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직후 김남일의 인기를 등에 업은 전남은 쾌재를 불렀지만 팀 성적엔 별 보탬이 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올스타전 모습. | ||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이 실제 경기력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김남일 신드롬을 일으키며 홈•원정을 가릴 것 없이 만원사례를 기록했지만, 정작 전력상으로는 김남일의 덕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있는 것.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던 김남일은 8월11일 홈경기에 처음 출장했다가 25일 안양 원정경기에서 안드레와 시비 끝에 퇴장 당하는 바람에 3경기 만에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이후 9월14일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가 지금까지 출전한 4경기에서 전남은 공교롭게도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반면, 퇴장과 부상으로 잠정 휴업에 들어갔던 5경기에서 전남은 2승1무1패를 기록하며 기록상으로는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남일이 출전하는 경기에서 꽉 찬 관중석을 보며 미소짓던 구단 관계자들도 그라운드로 눈길을 돌려서는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고.
현재 선두를 질주중인 성남은 10개 구단 중 투입 대비 산출이 가장 높은 팀이다. 기록으로만 따지자면 대표팀에 이름을 올려놓을 선수 한 명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평범해 보이는 팀인 것이 사실. 하지만 축구는 11명이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 없이도 대회 2연패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성남이 이름을 못올려놓고 있는 리스트는 대표팀 명단 외에도 하나 더 있다. 바로 부상자 명단이다. 다른 팀들과 달리 부상자 명단에서도 좀처럼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워 지난해에 이어 주전 멤버가 거의 고정적이다. ‘되는 집안’은 이래저래 잘 풀리는 모양이다.
한편, 99년 정규리그에서 2위에 오른 이후 3년째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부산은 이번 대회에서 원정경기에서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원정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김호곤 감독으로서는 속이 시꺼멓게 탈 지경이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몇 번 놓치다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게 사실”이라면서 “원정경기에서는 이제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한다”는 말로 최근 무승부 행진에 대한 심정을 대신했다.
울산에 비하면 그래도 부산은 다행인지도 모른다. 울산은 부산과는 반대로 홈에서는 단 1승밖에 낚지 못하며 울상을 짓고 있다. 이천수, 박진섭 등 신예 스타들의 활약이 두드러져 홈관중들에게 팬 서비스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됨에도 불구하고 안방에서 죽을 쑤는 성적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지난 아디다스컵 때도 울산은 홈경기에서는 1승4패, 원정경기에서는 5승1무로 극심한 ‘원정 편식증’을 보인 바 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