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 비주얼 통했다, 바닥 찍고 하이킥
황정음은 <그녀는 예뻤다>에서 역대급 폭탄녀 캐릭터를 맡았지만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찾아 입은 듯한 연기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제공=MBC
황정음은 요즘 처절할 정도로 망가진 얼굴로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극본 조성희·연출 정대윤)에 출연하고 있다. 패션 감각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에 뒤떨어진 못난이 캐릭터를 맡았지만 황정음은 마치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찾아 입은 듯한 연기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드라마의 시청률도 매회 고공행진이다. 방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한 자릿수에 머물렀지만 중반부를 넘긴 현재 20% 돌파를 앞두고 있다. ‘황정음 효과’라고 부를 만한 인기다.
<킬미힐미>
# 통장잔고 400원…“절박했다”
황정음은 2002년 아이돌 그룹 슈가의 멤버로 데뷔했다. 하지만 가수로 활동하면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룹에서 탈퇴하고 연기자로 전향할 때도 그저 ‘연예인 활동을 잇기 위한 궁여지책’이란 시선이 많았다.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며 이미지 추락도 맛봤다. 그의 연기를 향한 혹독한 평가는 단순한 ‘악평’에 그치지 않고 ‘발 연기’라는 오명으로까지 이어졌다.
황정음이 연기를 시작한 때는 2005년. SBS 드라마 <루루공주>에 단역으로 참여하면서다. 당시만 해도 가수 출신 연기자에 대한 선입관은 지금보다 더욱 견고했다. 비슷한 시기 연기를 시작한 성유리나 이효리가 부족한 실력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구설에 올랐고, 그런 분위기 속에 후발주자로 나선 황정음을 향한 시선 역시 곱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겨울새>
황정음을 향한 시선이 바뀐 결정적인 계기는 2008년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출연이다. 남녀 연예인이 가상의 부부라는 설정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황정음은 가상의 상대를 거부했다. 대신 실제 연인이던 가수 김용준과 함께했다. 그렇게 이들 커플은 2년 동안 방송을 함께하며 여느 평범한 20대 초반의 연인처럼 다투고 화해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줬다. 황정음에게 ‘귀여운’ 이미지가 생긴 것도 이 때부터다. 황정음과 김용준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뒤에도 연인 관계를 이었다. 황정음은 김용준의 군 입대는 물론 제대 때도 곁을 지켰다. 햇수로 9년여의 연애는 올해 초 막을 내렸다.
황정음에게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출연은 일대 전환점이 됐다. 당시 방송가에서는 그의 출연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끊임없는 제기됐던 연기력 논란 탓이다. 정극 드라마보다 연기와 표현력 면에서 난이도가 높은 시트콤에서 황정음이 과연 논란 없이 자신의 역할을 해낼지에 대한 우려도 상당했다. 황정음은 얼마 전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절박했다”고 돌이켰다. <지붕 뚫고 하이킥> 출연 직전 통장 잔고가 단 400원뿐이었다는 고백도 꺼냈다. 그의 절박함은 어렵게 찾아온 기회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됐다.
# 탁월한 작품 선구안, 쉼 없는 도전
황정음의 성공을 완성한 밑바탕은 ‘탁월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선구안에서 찾을 수 있다. <지붕 뚫고 하이킥> 성공 이후 그가 선택해온 작품들은 한 편도 빠짐없이 시청률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이를 두고 한 방송 관계자는 “황정음의 출연이 모든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끌었다기보다, 인기를 얻을 만한 작품을 기막히게 찾아내 선택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분석했다.
황정음에게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출연은 연기 인생의 일대 전환점이 됐다.
황정음의 남다른 선구안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최근 사례는 배우 지성과 함께한 드라마 <킬미 힐미>다. 이 작품은 남자 주인공 캐스팅을 놓고 난항을 겪어왔다.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던 몇몇 배우의 출연이 무산되면서 제작이 표류할 위기까지 처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배우들이 선뜻 출연을 결심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황정음은 “시놉시스가 흥미롭다”는 단순 명료한 이유를 대며 주연으로 나섰다. 결과는 역시 성공이다.
MBC <그녀는 예뻤다> 스틸컷.
만족을 모르는 성격 탓인지 그는 비슷한 역할을 맡거나 성공한 장르에 반복해 출연하기를 꺼린다. 대중에게 쉽고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는 로맨틱코미디 장르 대신 격정적인 시대극이나 까다로운 의학 드라마까지 두루 거쳤다. 그런 과정 끝에 만난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심하게 망가지는 역할을 소화하고 있지만 “두려움은 없다”고 말할 정도로 두둑한 자신감이 생겼다. 황정음은 “예전에는 드라마 캐릭터 분석을 열심히 했지만 요즘은 분석보다 즐기려고 한다. 편안한 마음으로 촬영장에 와서 제작진과 대화하다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는 사실을 차츰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황정음 효과? 망가지는 여배우들 얼짱 여신 신민아 몸꽝 연기 도전~ KBS <오 마이 비너스> 촬영 현장. 사진제공=몽작소 3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신민아가 대표적이다. 오는 11월 16일 방송을 시작하는 KBS 2TV 월화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의 주인공인 그는 극에서 20대를 공부와 가족 부양에 헌신한 탓에 외모가 망가질 대로 망가진 30대 변호사를 연기한다. 그동안 ‘여신 미모’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그로서는 데뷔 후 가장 파격적인 ‘외모 변신’에 나서는 셈이다. 외모를 포기한 듯한 여배우들의 모습은 대중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황정음은 “상상했던 것보다 너무나 망가져 화면 속 내 얼굴을 보고 우울할 때까지 있었다”고 말했지만 시청자의 반응은 그 반대다. 특히 여성 팬들의 지지가 유독 강하다. 신민아의 도전도 비슷한 효과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오 마이 비너스>의 한 제작 관계자는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장치로 미모를 감추는 외모의 변화를 시도할 예정”이라며 “신민아가 보여주는 일종의 반전 매력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들의 과감한 선택 덕분에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도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가난한 여주인공과 백마 탄 왕자’라는 진부한 설정에서 벗어나 외모와 무관하게 건강한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여성 캐릭터가 늘어나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