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는 8개월 만에 속전속결…‘닮아도 너무 닮았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국정화 추진 이유다. 1973년 6월 청와대 비서실은 ‘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을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보고서에서는 국정교과서 추진 이유에 대해 “왜곡되고 타율적인 역사관을 시급히 청산하고, 주체적인 민족의식에 투철하고 민족중흥의 의욕에 충만한 후세 국민을 길러내야 한다”며 “민족사관의 통일과 객관화를 기하고 새로운 가치관 확립을 위한 일관성 있는 교육을 위해 국사의 국정화가 필요하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이는 현 정권의 국정화 추진 이유와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 28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통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자라나는 세대가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을 확립하고, 통일시대를 대비하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한 바 있다.
국정교과서를 ‘초스피드’로 밀어붙이는 것도 비슷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정희 정권 당시 국정화 추진은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청와대는 국정교과서 언론 발표 디데이를 ‘1973년 6월 23일’로 잡았다. 당시 문교부(현 교육부)는 이에 발 맞춰 치밀한 계획을 짰다. 디데이 4일 전 교과서 저자 및 발행자 설득 작업에 들어갔으며, 디데이 3일 전 집필자를 위촉했다. 디데이 이후에는 더욱 신속했다. 일주일 만에 ‘교육과정 개정’을 공포했고, 국정교과서 편찬 작업에 들어가 3달여 만에 탈고를 마쳤다. 10월 초에는 4일에 걸쳐 편찬심의회가 열렸고, 원고 수정에는 19일, 윤문 감수 14일, 교정본 확정에는 11일이 걸렸다. 국정교과서가 최종 인쇄, 배본되기까지는 약 8개월 남짓이 소요됐다.
현 정권 역시 기간은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는 새 국정교과서를 2017년 3월 새 학기부터 배포하겠다고 공언했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약 1년이라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집필 기간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결국 현 정권의 국정교과서 추진이 지난 1973년 국정화 추진의 ‘데자뷔’라는 지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