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1, 2차에 걸친 도핑테스트와 진갑용이 복용했다는 약품의 검사로까지 이어졌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발언 번복과 도덕적 불감증 때문에 숱한 미스터리만을 남게 했다. 파문은 이제 종착역에 도착한 듯 보이지만 그동안 제기되었던 의혹은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풀린 게 없다. 진갑용 약물 파동에 따른 의혹을 파헤쳐 본다.
이제 프로야구에도 미스터리만 전담해서 해결하는 ‘의문사건진상위원회’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진갑용은 약물 파동의 진상을 확인하고자 하는 주변의 노력에 굳게 다문 입으로 응수, 결국 이번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장본인이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건이 터진 이후 진갑용의 말 바꾸기를 보면 신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성적 제일주의를 추구하는 프로의 생리상 구단 차원에서 쉬쉬하며 사건의 확대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던 흔적들도 여기저기서 확인되고 있다. 사실 프로에서 도핑테스트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져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선수들이 양심선언을 하지 않는 이상 약물복용이 공개되기는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는 약물복용이 인정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윤리적으로는 분명 재고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진갑용 약물 파동에 대한 의혹들이다.
<<의혹1- 도핑조작은 자작극?>>
시간이 흐를수록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맨 처음 진갑용은 같은 대학 후배로 포지션이 겹치는 김상훈(기아)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군 면제를 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도핑테스트용 소변에 일부러 약물을 넣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야구협회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의뢰를 받아 이번 도핑 테스트를 주도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명수 박사는 “신체에서 빠져나온 약물과 주사기로 시료에 약물을 넣었을 때의 물질과 수치가 완전히 다르다”면서 진갑용의 주장을 일축했다.
<<의혹2- KBO-삼성의 합작?>>
진갑용은 도핑 조작이 사실이 아니라며 하룻만에 뱉었던 말을 주워담았다. 애초 주장대로라면 자신의 약물복용설은 적극 부인하면서 후배를 아끼는 맘 넓은 선배라는 명분까지 내세울 수 있었을텐데 왜 갑자기 말을 바꿨을까? 야구계 일각에서는 KBO와 삼성 구단의 합작품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사건의 확대를 원치 않은 KBO가 ‘도핑조작 징계, 약물복용 무죄’라는 방침을 구단에 먼저 흘렸고 구단은 진갑용을 설득해 팀 전력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도록 회유했다는 것. 사실 삼성 구단은 포수 자리에 마땅한 백업 요원이 없다 보니 진갑용이 대표팀으로 선발되는 것 자체를 노골적으로 꺼려했다.
<<의혹3 - J한의사의 역할은?>>
진갑용이 도핑 조작을 털어놓는 자리에는 한의사 J씨가 동행했다. J씨는 삼성의 열렬한 팬으로 평소 삼성 선수들과도 두터운 친분을 바탕으로 진갑용 외에도 여러 선수에게 한약을 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J씨가 이번 약물 파동에 직간접적으로 관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J씨는 진갑용이 도핑조작을 발표할 때, 이 사실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며 약물복용에 대해서는 적극 부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여론이 심상치 않자 J씨는 도핑 조작은 농담이었다며 태도를 바꾸고는 일체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있다. 도핑 조작에 쓰인 테스토스테론은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확보할 수 있는 치료제이기 때문에 J씨가 어떻게 구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또한 한약에도 약물을 충분히 넣을 수가 있어 진갑용이 공개하지 않은 약품에 J씨의 한약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의혹4 - 2차 테스트의 비밀>>
도핑 조작을 하지 않았다는 진갑용의 말이 사실이라면 약물 복용을 가장 확실하게 뒷받침해주는 증거다. 문제가 되고 있는 테스토스테론의 일반 남성의 수치는 1 미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의무분과에서는 이 수치가 6 내외면 약물복용을 의심하며 10 이상이면 약물복용으로 단정짓는다.
1차 도핑테스트(8월21일 결과 통보)에서 진갑용의 수치는 6 정도였지만 2차(8월26일 테스트 및 결과 통보)에서는 0.4로 일반인의 수치와 차이가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해 KIST의 김명수 박사는 “2, 3일만 약물복용을 중단하면 정상 수치로 돌아온다”면서 “대사질환에 장애가 없는 선수가 이렇게 2차에서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은 약물 복용의 단적인 증거”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남용 스포츠 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