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땐 어쩌지…
그럼에도 유 장관을 바라보는 연예계의 시각은 곱지 않다. 연예인 출신임에도 연예계를 위한 정책이나 배려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게다가 친 기업 성향이 강한 유 장관으로 인해 대기업의 연예계 영향력만 높여 놨다는 평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향한 연예계의 시선이 다소 싸늘하다. 지난 정권 당시부터 가속화된 대기업의 연예계 진출이 이번 정권 들어 더욱 심화됐기 때문이다. 연예인 출신 장관인 만큼 연예계의 권익을 대변해 줄 것이라던 기대감과 달리 권익이 증대된 쪽은 오히려 대기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영화시장 매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잠정 집계한 2009년 영화 매출액은 1조 817억 원으로 이는 지난 2007년 기록한 9954억 원을 뛰어넘은 역대 최고 매출액이다. 매출이 커지면서 투자가 원활해져 제작편수가 2008년 40여 편에서 2009년엔 124편으로 급증했고 2010년 역시 100편 이상이 제작될 예정이다. 다만 영화 흥행으로 인한 수익의 상당부분이 대기업 등의 투자 배급사의 몫이고 영화 제작사들은 더욱 더 투자사들에게 얽매일 수밖에 없다.
영화계의 현실은 사상 최대 매출보다 2008년에 비해 9건이나 늘어난 41건의 영화 스태프 임금체불 수치가 더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에 유 장관은 지난해 12월 “영화인의 임금 수준과 고질적인 임금체불 및 불공정한 계약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지만 영화인들은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영화계에선 오랫동안 수익률 개선을 위해 한국영화 부율(극장과 투자·제작사의 수익 배분 비율) 조정과 극장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해 3월 유 장관과 영화 제작사 대표들의 간담회에서도 부율 조정과 극장 요금 인상에 대한 얘기가 핵심 사안이었다. 그 성과로 몇 달 뒤 극장 요금이 인상됐다. 요금 인상은 2009년 영화시장 매출액이 사상 최고액을 기록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반면 부율 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배급과 극장 체인을 장악한 대기업들이 원한 요금 인상만 이뤄졌을 뿐 일선 영화인들이 요구한 부율 조정은 이뤄지지 않은 것.
교차상영 문제에 대해서도 문화체육관광부는 시장의 편이다. 지난해 11월 영화 <집행자> 제작진은 ‘교차상영 철회 촉구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집행자>의 주연 배우 조재현은 “앞으로 반복되지 않기 위해 작은 방안이라도 마련하고자 나왔다”면서 “유인촌 장관을 만나 현 문제점에 대해 확실히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결국 유 장관은 조재현을 비롯해 영화 <집행자>의 제작자와 감독 등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유 장관은 “영화계의 오랜 관행인 만큼 극장 관계자들과 만나 논의해 보겠다”면서 “영화 제작자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결국 유 장관이 매스컴과의 인터뷰에서 전한 희망의 메시지는 “극장주는 사업가니까 배우 및 제작진과는 입장이 다를 수 있다”며 “법으로 정하거나 정부가 규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이야기였다. 결국 교차상영으로 <집행자>가 흔들리는 동안 대기업이 수입 배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만 대박이 났다.
독립영화계도 유 장관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다. 영진위는 지난해 11월 영진위 사무실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업무 보고를 하면서 ‘영진위 개혁방안’을 밝혔다. 이날 유 장관은 독립영화와 관련해 “영진위가 독립영화인들의 자존심을 잘 살려주면서도 인재들이 잘 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돈도 중요하지만 기술지원, 사람지원, 장소지원 등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날 논의된 내용은 기술, 사람, 장소 지원에 대한 얘기보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돈을 줄이는 방안 위주였다. 우선 영진위는 영화진흥사업 지원액을 70억 원가량 삭감했다. 이처럼 예산이 크게 줄어든 데다 2010년부터는 독립영화 사후지원제도가 도입된다. 독립영화계는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 독립영화계 인사는 “지원금을 미리 받는 사전 제작지원 작품들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아예 제작이 안 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는데 제작비가 있어 먼저 찍고 심사 받을 수 있다면 그건 독립영화가 아니다”며 “지난해 <워낭소리>의 예상치 못한 대박으로 대기업이 투자 배급한 영화의 흥행에 찬물을 끼얹자 두 번 다시 <워낭소리> 같은 영화가 못나오게 하려는 조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 영진위는 지난해 초 매년 5억여 원가량의 예산이 편성됐던 독립영화 홍보 마케팅 지원 사업비도 폐지했다.
당시 유 장관은 “독립영화는 말 그대로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서 만드는 영화라 지원이 필요 없고 그런 건 독립영화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예조 출연료 미지급 사태 하소연
계속 뒷짐지고 계실 겁니까
“주무부서가 노동부이긴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도 연관이 있고 장관이 탤런트 출신인데 너무 무심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동료들이 부당하게 출연료를 못 받고 있는데 뭔가를 좀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거듭되는 출연료 미지급 사태로 인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한예조) 관계자의 이야기다. 한예조는 외주제작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많아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빈번해졌다며 외주제작 드라마 출연을 전면 중단하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고려하고 있다. 결국 출연료 미지급과 이로 인한 출연 거부 등 연예인의 단체 행동에 대한 주무부서가 노동부인 만큼 유 장관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현행 외주제작 시스템이고 이 부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줘야 한다는 것. 출연료 미지급으로 인한 탤런트들의 고통을 잘 아는 유 장관이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유 장관과 함께 작품 활동을 했던 몇몇 중견 배우들은 강한 아쉬움을 피력하고 있다. 심지어 유 장관이 퇴임 후 다시 연예계로 돌아올 의사가 전혀 없다고 보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