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도부치고 실익도 없어 슬그머니 복귀
▲ ▲그룹 씨야. 가운데가 남규리 | ||
가수 아이비와 그룹 씨야의 멤버 남규리는 현재 가요계, 아니 연예계를 잠시 떠나 있는 이들로 곧 컴백할 예정이다. 아이비의 경우 사생활 관련 사안이 불거진 게 도화선이 됐지만 둘 다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가수 활동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선 처지가 비슷하다. 게다가 미니홈피를 통해 소속사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밝혔다는 부분 역시 유사하다. 더욱 눈길을 끄는 사안은 둘 다 단순히 서운함 표시 수준을 넘어선 폭로전 양상을 보였다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두 가수는 최근 소속사와 화해하고 다시 전속계약을 이어가며 가수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남규리의 경우 언론이 ‘현 상황은 남규리로서 최악의 수를 두는 격’ ‘원 소속사가 남규리를 매장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등등의 평을 내놓을 정도로 심각했다. 지난 4월 말 불거진 남규리와 소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전 GM기획)와의 분쟁은 전속계약 기간에 따른 해석 차이로 시작됐다. 남규리는 “전속계약 기간 3년이 끝났다”는 주장을 펼친 데 반해 코어콘텐츠미디어는 “본래 GM기획과 5년 계약을 했지만 엠넷미디어와 합병하며 3년 계약서를 새로 썼고 남은 2년도 우리와 함께하기로 구두협약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익 분배를 두고도 분쟁이 야기됐다. 계약 내용과 수익 분배는 소속사와 소속 연예인의 관계를 규정하는 핵심 사안이라 그 중요성이 크지만 이런 분쟁은 연예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둘러싼 폭로전이었다. 코어콘텐츠미디어가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자 남규리는 미니홈피에 “하늘도 알고 땅도 알거야. 아시죠?”라는 글을 남겼다. 이에 코어콘텐츠미디어는 남규리가 이전 회사와도 전속계약을 위반했다며 ‘소속사 무단이탈 상습범’이라 공격했다. 또한 언론에 ‘남자 친구가 대리인이다’며 사생활 관련 사안까지 공개했다.
그러자 남규리는 미니홈피 다이어리 코너에 장문의 글을 남기며 공격을 재개했다. “타회사는 어디일까? 나를 도와주는 내 남자친구는 누구일까?”라며 소속사가 제기한 의혹을 되물은 남규리는 “악마와 손잡는 게 싫었을 뿐”이라 밝혔다. 또한 “눈물로 호소했을 때 고개만 끄덕이던 표정을 잊을 수 없다”며 코어콘텐츠미디어 김광수 대표와의 마지막 만남까지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마지막 만남에서 남규리가 정도를 넘어서는 이야기를 해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고 한 뒤 헤어졌다”고 밝혔다. 게다가 씨야의 다른 두 멤버인 이보람과 김연지는 기자회견을 통해 “갈수록 많은 상처를 줬고 리더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연락 안 된 지 한참 됐다” 등의 얘기로 남규리에 대한 서운함을 표시했다.
▲ ▲ 가수 아이비. | ||
양측이 화해에 이른 과정에 궁금증이 집중됐지만 코어콘텐츠미디어 측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 갈등을 풀었다”며 “서로 상처를 입었지만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낸 깊은 정이 있는 만큼 서로 상처를 잘 극복해 나갈 수도 있다고 본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을 뿐이다.
가수 아이비의 경우 계약 내용이나 수익 분배 등에서 문제가 불거진 것은 아니다. 아니 실질적인 분쟁도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새 앨범을 녹음하던 중 소속사를 이탈해 개별적으로 새 앨범 녹음 작업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신생 연예기획사인 P 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을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었다. 결국 ‘분쟁설’만 존재했을 뿐인데 당시 원 소속사인 캐비넷 측은 “당분간 컴백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을 뿐 별다른 대응도 하지 않았다. 양측의 전속계약은 기간이 아닌 앨범 수로 정해져 있어 아직 3개의 앨범을 더 내야 한다.
다만 아이비는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역시 개인 미니홈피가 그 장이 됐다. “소속사의 명령으로 대중들 앞에 나서지 못했다”며 활동 중단 이유를 밝힌 뒤 “그동안 소속 문제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마치 내 자신이 노예같이 느껴졌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아이비의 전속계약이 다소 특이하기 때문이다.
애초 아이비는 팬텀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알려져 있었다. 아직도 몇몇 포털사이트에는 아이비의 소속사가 팬텀엔터테인먼트로 기재돼 있다. 그런데 실제론 이도형 팬텀엔터테인먼트 전 회장이 설립한 별도 법인 캐비넷이 아이비의 전속권을 갖고 있다. 다소 특이한 아이비의 전속권 소유 구조는 팬텀엔터테인먼트와 디초콜릿이앤티에프(구 워크원더스) 사이의 주가조작 관련 분쟁에서 쟁점이 되기도 했다. 결국 당시 아이비는 관련 공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세 차례나 법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아이비는 “소속사 대표의 공판으로 인해 법정에 출두해야 하는 상황에서 소속사의 명령에 따라 세 번이나 증인을 거부해 법도 지키지 않는 부도덕한 사람으로 낙인찍힌 것 같아 괴로웠다”고 밝혔다. 제3자의 강요에 의한 법원 증인 출석 거부는 범죄 행위로 볼 수 있는 사안인 터라 아이비의 폭로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