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켄 수석 와인메이커 구스타보 오르만 방한…나라셀라, 카이켄 와이너리 세미나 개최
카이켄 와이너리의 구스타보 오르만(Gustavo Hörmann) 수석 와인메이커 겸 제너럴 매니저가 직접 방한해 진행한 이번 세미나는 11월 8일 나라셀라 도운빌딩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와이너리의 새로운 정점을 찍을 볼더를 포함해 총 6종의 카이켄 와인이 소개됐다.
특히 이번에 첫 선을 보인 카이켄 볼더는 멘도사 지역의 단 3헥타르 규모의 한정된 구역에서 생산되는 특별한 와인이다. 볼더는 ‘바위’를 뜻하는 이름처럼 포도밭에 산재한 거대한 암석들과 토착 식물들을 그대로 살려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포도를 기르기에 부적합할 정도로 험난한 지형이지만, 이 지역에서 나오는 포도만이 가진 독특한 풍미 때문에 카이켄은 이곳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볼더는 말벡 64%, 카버네 프랑 28%, 쁘띠 베르도 8%의 정교한 블렌딩으로 완성된다. 프랑스 오크통에서 12개월 숙성 후 6001 배럴에서 6개월간 추가 숙성되며, 여기에 18개월의 병입 숙성을 더해 깊이 있는 풍미를 완성한다. 최적의 음용 온도는 15~16℃다.
이날 함께 선보인 카이켄의 대표 와인들도 큰 관심을 받았다. 살타-아르헨티나에서 생산되는 테루아 시리즈 토론테스 2021은 아르헨티나의 독창적 화이트 품종으로, 신선한 느낌의 꽃향과 열대과일 아로마가 특징이다. 살짝 그린빛이 감도는 매력적인 골드빛 컬러의 이 와인은 동시에 입 안에서는 부드러운 텍스처와 균형 잡힌 산도를 보여준다. 최적의 음용 온도는 11~12℃다.
멘도사 지역에서 생산되는 카이켄 울트라 샤도네이 2021은 실크처럼 부드러운 황금빛의 와인으로, 프렌치 오크숙성에서 비롯된 우아한 바닐라 향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적당한 산도는 경쾌한 느낌의 신선함으로 이어지며, 길게 지속되는 피니시와 함께 열대과일의 풍미를 경험하게 해준다. 최적의 음용 온도는 12~13℃다.
카이켄 울트라 말벡 2020은 말벡 96%와 카버네 소비뇽 4%의 블렌딩으로, 깊은 제비꽃 색상이 유혹적으로 잔에 채워지며 초콜렛, 담배향 등을 보인다. 입에서는 풀바디(Full-body)한 느낌을 주면서도 둥글고 벨벳과 같은 유려한 식감을 품며, 과실미의 뒤를 이어서 바닐라와 토스트된 느낌이 감돌면서 길고 스무드한 피니시를 남긴다. 최적의 음용 온도는 17~18℃다.
와이너리의 또 다른 프리미엄 와인인 카이켄 마이 2020은 ‘첫 번째’를 뜻하는 원주민의 방언 ‘Mai’'에서 이름을 따왔다. 멘도사에 위치한 높은 해발고도의 자가 소유밭인 아그렐로, 비스탈바와 멘도사 프리미엄 지역인 우코 밸리에서 각각 포도를 수확해 뉴 프렌치 오크에서 18개월 숙성시킨다. 특히 80년에서 최대 105년 수령의 고목에서만 포도를 수확하여 소출량은 적지만 응축력과 집중력이 매우 뛰어난 와인이 생산된다. 최적의 음용 온도는 17~18℃다.
카이켄은 칠레의 명장 아우렐리오 몬테스가 2001년 설립한 와이너리다. 안데스 산맥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야생 오리의 이름을 따 명명됐으며, 이는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오가며 도전을 이어가는 와이너리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카이켄의 역사는 칠레 와인의 주역 몬테스와 깊은 연관이 있다. 몬테스 알파로 유명한 국내 칠레와인 돌풍의 주역 몬테스는 1988년 아우렐리오 몬테스와 뜻을 같이하는 3명의 파트너에 의해 창립됐다. 아우렐리오 몬테스는 명실상부하게 칠레 최고의 와인 마에스트로이자 스타 와인메이커다. 그는 마치 지휘자가 자리를 지키며 막히게 찾아내듯 최고의 포도밭 후보지를 분류적으로 가려내는 비범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 땅으로부터 최고의 것들을 고스란히 와인으로 담아내는 솜씨에 있어서 예술적 경지에 이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뛰어난 모험심과 도전 정신으로 칠레에서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안데스 산맥을 넘어 아르헨티나에 진출해 멘도사의 독특한 떼루아를 발견하고 카이켄을 설립했다. 특히 와이너리가 위치한 멘도사는 안데스 산맥의 높은 해발고도와 사막과 같은 기후 덕분에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한다고 한다.
이러한 자연 조건과 몬테스의 와인 철학이 만나 만들어진 카이켄은 짧은 시간 내에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이너리로 성장했다. 현재는 테루아 시리즈부터 울트라, 마이, 그리고 최상급 와인 볼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아르헨티나 와인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구스타보 오르만 와인메이커는 “카이켄은 칠레 와인의 기술력과 아르헨티나의 독특한 떼루아가 만나 탄생한 결과물”이라며 “특히 이번에 선보이는 볼더는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카이켄의 철학이 가장 잘 담긴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 와인 애호가들이 아르헨티나 와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볼더는 아직 국내에 판매 중이지 않은 제품으로, 현재 남미에서 한국으로 배송 중이라고 한다. 대략 4개월 뒤인 2025년 3월쯤 시장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판매 가격은 약 80만 원 이상이라고 알려졌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