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의 발단은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6년 동아대는 진해시(현 창원시)와 네 번째 캠퍼스인 ‘보배캠퍼스 조성 기본협약서’를 작성했다. 당시 동아대는 총사업비 1777억 원을 들여 창원시 진해구 두동 일대 155만여㎡에 6개 단과대학과 제2 부속병원시설을 갖추고 학생 1만여 명을 수용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 1997년 IMF 경제위기로 보배캠퍼스 인근에서 함께 개발될 예정이었던 농지 200만㎡가 택지개발예정지구에서 제외되면서, 캠퍼스 조성 사업도 덩달아 차질을 빚었다. 이후 10년 간 이 문제로 캠퍼스 조성이 진행되지 않자 “땅만 매입하고 공사는 하지 않는다” “투기를 위한 위장 전입이다” 등의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동아대는 이 같은 의혹과 공사 재개 요구에 “택지지구 개발이 우선”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하지만 지방세법 관련 규정상 이 부지는 취득일로부터 3년 이내에 고유목적 사업에 사용해야 취득세가 면제되는 제약이 있어, 동아학숙은 지난 2002년 당시 진해시로부터 학교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 신청에 대한 인가를 취득해 학교부지조성공사의 초기단계인 ‘토석채취공사’에 착수했다.
앞서의 A 건설사와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 시기다. 이 건설회사 대표이사 김 아무개 씨는 “동아학숙이 보배캠퍼스 조성 공사를 두고 ‘몇 달 내 정식 실시계획 인가가 날 것’이라며 ‘그때 토목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할 것이니 그때까지만 임대차 계약 형식으로 토석채취공사를 함으로써 부지조성공사를 하자’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공사 대금도 주지 않고 있다. 이는 형사법상 명백한 사기”라고 주장했다.
김 씨의 말에 따르면 A 건설사는 지난 2004년 7월 6일 한 건설회사와 동아대 보배캠퍼스 체육대학부지(16만 8430㎡) 조성 공사 중 ‘토석채취 및 토공사’에 관한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토석채취 허가를 받아 보배 캠퍼스 부지조성공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김 씨는 “지난 2009년 4월 20일 동아학숙에 직접 원석 값을 받기 위해 하도급 계약과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명칭만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로 바꿔 동아학숙과 계약을 체결했고, 2010년 6월 23일에는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변경계약까지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당시 동아학숙과 맺은 부동산 임대차 계약은 토목공사 도급계약 체결을 위한 ‘약속’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씨는 “동아학숙과 맺은 임대차 계약은 일반적인 계약과 달리 공사내용이 ‘대학부지조성’을 위한 공사임이 명기돼 있고, 토석채취공사와는 무관한 인허가 등 제반 행정업무를 A 건설사가 처리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계약에 따라 토석매매대금 1차분인 9억 2000만 원, 토목공사를 위한 사후영향평가비 2200만 원, 복구설계용역비 1950만 원을 비롯해, 토목공사를 위한 사전공사까지 3억 8818만여 원에 인근 주민이 제기한 민원 관련 비용까지 직접 부담했다.
이 과정에서 토석채취와 전혀 관련 없는 도로, 배수로 등까지 일부 공사가 진행됐다”며 “이는 동아학숙이 보배캠퍼스 부지 토목공사를 위한 계약을 체결한다고 약속하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약속이 이행되지 않아 회사는 도산 위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런데 동아학숙은 지난 2007년 12월 31일 이후 보배캠퍼스 부지에 대해 토목공사를 위한 실시계획 등 인가를 얻지 못하자, 돌연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 씨는 동아학숙에 그동안 투입한 사전 공사비 등의 지급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씨는 “동아학숙 측은 ‘형식상 소송을 제기, 법원에서 정해주면 돈을 지급하겠다’고 했으나 돌연 말을 바꿔 1심 소송에서 패소했다”며 “항소 이후 재차 항의하자 동아학숙 측이 ‘최소한 지출한 비용을 보상하겠다’고 약속하고 법원에 조정을 신청하라고 요구했지만 다시 지난 6월 ‘조정 의사가 없으며 한 푼도 지급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동아학숙 건설과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A 건설사와는 공사계약을 한 적 없다. 부동산임대차계약만 했다”며 “공사계약을 한 적 없는데 ‘사전공사비’를 지급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A 건설사에 대해서는 동아학숙 소유 임야에서 흙과 돌을 채취할 수 있도록 계약 했다. 이 과정에서 A 건설은 채석 작업을 위해 벌목, 진입도로 등 각종 관리를 해야 하는 이행 조건도 계약에 명시돼 있다. 이는 공사가 아닌 계약 조건대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1심 재판을 앞두고 형식적으로 소송 제기하라고 한 사실도 없다.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니 법원 판결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이 소송의 항소심 선고 기일은 오는 11월 12일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