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팀(역사교육지원팀)을 지원한다며 전문가는 달랑 3명뿐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비밀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10월 27일 TF팀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서울 동숭동의 건물에 경찰 병력이 배치되어 있다. 왼쪽은 TF팀 명단.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교육부의 비밀 TF팀 실체는 지난 10월 25일 오후 9시경에 대대적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TF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국립국제교육원 건물을 방문해 교육부 직원들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이후 TF팀 실체에 대해 야당과 교육부의 공방이 이어졌다.
TF팀의 구성은 은밀하고 빨랐던 것으로 파악된다. TF팀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국립국제교육원 관계자는 “지난 10월 1일 교육부로부터 공간을 내 달라는 전화를 받았고, 그 다음날에는 사전 답사, 이후 5일경부터 교육부 직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는 12일에 이뤄졌다. 행정예고를 코앞에 두고 TF팀이 일사불란하게 조직된 셈이다.
기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부 내부 조직은 교과서정책과에 속한 ‘역사교육지원팀’이었다. 역사교육지원팀은 지난 2014년 1월에 조직됐다. 교육부는 “TF팀은 따로 없다. 역사교육지원팀을 지원하는 인력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육부 내부에서 ‘정식 파견 발령’이 없었다는 점, ‘비공개’로 운영됐다는 점 등에서 교육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국정교과서를 최전방에서 이끄는 ‘역사교육지원팀’을 지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TF팀 인력 상당수가 교과서와 전혀 관계없는 인물들로 구성돼 있어 의구심은 더욱 증폭된다. 실제로 <일요신문>이 명단을 입수해 파악한 결과, 역사교과서 정책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전문가는 21명 중 단 ‘3명’(김연석 역사교육지원팀장, 유 아무개 연구관, 정 아무개 연구사)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TF팀에게 역사교육지원팀 지원보다 다른 ‘특수임무’가 주어지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특히 TF팀 단장을 맡고 있는 오석환 충북대 사무국장부터가 역사교과서와 관련이 없다. 행시 36회 출신인 오 단장은 교육부 영어교육정책과장, 정책기획관실 기획담당관, 학교선진화과장, 학교폭력근절추진단장, 학교지원국장, 학생지원국장 등을 두루 거쳤다. 교육부 내부에서 ‘영어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역사교과서에 대한 이력은 찾아볼 수 없다. 단장으로 지목된 배경에 궁금증이 쏠리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오 단장의 ‘업무추진능력’을 이유로 제시하기도 한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오 사무국장이 여러 주요 보직을 거치며 업무능력을 인정받았다. 추진력과 조직 친화력이 좋다”라고 전했다. 역사교과서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TF팀을 전반적으로 이끌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TF팀의 핵심은 오 단장보다는 김연석 장학관으로 파악된다. TF팀에서 10명으로 구성된 ‘기획팀’을 총괄하는 김 장학관은 현 역사교육지원팀장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그동안 국정교과서에 대한 실무 작업을 주도해왔다. 지난 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다양한 시험 문제를 출제하면 채점 시 오류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국가의 정통성, 균형 있는 역사의식 및 시각이 중요하다”고 말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지난 2월 역사교육지원팀장으로 발령된 김 팀장은 지난 10월 국감 당시 새누리당 측에 ‘검정교과서 분석 보고서’를 직접 제출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 팀장의 보고서에는 검인정 교과서 집필자들의 성향과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숫자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팀장의 보고서는 현재까지 새누리당의 국정교과서 논거로 사용되는 중이다.
김 팀장과 보조를 맞추는 인물은 TF팀 기획팀 소속 유 아무개 연구관(현 교과서정책과 역사교육지원팀 소속)이다. 유 연구관은 역사교육지원팀의 ‘초창기’ 멤버다. 교육부 교육과정과와 홍보담당관실을 두루 거쳐 홍보 및 여론 동향 파악에 능숙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교육부의 국정교과서와 관련한 대부분의 보도자료는 김연석 팀장과 유 연구관의 명의로 나가고 있다. 유 연구관과 같은 역사교육지원팀 소속인 정 아무개 연구사 역시 TF팀 기획팀 소속으로 집필진 및 교과용도서 편찬심의회 구성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TF팀 내부에서 실질적으로 역사교과서 전문가는 이 세 명이 끝인 셈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인력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TF팀은 기획팀 10명, 상황관리팀 5명, 홍보팀 5명으로 나뉘어 있다. 기획팀은 앞서 언급한 역사교육지원팀 관계자들 외에 교육과정정책과 소속 2명, 교육과정운영과 소속 1명, 교육부 소속기관 직원(연구사) 2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존에 각각 ‘독도 문제 대책 총괄’, ‘직업 분야 편수’, ‘교과교실제’ 등의 업무를 맡았으며, 소속기관 직원 2명은 별다른 인사 발령 없이 ‘출장’의 형식을 빌려 TF팀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된다. 교문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한 관계자는 “교육부가 얼마나 마음이 급했으면 교육부 내부 직원도 아닌 소속기관 직원까지 끌어오겠느냐”라고 지적했다. 해당 직원들은 TF팀에서 ‘교과서 분석 및 대응논리 개발’, ‘교육과정 운영 사례 파악 및 대응’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그나마 ‘기획팀’의 경우 교육부의 해명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장학관, 연구사 등 교육 관련 연구, 실무자가 대거 포진되어 있어 역사교육지원팀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상황관리팀과 홍보팀을 살펴보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교육부 조직도를 분석해보면, 홍보와 여론 동향파악에 집중하느라 교육부 내부에서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직원들로 성급하게 채운 정황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기 때문이다.
우선 상황관리팀을 총괄하는 문 아무개 서기관은 기존 ‘인적자원개발 업무’를 담당했던 인사다. 대학재정과에서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을 담당했던 장 아무개 사무관은 상황관리팀에서 ‘언론 동향 파악 및 쟁점 발굴’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논란이 됐던 ‘교원, 학부모, 시민단체 동향 파악 및 협력’ 업무를 맡은 상황관리팀 최 아무개 연구관은 기존 교원정책과에서 교원평가제도개선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여론 악화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교육부 장관(사회부총리). 일요신문 DB
무엇보다 ‘청와대와의 교감 의혹’으로 가장 논란이 됐던 TF팀의 ‘BH 일일 점검 회의 지원’ 업무는 상황관리팀 윤 아무개 사무관, 김 아무개 연구사가 맡고 있다. 윤 사무관은 기존 취업창업교육지원과에서 대학생 취업활동지원을 담당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김 연구사는 교육과정정책과에서 과학고 제도발전 및 육성 업무를 담당했었다. 두 사람은 상황관리팀에서 ‘언론 동향 파악 및 쟁점 발굴’, ‘당정 및 국회 협조’ 등의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대학생 취업활동지원 및 과학고 업무를 하다 느닷없이 국정교과서 최전방에서 대관 업무를 맡게 된 셈이다.
홍보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홍보팀 업무를 총괄하는 김 아무개 서기관은 기존 지방교육재정과에서 지방교육재정을 분석, 평가하는 업무를 했었다. 홍보팀에서 ‘홍보물 제작 및 배포’, ‘장차관 등 대외활동 계획 수립 및 추진’ 업무를 맡은 김 아무개 사무관과 김 아무개 주무관은 각각 ‘학교 안전 인프라 구축’, ‘에듀팟 등 교육과정운영’ 업무를 맡고 있었다.
홍보팀에서 ‘온라인 동향 파악 및 쟁점 발굴’, ‘기획기사 언론 섭외, 칼럼자 섭외’, ‘패널 발굴, 관리’를 맡고 있는 김 아무개 사무관과 백 아무개 연구사는 각각 국제교육협력, 방과후 학교 지원 업무 등을 맡고 있었다. 결국 기존의 업무와 전혀 동 떨어진 ‘홍보’ 업무에 치중하게 된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교육부가 비밀TF를 만들어 청와대 보고 및 여론 동향 파악과 특히 ‘홍보논리’를 만드는 데만 열중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교문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은 “국정화 홍보논리를 개발하고 청와대 보고 등 이런 것들을 사전에 조직을 만들어서 했다는 것은 행정절차법상 위반”이라며 “국민의 여론을 호도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홍보논리를 주입하는 이런 조직은 문제가 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 측은 대변인실을 통해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반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밖에서 비춰졌을 땐 문제로 보일지 몰라도 막상 내부에서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추진한 것”이라며 “홍보 업무가 증가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조직에서 차출하는 등 따로 대응한 것이다. TF팀도 아니다. 역사교육지원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일요신문>은 TF팀 핵심 역할을 맡은 김연석 팀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