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물갈이론 소용돌이 “나 지금 떨고 있니”
박지원 의원, 강기정 의원.
반면 호남은 보수정권의 영남과 함께 ‘지역 기득권의 표상’으로 읽히기도 한다. ‘야권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텃밭이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물갈이 대상으로 전락한다. 호남만으로 승리할 수 없다는 ‘호남 물갈이론’이다.
이런 가운데 제1야당은 한때 ‘부산 정권론’을 편 문재인호가 출범했다. 호남의 약한 고리를 가진 당 대표가 제1야당을 이끄는 셈이다. 여기에 천정배 무소속 의원(광주 서구을)을 시작으로, 신당 창당에 나선 박주선 무소속 의원(광주 동구)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 모두 호남 인사다. 호남 분열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가장 이목이 쏠린 인사는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이다. 비주류의 좌장격인 박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천정배 신당 합류가 예정된 유선호 전 의원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3일 장세환 전 의원과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유 전 의원은 박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이들의 외나무다리 승부는 불가피하게 됐다.
강기정 의원(광주 북구갑)의 행보도 관심사다. 2004년 총선에서 호남 물갈이론으로 원내에 진입한 강 의원은 어느덧 호남 물갈이 대상자가 됐다. 한때 강 의원의 수도권 출마설이 떠돈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비교적 지역 기반은 튼튼하지만, 비토 세력도 만만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강 의원의 4선 달성 여부는 본선이 아닌 예선전(공천)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강 의원 측 관계자는 “오는 12월 초 지역으로 내려가서 총선 때까지 누빌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주 남구도 열전을 예고하고 있다. 장병완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남구는 현재 김명진 전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특보가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다. 강운태 전 광주시장의 무소속 출마설도 나온다. 문재인 대표 사퇴론을 주장한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갑)은 최근 입법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조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평가 기준이 ‘입법 발의’ 등에 한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당선된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은 천정배 무소속 의원과 친분이 두텁다는 이유로, 신당행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반대로 얘기하면 지역기반이 약하다는 의미다. 지난 재보선에서 호남 비토를 경험했던 권 의원은 존재감 각인이 공천권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박혜자(광주 서구갑) 임내현(광주 북구을) 의원도 문재인호의 공천 룰에 반기를 들면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고리로 공천권 사수에 나섰다. 바야흐로 호남 생존 경쟁의 시계추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