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충청 ‘백제연합’ 서울 진격 GO!
▲ 한화갑 대표(왼쪽)와 심대평 충남 지사. | ||
지난 1997년 대선 당시의 얘기가 아니다. 요즘 일이다. 막연한 추측성이나 심심풀이성 말장난이 아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측과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측이 똘똘 뭉치고 있다. 민주당과 중부권신당 세력인 국민중심당(가칭) 창당 세력을 통해서다.
이에 호남과 충청권을 기반으로 했던 두 사람이 1997년 DJP연합을 이룬 데 이어, 한화갑 대표(민주당)와 심대평 충남지사(국민중심당·가칭)를 대리인으로 하는 이른바 ‘백제연합’이 수면 위로 완전히 부상할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DJ와 JP가 ‘백제연합’에 직접적인 또는 심정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정황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JP는 직접 나서 거의 노골적이다시피 국민중심당 창당에 힘을 보태고 있고, DJ는 인척인 윤흥렬 전 <스포츠서울> 사장을 통해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의 관계를 ‘긴밀’하게 하기 위한 메시지를 은밀히 전하고 있다.
#장면 하나 한화갑 대표와 심대평 충남지사가 지난 10월18일 저녁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만나 의기투합했다. 국민중심당 창당에 관여하고 있는 정진석 의원과 최근 열린우리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신중식 의원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인물 한 명이 합석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윤흥렬 <스포츠서울> 전 사장이 그 주인공. 그는 DJ의 장남 김홍일 의원의 처남이다. DJ가 대선에서 패배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지난 1993년 영국에 거주했을 때 DJ에게 직접 정계복귀의 논리와 당위성을 설파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만큼 DJ의 신임이 두텁다.
윤 전 사장은 다른 자리에서 당시 자리에 합석했던 이유에 대해 “한 대표와는 ‘형 동생’ 하는 사이고, 심 지사와도 안면이 있어 참석했다”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DJ의 메시지를 전했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윤 전 사장은 실제로 “두 분 모두 합리주의자들이라 양측이 협력하면 정치적으로 좋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백제연합’의 앞날을 밝게 내다봤다.
정진석 의원은 회동 후 “양측이 협력에 공감을 표시했기 때문에 그것(양측의 연합)이 현재진행형에 돌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정치 경제 외교 남북관계 등 여러 분야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두 분 말씀에 전혀 간극을 찾아볼 수 없어서 생각이 같은 분들이라고 느꼈다”며 “크게 보면 합리적 실용주의가 대안이라는 것에 크게 공감했다”고 했다.
#장면 둘 지난 10월25일 JP는 심대평 충남지사, 신국환 정진석 류근찬 의원 등과의 만찬에서 “(신당 창당을) 돕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4일 자민련과 심대평 충남지사의 국민중심당이 통합에 전격 합의했다.
이틀 뒤인 지난 6일 일요일 JP는 심대평 지사와 서울 인근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겼다. 정진석 의원과 조부영 전 국회 부의장이 함께했다. JP는 최근 정치인들과 라운딩을 즐기지 않고 사실상 칩거상태에 있었다. 그러나 이들 국민중심당 창당 주역들이 라운딩에 초대하자 두말 안하고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 지난 9월12일 심대평 충남지사(왼쪽)와 고건 전 총리가 한 행사장에서 만나 함께 웃고 있다. | ||
◆신 DJP 연합은 양당 전력(戰力)의 90%
요즘 이 두 당 관계자들은 모이기만 하면 앞으로의 정치 시나리오를 화제로 삼는다.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이 연대해 ‘백제(서부)연합군’을 형성한다는 게 이들이 구상하는 정계 개편이나 정치 시나리오의 출발점이다.
정진석 의원은 “국민중심당은 충청권을, 민주당은 호남을 장악한 뒤 서울 수도권으로 올라오면 결정적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인다. 민주당의 한 의원도 “내년 지방선거 이후 과거 ‘DJP 연합’의 확대 방식으로 재편이 있을 것이고 대통령 후보도 양측이 함께 낼 것”이라고 했다. 양측 내부에선 이미 합당·연합공천 얘기까지 오가고 있다고 한다.
결국 문제는 DJ와 JP의 의중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백제연합이든 서부연합이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 DJP 연대’ 성사 여부에 90%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윤흥렬 전 사장이 양당 수뇌부의 모임에 참석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윤 전 사장은 최근에도 한화갑 민주당 대표, 심대평 충남지사와 자주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면서 일종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과정에서 양당 수뇌부가 DJ로부터 모종의 긍정적인 암시를 받았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화갑 대표는 최근 “심 지사와 만나 반목과 대립의 극단을 달리고 있는 정치권에 새로운 정치적 패러다임을 도입하자고 합의했다”고 밝힌 일이 있다. 국민중심당의 공동 창당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국환 의원은 나아가 민주당과의 당 대 당 통합 논의도 가능하다는 입장까지 밝힌 바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이 없는 한 이 같은 ‘통 큰’ 발언은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풀이다.
◆나머지 10%는 고건의 역할?
‘신 DJP 연합’이 ‘백제연합’의 90%라면 나머지 10%는 고건 전 총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 전 총리의 영입이 실현된다면 백제연합은 충청권과 호남권은 물론, 수도권에 막강한 세력을 뻗칠 수단을 확보하게 된다. 즉 ‘GO(고건)! DJP’가 되는 셈이다.
고 전 총리는 아직은 이들에게 분명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내년 5월 지방선거 후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나선다 해도 서부연합에 몸을 싣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있다.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말이 나오고 ‘고건 독자 신당’설까지 돌고 있다. 이에 따라 최후엔 DJP 쪽에서 고 전 총리의 동참을 권고하는 중요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고 전 총리의 동참 여부를 속단하긴 어렵지만 내년 지방선거 연합공천을 포함하는 ‘3자 연대’가 현실화될 경우 열린우리당 대 한나라당 양강 체제가 근본부터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진다. 물론 대선구도에도 커다란 지형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허소향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