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제 사과 방식이 맘에 안들죠?
이태임이 tvN
이태임은 이달 초 케이블채널 tvN의 개그프로그램 <SNL코리아>에 출연해 ‘욕설 파문’을 처음으로 꺼냈다. 방송에 복귀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첫 번째 자리로 공개 개그 프로그램을 택한 셈이다. 이태임은 무대에 올라 후배 가수인 예원과 올해 초 한 예능 프로그램 녹화 현장에서 주고받은 욕설 내용과 그 갈등이 빚어진 상황을 패러디해 콩트로 펼쳤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자신의 코너가 끝난 뒤 진행자인 신동엽으로부터 ‘온라인에 올라오는 댓글을 모두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거의 모두 읽는다. 대부분 (나와 예원 중) 누가 더 잘했는지,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지적하는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예원과 자신으로 편이 나뉜 여론의 반응을 언급한 것. 이에 신동엽이 다시 ‘누가 더 잘못했느냐’고 묻자 “내가 언니였으니까 내 잘못”이라면서 “지금도 피해를 입고 있을 예원에게 미안하다”라고 사과를 했다.
이태임의 말처럼 예원은 지금까지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욕설 논란에 휘말린 직후 출연하고 있던 프로그램 참여를 멈췄고 이후에는 가수로도, 방송인으로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연예계에서 전무후무한 여자 스타 두 명의 욕설 파문 여파는 이처럼 컸다. 그런데도 이태임은 예원과의 갈등, 둘이 만들어낸 논란을 개그 소재로 이용했다. 때문에 그가 선택한 해명 방법을 두고 불편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태임의 <SNL코리아> 참여는, 주연을 맡은 16부작 드라마 <유일랍미>가 방송을 시작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출연을 결심한 진정성까지 의심하게 한다. 드라마를 알리고 자신의 출연을 홍보하기 위해 과거 논란을 웃음 소재로 이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욱이 논란으로 얽힌 예원의 현재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통행 해명’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태임처럼 ‘무리수’를 두면 엇박자가 나기 마련이다. 최근 방송 복귀를 시도하다가 좌절된 노홍철이 대표적이다. 그는 방송 재개를 준비하면서 대중에게 정식으로 사과의 뜻을 전하지도, 그동안 어떻게 반성해 왔는지도 밝히지 않은 채 유럽을 여행하는 내용의 MBC 예능 프로그램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출연으로 복귀를 타진했다.
9월 추석 연휴 특집 2부작으로 제작돼 방송된 이 프로그램에서 노홍철은 스스로를 ‘잉여’로, ‘실업자’로 칭했다. 그러면서 돈 한 푼 없이 유럽에서 보낸 몇 주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실제로는 연간 수억 원대의 수입을 챙긴 스타였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과자까지 주워 먹으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 대중의 공감을 얻기 힘든 해명 방식이다.
더욱 문제가 된 부분은 노홍철이 24시간 내내 카메라 앞에 서면서도 자신이 활동을 중단했던 이유인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다만 자신의 현재 상황을 비하하고 운전하는 동료를 바라보면서 “나는 운전을 하지 못한다”고 표현하는 데 그쳤다. 이런 노홍철의 행동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은근슬쩍 과거의 잘못을 넘어가려는 듯한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해명’을 넘어 ‘사과’와 ‘새로운 다짐’을 기대했던 시청자의 바람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제는 그마나 남은 동정론마저 식어가는 분위기다. 노홍철이 야심차게 재기를 노렸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MBC의 가을 개편에서 정규 편성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2부작 추석 특집으로 끝나게 됐다. 대중의 마음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은 노홍철의 엉뚱한 해명 방법은 이처럼 상황을 더욱 꼬이게 했다.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외주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노홍철의 사례를 두고 “시청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그들의 정서까지 미처 예측하지 못한 실수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에는 논란에 휘말린 스타들이 해당 사안에 대해 해명할 때는 아주 구체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 그런 분위기와 비교해보면 노홍철의 방식은 조금은 느슨했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지난 추석 방송된 MBC 파일럿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 출연한 노홍철. 오른쪽은 이경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스마트폰 등을 통해 각종 이슈와 논란이 삽시간에 퍼지고 공유되는 환경에서 스타가 마주해야 하는 대중 심리는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는 분위기다. 때문에 자기 방어적인 해명보다는 문제를 정확히 드러내고 해명하는 정공법이 오히려 설득력을 가진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개그우먼 이경실이 선택하고 있는 방식이 이에 해당된다. 이경실인 남편이 연루된 성추행 논란이 확산되자 사건의 전후 상황을 직접 알렸고 잘못 전해진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 해명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진위나 향방을 떠나 이경실의 선택만 놓고 볼 때 옹호론이 더 많은 이유는, 바로 이런 적극적인 해명에서 시작됐다.
이경실은 10월 중순 사업가 남편인 최 아무개 씨가 성추행 혐의로 피소되자 당시까지만 해도 ‘개그우먼 A 씨’라고 공개됐던 자신의 존재에 대해, 실명을 직접 밝히고 맞섰다. 그러면서 문제가 일어난 당일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첨예한 입장 차가 있는 사건임을 강조했다. 대중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해명을 더한 이경실의 선택은 일방적인 방향으로 쏠렸던 여론을 되돌린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 남편 최 씨와 고소인 사이에서 재판이 이뤄지는 상황인 만큼 그 과정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은 이유는, 이경실이 선택한 적극적인 해명 방법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