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들꽃결혼식 1호 커플이 탄생했다. 지난 25일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결혼식을 치룬 박일호 이명신 부부가 바로 그 주인공. 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올해로 서른셋 동갑내기로 2년 전 경주의 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한 두 사람은 허례허식이 많은 기존의 결혼문화에 반감이 들었다고 한다. 신랑 박일호 씨는 “판에 박힌 듯 공장에서 찍어내는 결혼식은 싫었다” 며 “하나하나 내손으로 준비하고 채운 결혼식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고 답했다.
이처럼 들꽃결혼식은 결혼식전반에 걸친 내용을 신랑 신부가 적극적으로 관여해 테마를 정하게 된다. 최근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작은 결혼식을 생각하는 예비부부들에게 서울시 결혼문화협동조합은 결혼식장부터 ‘스드메’까지 결혼식 과정 전반을 합리 적인 가격으로 진행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결혼식의 의미를 살리는 과정은 예비부부가 함께 하지만 난생 처음으로 결혼을 준비하기에 서툴러 질 수 있는 부분은 결혼문화협동조합이 맡아 조언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결혼식 과정에서 예비부부들은 방대한 정보와 웨딩업체들의 과다한 비용요구에 혼란을 빗게 되게 마련이다. 특히나 ‘스드메’라 불리는 웨딩 사진, 웨딩드레스 그리고 메이크업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들꽃결혼식은 이 부분을 서울시 결혼문화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돕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예비부부들은 일반적인 결혼식의 스드메 비용에 비해 매우 저렴한 비용만 내면 된다. 또한 협찬 및 후원사들은 들꽃 결혼식을 치르는 부부들을 위해 다양 협찬품을 준비하고 있다. 첫 번째 들꽃결혼식을 치른 박일호 이명신 부부에게는 GS편한세상이 음식물처리기를 협찬했다. 협찬 물품은 예비부부가 기부금을 내고 가져가게 된다. 게다가 법무법인 세한은 건강한 결혼문화를 만드는 들꽃결혼식의 정신에 동참하여 들꽃결혼식에 후원금을 기부하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들꽃결혼식을 치른 부부의 이름으로 좋은 곳에 기부까지 이뤄진다는 점이다. 들꽃결혼식의 또 다른 의미는 나눔과 기부라는 것에 눈길이 간다. 서울시 결혼협동조합 조합원들과 후원사 그리고 후원인들은 들꽃결혼식을 통해 후원금을 모금한다. 또한 일반인 기부도 함께 받는다. 이를 통해 조성된 기금은 미혼모 가정과 국내입양기관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기부되는데 들꽃결혼식을 치른 들꽃커플의 이름으로 기부된다.
실제로 들꽃커플 1호 박일호 이명신 부부는 결혼식장에 모금함을 설치 중앙입양원에 기부를 했다. 결혼식장인 태평홀 앞에 세워진 모금함에는 제일 먼저 이날의 신부인 이명신 신부가 손길을 모았다. 이명신 신부는 “결혼 전에도 입양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데 들꽃결혼식을 통해 중앙입양원으로 기부하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결혼식 현장에서 많은 하객들은 신랑 신부의 뜻에 동참했다.
서울시결혼문화협동조합 조완주 이사장은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한 들꽃결혼식이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되어 감격스럽다”며 앞으로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단 간소하지만 개성 있는 결혼식을 기획할 것”이라며 “인생의 새로운 시작인 결혼식으로 나눔을 실천하게 되어 더없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특히나 “앞으로도 공모를 통해 들꽃결혼식 취지에 맞는 커플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들꽃결혼식은 ‘기존의 형식적이고 고비용인 결혼문화에서 허례허식을 줄이고 결혼의 본질적인 의미를 되살린다’는 의미에 충실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진행된다. 화려한 꽃장식이나 꾸밈을 하지 않는 ‘자연결혼식’, 음식물 가짓수를 줄여 음식물쓰레기를 최소화 하는 ‘클린결혼식’, 친지와 친구 가족과 함께하는 ‘소규모 결혼식’, 웨딩드레스,메이크업,사진등에 과다한 지출을 하지 않고 직접 준비하는 ‘개성 있는 결혼식’, 또 ‘나눔과 기부가 있는 결혼식’이다. 들꽃결혼식은 서울시 관할 관공서, 야외예식장, 소규모웨딩홀 등에서 예식이 이루어진다. 결혼식을 치를 계획을 세운 예비부부는 서울시 결혼문화협동조합 홈페이지(www.lien.co.kr)에서 들꽃결혼식에 공모하면 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