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알면 알수록 대선용 아닌 총선용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20일 청와대에서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을 영접,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최근 반기문 대망론의 배경엔 청와대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 창설 70주년 총회 당시 반 총장과 7번이나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고 지난 전승절 때도 반 총장과 나란히 있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 보여줬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여야 정치인보다 반 총장을 자주 만났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같이 있는 그림을 통해 ‘반기문 카드’를 띄우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이 반기문 카드가 대선보다는 총선용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충청권을 향한 ‘청와대발 사전 포석’이라는 것이다. 충청도에서도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조성해 충청 출신 대통령이 나오려면 여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제껏 충청도에서는 대통령이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대권’에 대한 열망은 크다. 충청권에서 나온 정치인들로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 심대평 전 충남지사,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대선주자에 머무르는데 그치거나 되레 민심에 역행하는 일에 연루되기도 했다.
충청도를 기반으로 자민련을 창당했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50년 가까이 정계를 호령했지만 영원한 2인자로 남았다. 심대평 전 충남지사는 지난 2006년 국민중심당을 창당한 뒤 2008년 이회창 전 총재와 손잡고 자유선진당을 창당해 지역 정당의 명맥을 이어왔으나 지난 19대 총선에서 충남에서만 3석에 그치면서 몰락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거치며 국무총리의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강훈식 동국대 겸임교수(신문방송학)는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는 중도층이다. 중도층은 지역적, 이념적으로 나눌 수가 있는데 지역적으로는 영남과 호남을 제외한 충청권이라 이 충청권을 고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제하며 “김황식,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대권주자로 거론되다가 반짝스타로 끝나버린 전례가 있기 때문에 반 총장이 대권주자로 나가는 것이 그렇게 의미가 있지는 않다. 그러나 현재권력의 측면에서 반 총장이 큰 임팩트를 갖고 있다. 총선 때 충청권에서 여당을 지지해야 충청지역에서 대통령도 나올 수 있다는 기대심리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에 야권에서도 ‘반기문 경계론’이 거론되고 있다. 반응은 다양하다. 한 야권 관계자는 “여당이 반 총장을 총선 공략으로 잘 사용한다면 그것은 새누리당의 몫이다”면서도 “하지만 충청권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여당을 지지할 유권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고 평가절하했다.
야권의 다른 관계자는 “여당에서 반기문 대망론으로 총선 공략을 하는 것 같은데 반 총장 본인이 대선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의지를 갖고 있어 설득력이 없다”며 “야당에서 이에 반응하면 오히려 새누리당의 전략에 무게를 실어주고 여권이 결집하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된다. 일부러라도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