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병아리 주연보다 ‘국민조연’이 짭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 모두가 어마어마한 출연료를 챙겨가는 것은 아니다. 일부 스타급 MC를 제외한 게스트들은 대개 20만~30만 원 수준의 회당 출연료를 받는다. 그야말로 기름 값도 안 나올 정도의 출연료다. 때문에 일부 아이돌 그룹 가수들은 소속사 정산에서 예능프로그램의 출연료를 아예 회사 몫으로 돌리기도 한다.
이처럼 적은 출연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연예인들이 예능 프로그램 입성을 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인지도 상승과 함께 고정 패널 자리를 꿰차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자연스럽게 고정 패널자리의 러브콜이 들어오게 되고 이때부터는 방송국과 출연료 조율이 가능하게 된다.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해당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도 몇 회 이상 출연 등의 조건으로 계약을 맺게 되는데, 이때부터는 ‘출연료 격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몇 곱절의 출연료를 제시받게 된다. 현재 톱 MC들과 함께 각 방송사 별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고정 출연자들의 출연료는 최하 150만~300만 원 수준. 이들은 공중파 방송3사를 비롯해 각종 케이블 채널에서까지 맹활약하며 톱 MC 부럽지 않은 수입을 자랑하고 있다.
문제는 고정 패널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 일부 예능인들의 생활이다. 20만~30만 원 수준의 출연료를 받을 경우 아무리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해도 사실상의 수입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방송 출연에는 경비가 많이 소요된다. <호기심천국>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개그맨 김경민의 경우 프로그램 폐지 이후 얼마 되지 않는 출연료로 연명하다 전기세를 못내 3개월간 전기가 끊긴 적도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어쩌면 연예계, 그중에서도 예능계임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TV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라디오의 경우 어떨까? 라디오 출연료 역시 DJ와 게스트를 구분할 수 있다. TV에선 고정 패널이 되면 출연료가 급상승하는 것과는 달리 라디오 게스트는 해당 연예인의 인지도와 고정 출연 여하를 막론하고 출연료가 일괄적으로 정해져 있다. 방송사마다 다르지만 대개 1회 출연에 10만 원 안팎의 출연료를 지급받는다. TV 출연료보다는 적은 금액이지만 연예인들은 오히려 라디오 게스트에 더 큰 애착을 느낀다. 그 이유인 즉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진출을 꿈꾸는 연예인들이 라디오를 일종의 사전 연습 무대로 생각하고 마음껏 자신의 끼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TV처럼 편집될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방송도 본인 위주로 진행된다는 점이 강점이다.
그렇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라디오 DJ로서의 신분상승(?)을 꿈꾸는 것. 꾸준한 활동으로 10년이 넘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방송인 K는 비슷한 경력의 또래 연예인들에 비해 유독 라디오 스케줄을 많이 소화하는 편이다. 그는 라디오 게스트 출연을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표현한다. 그가 바라는 꿈은 편안하게 출퇴근하며 목돈을 벌 수 있는 라디오 DJ가 되는 것이다.
인기 DJ들의 경우 라디오 출연으로만 매년 2억여 원의 출연료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철수 강석 김혜영 이문세 조영남 김기덕 이금희 등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정상급 DJ들의 경우 그만큼 출연료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방송가에서 알려진 특A급 DJ들의 일당이 70만 원 수준이다. 그렇지만 인기 시간대가 아니거나 청취율이 낮게 나오는 프로그램의 경우 DJ 출연료도 크게 달라져 월 100만~300만 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가장 많은 출연료가 지급되는 분야는 뭐니 뭐니 해도 드라마다. 수십 명에 달하는 연기자들의 출연료를 합치면 제작비에 맞먹는 금액이 되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출연진을 경력과 인지도에 따라 18등급으로 호봉을 분류해 출연료를 지급한다. 18등급 호봉 제도는 방송국마다 공채 탤런트 제도가 있던 시절에 만들어진 방식으로 여전히 적용되곤 있지만 그 의미는 이미 퇴색한 지 오래다. 평균적으로 볼 때 신인들이 회당 50만 원 주조연급이 호봉에 따라 대략 회당 300만~400만 원, 조연급이 100만 원대. 비록 신인이지만 주연급일 경우 회당 150만 원가량의 출연료를 받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억대 출연료를 받는 연기자들은 이 계약에서 제외된 톱스타들의 경우다. 또한 오랜 경력과 공로가 인정된 중견 연기자들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특히 촬영현장에서 선생님이라 불리는 중견 연기자들의 경우 호봉 제도를 무시하고 개별계약 형태로 출연료가 지급되는 일이 잦아졌는데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연배우들의 몸값에 덩달아 출연료 인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중견 연기자들의 출연료가 회당 100만 원 안팎이었지만 요즘에는 300만 원가량으로 회당출연료가 인상됐다.
조연급으로 출연하는 중견 연기자들의 특성상 일일 드라마와 미니시리즈 등에 겹치기 출연을 자주 하고 있어 어지간한 주연급 배우 못지않은 실로 엄청난 금액을 벌어들이게 된다. 요즘 드라마에 과부 이혼녀 등 결손 가정이 자주 등장하는 까닭 역시 중견 연기자 출연료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그런가하면 중견배우들의 지속적인 출연료 상승으로 프로그램 폐지의 길을 걷게 된 경우도 있다. 장수 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전원일기>가 대표적인 경우로 알려져 있다. 출연진의 대부분이 최고 호봉을 받는 중견 연기자였던 <전원일기>는 톱스타 출연은 거의 없었지만 전체 출연료 수준은 당시 방영되던 전체 드라마 가운데 최상급이었다. 시청률은 나날이 하락하는데 연기자들의 출연료는 높아지는 상황에서 결국 드라마 종영이라는 고육지책을 통해 대한민국 방송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한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