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어진 한류 기댔다가 ‘미끄덩’
▲ ‘나인스에비뉴’에 위치한 이병헌의 ‘카오리샵(위사진)’과 최지우의 ‘스타일러스’ 매장. 서울 명동에 위치한 권상우의 ‘티어스(아래 사진)’.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지난 5월, 한류 스타 권상우가 서울 명동에 카페 티어스(TEA’US)를 오픈하고 ‘사장님’이 됐다. 오래전부터 카페 운영을 계획해 왔다는 권상우는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이 카페를 오픈했는데 여느 카페처럼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을 다른 업체에서 제공받는 것이 아니라 팬들을 위해 직접 파티셰를 두고 시간별로 다른 종류의 디저트를 소량으로 내놓는 세심한 배려까지 기울이고 있다. 또한 업무적 미팅을 카페에서 하는 등 권상우가 수시로 카페에 오기 때문에 그의 팬들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장소인 것.
하지만 그의 카페는 오픈한 뒤부터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명동역 부근의 좋은 입지조건과 넓은 공간에 비해 고객이 너무 적어 문을 닫기 일보직전이라는 주변 상인들의 말이 계속 나돌았기 때문이다.
<일요신문>이 직접 확인한 결과 초기에 비해 매출은 줄어든 상태다. 카페 오픈 초기 일본 관광객만 하루 1000명 이상 방문하는 등 북적였지만 현재는 몇 백 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그에 따라 월 매출도 2억 원을 훌쩍 넘겼던 것이 최근에는 1억 5000만 원 정도라는 것이 ‘티어스’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주위에 떠도는 소문처럼 적자는 아니다”라며 “좀 더 안정권에 들면 차근차근 부산 등 지역 분점과 아시아권에도 진출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초기에 일었던 권상우 붐은 ‘티어스’ 측에서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단순히 권상우 카페로 알려지기보다는 ‘명동의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로 만들겠다”는 것이 권상우의 목표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의 거품이 빠진 것을 오히려 반갑게 받아들이고 있다.
권상우가 운영하는 카페는 다소 매출이 줄어들었고, 주변 커피숍들에 비해 매상도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인지도만큼은 확실해 기자가 찾아간 날에도 끊임없이 해외팬들이 방문했다. 그러나 최지우와 이병헌의 스타숍이 자리한 구로의 ‘나인스애비뉴’는 그렇지 못했다.
이들의 스타숍은 ‘나인스애비뉴’ 1층에 자리하고 있는데 최지우는 쥬얼리와 구두를, 이병헌은 남녀 모자를 주력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건물 자체에 방문고객이 적은 데다 이들의 매장에는 판매원조차 없었다. 주변 상인들 역시 “일본 관광객들이 아주 가끔 단체로 오긴 하는데 물건을 사는 일은 적다”며 “아무래도 아시아 관광객이 주로 찾는 동대문이나 명동이 아닌 구로역 부근에 위치하다보니 한류팬들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여느 스타숍과 달리 직접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최지우와 이병헌의 스타숍. 특히 이병헌은 자신이 출연하는 드라마 <아이리스> 제작발표회를 ‘나인스애비뉴’에서 개최하기도 했지만 그 효력은 크지 않았다.
대표적인 한류 스타 류시원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동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류시원은 당초 이 건물에 자신의 모터스포츠 사업체와 레이스팀 사무실을 비롯해 한류박물관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는 결국 무산됐다. 류시원 측은 장소가 너무 협소한 탓에 고민 끝에 다음 기회에 더 나은 장소를 찾아 박물관을 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연예관계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한류박물관 안에 들어갈 콘텐츠도 별로 없거니와 굳이 아시아권 관광객들이 한국에 와서 실제 스타가 없는 박물관을 찾을 이유가 없다는 것.
이러한 의견은 한국관광공사 및 국내 여행사 관계자들을 통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측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일본관광객 수는 승무원을 제외하면 총 150만 9935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약 40.3%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수치만으로 본다면 지난해보다 관광객이 월등히 성장한 셈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한류 붐이 일던 초기처럼 한류스타나 한류 관련 명소 및 스타들의 사업체를 보기 위해서 오기보다는 엔화 급등으로 인한 일반 관광객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게 한국관광공사 및 국내 여행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류 드라마 명소나 스타들의 촬영 현장 등 패키지 관광을 통해 한국에 오는 관광객이 많았다”며 “하지만 환율 급등 후부터는 한국의 먹거리, 쉴거리, 그리고 쇼핑을 위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즉, 한류스타에 대한 관심이 아닌 저렴한 가격으로 해외여행을 즐기기 위해 한국을 찾는 셈이다.
이렇듯 한류스타들은 아시아권에 알려진 자신의 인지도에 편승해 다방면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 성과는 그리 좋지 못하다. 이에 대해 한 연예관계자는 “인기가 아무리 높다할지라도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며 “사업은 인기나 인지도로 승부할수록 망한다”라고 말했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