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좋아] 레이싱모델 이에스더

스타트 늦었지만 정속주행할거야

요즘 늦깎이 레이싱모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데뷔한 2년차 레이싱모델인데 올해 나이 스물여섯. 20대 초반이 주류를 이루는 레이싱모델 업계에서는 상당히 늦은 나이에 데뷔한 편이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상당한 고정 팬을 확보하며 인기 레이싱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에스더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유치원 교사로 근무하다 지루한 일상을 탈피하려 재미삼아 사진모델을 시작한 것이 2008년, 그리고 2009년 아는 언니 추천으로 레이싱모델이 됐다.

본래 이에스더는 안양예고에서 피아노와 오르간을 전공한 뒤 상명대학교 음대에서 트롬본을 전공한 음악학도였다. 졸업과 동시에 오케스트라에서 트롬본을 연주하며 프로의 세계에 입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유치원을 운영하는 고모의 부탁으로 일을 돕기 시작하며 오케스트라를 그만두고 유치원 교사로 지내왔다.

평범한 유치원 교사이던 그가 레이싱모델로 변신한 데에는 역시 감출 수 없는 끼가 큰 요인이 됐다. 이런 끼로 인해 그는 이미 고교시절 연예계 데뷔의 달콤한 기회를 잡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기회는 너무나 위험했다.
“길거리 캐스팅됐는데 알고 보니 꽤 유명한 연예인이 여럿 소속된 대형 연예기획사였어요. 우연히 길에서 그 회사 대표를 만나고 며칠 뒤 연락이 왔는데 다짜고짜 성형외과로 오라는 거예요. 상당히 유명한 병원이었어요. 거기서 상담을 받고 나자 그 대표가 제게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를 통해 데뷔하면 좋겠다며 나갈 생각이 있으면 밀어주겠다는 얘기까지 했어요.”

믿을 만한 대형 연예기획사 대표에게 직접 발탁됐다는 점, 별도의 비용을 요구하긴커녕 회사에서 성형수술을 시켜주겠다며 병원 상담까지 시켜줬다는 점,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같은 공식 루트를 통해 데뷔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점 등 길거리 캐스팅으로는 최상의 조건들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엄청난 조건이 있었다.

“대신 감독이나 작가 등을 만나서 술자리를 같이 해야 하고 때론 몸도 줘야 하는데 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거예요. 그때 전 고등학생이었거든요. 당연히 싫다고 그랬죠. 또 연예계 데뷔를 꿈꿔온 것도 아니었고.”

이에스더의 기억은 여기까지였다. 당시 그에게 이런 제안을 했던 연예기획사 대표는 연예계에서 이미 성상납, 술자리 강요 등 비정상적인 행태로 회사를 운영하기로 소문난 인물이다. 잘못된 유혹을 멋지게 거부한 그는 음악학도로서 평범하게 고교시절과 대학시절을 보냈다. 이런 그가 스물다섯의 늦은 나이에 레이싱모델로 변신한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해 아는 언니 소개로 경주 슈퍼카 쇼에 레이싱모델로 데뷔했어요. 그때 역시 재미삼아 한번 해본 것인데 거기 가니 정말 멋진 레이싱모델들이 참 많더군요. 내가 참 평범하다는 걸 처음 느꼈어요. 거기서 나도 한번 이런 큰 쇼의 메인 모델이 되고 싶다는 승부욕이 발동했다랄까요?”

여전히 그의 꿈은 교사다. 그래서 레이싱모델로 활동하는 동시에 교육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하나하나 자신의 꿈을 키워가며 재밌게 살고 싶다는 이에스더한테서 진정한 건강미가 느껴졌다.

글=신민섭 기자 [e-mail]
사진=이종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