 소울 메이트’를 거쳐 최근 ‘선재 업고 튀어’까지 연기 도전을 거듭했지만 참여한 장르나 역할, 비중의 측면에서 아이유의 활동만큼 다양하지 않았다.
그런 변우석에게 이번 ‘21세기 대군 부인’은 ‘선재 업고 튀어’보다 더 중요한 작품이다. 신드롬의 주역으로 등극한 상황에서 참여하는 첫 작품인 만큼 글로벌 팬들은 물론 방송가와 영화계는 물론 광고계까지 엔터테인먼트 전체의 시선이 그에게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여러 부담을 딛고 변우석이 또 한 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요즘은 완성된 작품이 공개되기 전까지, 누구도 흥행을 점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신드롬의 주인공이자, 글로벌 팬덤을 등에 업은 변우석은 2024년 현재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는 스타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어렵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