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감경 없앤다더니 손 놓고 있는 국회

‘조두순 사건 이젠 잊었나’

[일요신문] 지난 2008년 12월 8살 여아를 인근 교회 화장실로 끌고 가 잔인한 방법으로 성폭행했던 조두순이 5년 뒤 출소한다. 조두순은 범행 당시 만취상태였음이 인정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지난 2012년부터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주취범죄 감형금지 법안들을 잇따라 내놨지만 현재까지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조두순의 엄벌을 요구하는 시위 모습. 연합뉴스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012년 7월 대표 발의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개정안에는 “현재 성범죄의 경우 부분적으로 음주감경을 막을 수 있는 규정이 있는데 이를 폭행 등 다른 강력범죄로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 등이 지난 2012년 12월 발의한 성폭력범죄특례법 개정안에는 “성범죄의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감경 제한은 강제규정으로 해야 한다”고 돼있다.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술 먹고 저지른 강력범죄는 아예 2배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음주로 인한 범죄는 본인의 의지로 사전에 충분히 자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형을 감경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반한다”며 모든 강력범죄에 대해 음주감경을 금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 중 대안이 반영됐다는 이유로 폐기된 3건의 법안을 제외하고 7건은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으며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시 정부도 음주감경을 막는 법안에 처음에는 긍정적이었다. 법무부는 지난 2012년 10월 서 의원의 형법개정안에 대해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는 범행을 용이하게 하고 죄의식을 약화시키는 데 이용돼 음주로 인한 형의 감면에 관대한 우리나라 현실상 타당하다”는 의견을 낼 정도로 법 개정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후속 노력에는 뒷짐을 지면서 제도 개선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들 법안들 중 하나만 국회를 통과해도 법원이 음주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형량을 감경해 주는 판결을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4년간 별 진전이 없다 보니 악질범죄에 대한 음주감경 판결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의 법조계 관계자는 “피해자 입장에서 결과는 같은데 술을 먹은 사람과 먹지 않은 사람이 형량이 다르다는 것은 피해자 보호에 미흡한 점이 분명이 있다.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라도 하루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