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타이틀에 ‘절세신공’ 장착
▲ 이병헌(왼쪽)과 배용준 | ||
요즘 가요계 아이돌 열풍을 주도하는 3대 메이저 연예기획사의 대표는 모두 연예인 출신이다. 이수만 박진영 양현석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 이들처럼 연예기획사 CEO로 변신해 사업적인 영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
가장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 있는 이는 배용준이다. 처음 그가 연예기획사 BOF를 설립할 당시에는 ‘나홀로’ 기획사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이나영 박예진 봉태규 이보영 최강희 이지아 등 유명 배우들을 대거 보유한 대형 연예기획사로 성장했으며 한국과 일본에서 레스토랑과 김치 사업 등도 벌이고 있다.
최근 할리우드 진출에도 성공한 이병헌 역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병헌 역시 애초 BH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할 당시에는 ‘나홀로’ 기획사였다. 경리와 홍보마케팅, 국내외 에이전트, 현장 매니저 등 직원 5명으로 시작된 BH엔터테인먼트는 처음 이병헌 한 명만을 위해 설립된 조직이었다. 그렇지만 차츰 회사 규모를 키운 BH엔터테인먼트는 한채영 진구 배수빈 홍아름 등 10여 명의 연예인을 거느린 연예기획사로 성장했다. 장동건 또한 요즘 한창 잘나가는 현빈 신민아 등을 소속 배우로 영입해 에이엔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연예관계자들은 소지섭과 권상우를 주목하고 있다. 전 소속사 BOF와 계약이 만료된 뒤 매니저 없이 활동한 소지섭은 각종 섭외 전화를 “소지섭 씨 매니저 소지섭입니다”라며 직접 받아 연예관계자들 사이에 화제가 되곤 했다. 그런데 그 역시 최근 매니지먼트사 ‘51K’를 설립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소지섭이 배용준이 운영하는 BOF에 소속돼 있으며 회사 운영 전반에 대한 노하우를 쌓는 등 오랜 기간 회사 설립을 준비해 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그가 설립한 연예기획사 51K가 급성장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권상우도 소속사 팬텀 엔터테인먼트와 결별하고 매니지먼트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이미 명동에 대규모 커피전문점을 차리는 등 사업가로서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최근 들어 톱스타들이 대거 연예기획사 CEO로 변신하는 까닭은 아무래도 수익 분배에 있다. 회사를 설립할 경우 운영비와 인건비 등이 들지만 연예기획사에 소속돼 있을 경우 수입을 분배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비용은 들기 마련이다. 이미 톱스타의 반열에 오른 만큼 대형연예기획사의 섭외와 홍보 등의 지원이 필요 없다는 자신감도 한몫하고 있다. 물론 회사를 설립하지 않은 채 개인 매니저만 두고 활동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톱스타들이 연예기획사에서 독립한다는 의미는 곧 개인 매니저만 두고 활동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추세가 회사 설립으로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세금 문제다.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경우보다 회사를 설립할 경우 세금 처리가 용이하다. 기본적으로 회사를 설립하면 각종 경비 처리 항목이 늘어나는 데다 최근 몇 년 새 국가적으로 한류 지원을 위해 연예기획사에 각종 세액 공제 혜택을 많이 제공하면서 절세의 기회도 늘어난 것. 친분을 통한 스타급 연예인 영입이 용이한 데다 한류를 활용한 부가 사업을 벌일 기회도 많아졌다.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전문적인 대형 연예기획사와 달리 한 명의 톱스타가 중심이 될 경우 객관적인 회사 운영 및 연예계 활동이 저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회사가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해당 톱스타의 인기가 추락하게 되는 위험까지 뒤따를 수 있다. 그럼에도 최근 연예계에는 한류 스타를 중심으로 한 나홀로 연예기획사 급증이 하나의 강력한 추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