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쓴 ‘성상납 리스트’ 공중분해
▲ 신인 탤런트 장자연의 자살은 소문으로만 떠돌던 연예계의 검은 뒷거래를 확인시켜주었다. | ||
2009년 연예계 역시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형 사건사고가 줄을 이었지만 정확한 마침표를 남기지 못한 채 물음표만 남긴 사안이 부지기수다. 이 가운데 2009년 연예계가 남긴 결정적인 물음표 몇 가지를 되짚어 본다.
2009년 연예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사건은 고 장자연의 자살이다. 막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한 신인 여배우의 자살은 이내 고인이 자살 직전에 어떤 문건을 남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엄청난 쓰나미를 몰고 왔다. 성상납 및 술자리 강요, 폭행 및 폭언, 노예계약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은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로 마무리돼 있다. 한국 연예계의 음지에서 신인 여자 연예인이 겪는 고통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은 접대 받은 유력 인사들의 명단도 실려 있다고 해 ‘장자연 리스트’라 불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문건 대부분은 이미 소각됐고 그 일부만 남아 매스컴에 공개됐다.
고인 사망 당시 일본에 머물고 있던 소속사 김 아무개 대표가 귀국을 미뤄 수사는 결국 중단됐고 김 대표만 귀국하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기대를 모았지만 김 대표 입국 이후에도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결과는 역시나 용두사미. 공개된 문건에 이름이 올라 술자리 접대 강요 관련 수사 대상자가 된 유력 인사 20명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 이유는 증거 부족. 김 대표와 고인에게 문건을 전달받은 유 아무개 대표만 기소됐지만 그 혐의는 폭행 및 명예훼손으로 장자연 리스트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안들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 9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공판에도 기자는 달랑 세 명 참석했을 뿐이다. 사건 초기 수백 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 고인이 왜 그런 문건을 남기고 자살했는지, 또 소각된 문건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았다.
장자연 문건 파문으로 한창 시끄러운 와중에 영화배우 주지훈의 마약 복용 사건이 터졌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연예인이 마약 밀매에 직접 관여한 최초의 사건이기도 하다. 그리 잘 알려진 연예인은 아니지만 영화배우 윤설희가 직접 마약을 밀매해 예학영 등 동료 연예인들에게 판매한 것.
당시 가장 큰 의혹은 어떤 연예인이 추가 기소될지의 여부였다. 경찰은 관련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여러 연예인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았고 그 사실은 곧 매스컴에 알려졌다. 기소가 이뤄지기 전 상황이라 이니셜을 통해 몇몇 연예인이 혐의를 받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기소만 되면 실명이 공개될 스타급 연예인이 여럿이었다. 그렇지만 결국 경찰은 이들을 기소하지 못했다. 투약을 했더라도 시간이 꽤 흘러 이미 체내에 마약 성분이 남아있지 않아 마약 복용 여부 확인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것. 이로 인해 마약을 복용했을 정황은 있지만 증거가 없어 수사 선상을 빠져나간 연예인이 여럿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주지훈 역시 마약 복용 여부 확인 검사 결과 체내에 마약 성분이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 결국 주지훈도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으면 기소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스스로 마약 복용 혐의를 인정한 주지훈은 결국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로 인해 연예계 활동을 중단한 주지훈은 현재 입대를 기다리고 있다.
전지현의 휴대전화 복제 및 도청 사건은 연예인의 사생활을 보호해야 하는 소속사가 오히려 사생활을 감시하려 했다는 데에서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사건은 결국 심부름센터에 의뢰해 전지현의 휴대폰을 복제해 문자메시지 등을 훔쳐 본 소속사 IHQ의 정 아무개 전 고문과 직원 박 아무개 씨 등 두 명이 법원으로부터 각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전속계약 기간 만료 시점에 불거진 사안이라 전지현의 재계약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됐지만 결국 전지현은 자신을 도청한 소속사와 재계약했다. 또한 도청 사건 연루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던 정훈탁 전 대표는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기소되지 않았다.
여전히 의문으로 남은 부분은 왜 무엇을 도청했는가 하는 부분이다. 애초엔 다른 연예기획사로의 이적을 우려해 외부의 접촉을 감시했다고 알려졌지만 재판부는 도청 이유를 전지현에게 남자친구가 있는지를 소속사 측에서 알아보려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전지현의 결혼설이 다시 한 번 세간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도청 사건이 있기 몇 달 전 전지현의 결혼설이 불거졌지만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바 있다. 그런데 도청사건이 알려지면서 소속사 역시 결혼설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아직도 정확한 도청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이후 연예계의 판도 변화까지 불러왔다. 도청사건이 불거지고 몇 달 뒤 정 전 대표는 일신상의 사유로 IHQ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 정 전 대표는 또 다른 대형연예기획사인 디초콜릿이앤티에프(디초콜릿) 주요 주주 가운데 한 명인데 현재 디초콜릿은 IHQ 인수 합병을 검토 중이다.
▲ 고 최진실 묘소 | ||
그렇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고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다행히 CCTV에 범죄 행각이 찍혀 있었지만 유골함 도난 직후에는 고장이 났다. 고장 나기 전에 범행이 이뤄져 CCTV가 제 역할을 다했지만 이로 인해 고인이 안치된 갑산공원은 유골함이 도난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며칠 지난 뒤에야 인지했음이 드러났다. 갑산공원의 관리 부실이 여실히 드러난 것. 게다가 장례식 당시 알려진 것과 달리 고인은 갑산공원에 위치한 교회 묘가 아닌 그 옆 일반 묘에 안장됐다는 사실도 처음 밝혀졌다. 그럼에도 고인의 유골함은 다시 갑산공원에 안치돼 그 이유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유독 90년대부터 활동해온 톱스타들 중 일부가 신비주의 전략을 좋아한다. 게다가 사생활까지 철저히 감추려 하는데 이런 경향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사생활을 가감 없이 폭로하는 요즘 신세대 스타들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사생활 역시 늘 물음표를 물고 다닌다. 장동건 고소영의 열애, 이영애의 결혼, 설경구 송윤아의 결혼 등은 모두 축하받고 공개될 사안이지만 궁금증들이 항상 그들을 따라다니고 있다.
이영애의 경우 남편의 신분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남편이 누군지의 여부는 공개됐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영애 측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영애와 남편 정 아무개 씨의 열애부터 결혼에 이르는 과정도 일부만 공개돼 수많은 추측과 의혹을 낳고 있다.
설경구 송윤아 부부의 경우 열애에 빠진 시점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첫 작품인 <광복절특사> 시절부터 열애가 시작된 것이라면 당시 설경구가 기혼이었다는 부분이 문제가 된다. 그렇지만 이들 부부는 당시에는 친한 동료였을 뿐이라며 열애를 시작한 시점을 두 번째 영화 <사랑을 놓치다> 촬영이 끝난 뒤인 2007년경이라고 밝혔다.
장동건 고소영의 경우 결혼 시점에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 연내 결혼설도 무성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현재는 2010년 초 결혼설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직 진행 중인 사안들의 경우 당연히 물음표 상태일 수밖에 없다. 특히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사안은 동방신기멤버 셋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SM)의 분쟁이다. 이로 인해 동방신기 해체설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 법원 판결 역시 동방신기 3인의 독자 활동이 가능하다는 방향이다. 이에 동방신기 3인은 SM과 다른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아직 막판 합의설이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양측의 골이 워낙 깊어 봉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최근 불거진 이병헌과 전 애인 권미연 씨의 분쟁은 2010년 상반기까지 연예계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방송인 K 씨가 관련된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장 충돌 사건까지 가세되면서 사건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긴커녕 더욱 확산되고 있다. 혼인빙자간음, 명예훼손, 협박, 상습도박 등 관련 사안도 워낙 많은 데다 권 씨 측이 이병헌과 교제 당시 촬영한 사진까지 공개하기 시작해 폭로전으로 치달을 모양새까지 연출되고 있다. 연예계 일각에선 이번 소송에서 권 씨가 승리할 경우 다른 남자 스타와 관련된 유사 소송이 줄을 이을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이리스> 촬영장 심야 폭행사건 왜
'이병헌 스캔들' 배후설이 도화선
▲ 이병헌 | ||
방송인 K가 심야에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 현장을 찾은 계기는 우선 제작자인 정태원 대표와의 전화를 통한 말다툼이었다. 지인들에게 자신이 권 씨의 배후인물로 알려져 있다는 소식을 접한 K는 그 소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아이리스> 제작진이 이 소문과 연관돼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정 대표에게 항의 전화를 한 것이다. 결국 전화 통화에서 언쟁이 오갔고 화가 풀리지 않은 K가 심야에 촬영현장을 찾았다.
그렇다면 K와 권 씨가 어떤 관계이기 때문에 배후라는 소문이 나돈 것일까. 양측의 지인들은 두 사람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K의 지인과 권 씨가 가까운 사이인 터라 한 다리 건너 아는 사이일 뿐이라고. 또한 권 씨가 캐나다에서 오래 살아 국내에 지인이 많지 않은 터라 K와 무척 가까운 사이인 양 알려지면서 배후설까지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K가 일부러 난동을 피우기 위해 심야에 촬영현장을 찾은 것일까. 연예관계자들은 오히려 그 반대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K의 경우 최대한 이번 사안에 이름이 거론되지 않길 원했고 자신이 배후라는 소문을 초기에 진화하기 위해 <아이리스> 촬영장에 항의 방문을 했던 것이다. 심야에 촬영 현장을 찾은 것 역시 자신의 입장을 보다 강하게 나타내기 위해서였는데 폭행사건으로 확대돼버린 것. 이번 사안에서 K는 자신의 이름을 지우려다 오히려 더 강하게 새긴 결과가 됐다. 따라서 폭행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이를 고소할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양측 모두 고소를 하지 않을 경우 경찰 수사 역시 이뤄지지 않아 이대로 사건이 무마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당시 조직폭력배(조폭)가 동원됐다는 증언에 있다. 양측 모두 20여 명의 조폭을 동원했다는 증언부터, 한쪽만 조폭을 동원했다는 주장까지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건장한 사내들이 함께 온 것은 맞지만 조폭인지의 여부는 확실치 않다는 얘기도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