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승준, 아니 스티브 유가 다시 화제의 인물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달 21일 유승준은 미국 시민권자인 유승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비자 발급 거부를 취소해 달라”며 사증발급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습니다. 대한민국 입국을 위해 LA총영사관에 비자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하자 이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그는 재외동포 자격으로 비자 발급을 신청했는데 거부당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다시 여론이 들끓자 유승준 측은 보도 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럼 유승준의 보도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방송 화면 캡쳐
1. 유승준과 가족들은 너무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 왔습니다.
유승준은 1997. 4. 1. 데뷔 후 5년 동안 활발한 활동과 선행으로 많은 사랑을 받던 인기가수였으나, 2002. 2. 1. 입국이 거부된 후, 현재까지 13년 반이 넘도록 고국 땅을 밟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유승준은 지난 9월 재외동포로서 비자발급을 신청했으나 또 다시 거부되었습니다. 그 이유도 고지 받지 못했습니다. 이는 행정청이 앞으로도 평생 동안 유승준의 입국을 금지시키겠다는 의사로 볼 수밖에 없어서, 유승준으로서는 부득이 사법절차를 통하여 그 부당성을 다투게 되었습니다.
우선 인권의 측면에서 검토해볼 만한 부분입니다. 그가 인기 가수였음에도 13년 반이 넘도록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못하는 까닭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병역의 의무를 거부했으며 그 과정 역시 다소 고의적이며 악의적으로 보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가 재외동포로서 비자발급을 받는 것까지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상황은 분명 재고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국내에 거주 중인 가족과 친지, 그리고 지인들을 만나는 등 개인적인 용무를 보기 위한 입국은 이제 허용해도 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가진 국민들도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유승준의 귀국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이미 그가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입장을 밝혔을 당시부터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2. 유승준에 대한 비난 중 허위사실에 근거한 부분은 반드시 본인에게 해명할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지난 13년 동안 유승준에 대해서 미국 시민권 취득을 둘러싼 병역기피 의혹과 관련된 많은 비난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들의 상당히 많은 부분은 잘못된 사실관계에 근거한 것이고, 지금도 인터넷 등을 통해서 일방적인 비판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무심코 던진 허위사실들이 대중들에게는 진실로 인식되었고 따라서 일방적인 매도와 비난들은 당연시되어 왔습니다. 이로 인하여 유승준은 직업도 명예도 젊음도 모든 것을 잃었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 해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가슴이 짓이겨지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유승준은 이번 행정소송을 통해서라도 그러한 허위주장과 비난들이 잘못되었음을 밝히고자 합니다.
이 부분에선 의문이 많이 남습니다. 병역기피 의혹과 관련된 많은 비난 가운데 상당히 많은 부분이 잘못된 사실관계를 근거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해명의 기회는 충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최근 유승준은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해명할 부분은 해명하고 사과할 부분은 사과한 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승준 측은 여전히 ‘잘못된 사실관계’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제대로 해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가슴이 짓이겨지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과연 제대로 해명할 기회가 반드시 대한민국에 입국해야 주어진다고 생각하는 까닭이 무엇인지가 궁금합니다. 행여 지금도 대한민국에는 유승준을 잊지 못하는 팬들이 상당수이며 그가 입국해 직접 유승준을 보면 다시 열광하며 그에게 해명의 기회를 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일까요?
또한 유승준은 직업도 명예도 젊음도 모든 것을 잃었으며 그 이유가 ‘잘못된 사실관계에 근거한 비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유승준의 입국을 반대하는 국민들은 그가 직업도 명예도 젊음도 모든 것을 잃은 까닭을 병역기피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스스로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기 때문이죠. 더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대한민국 연예계를 대표하는 스타’였던 그의 직업과 명예도 사라진 것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해명을 위해 행정소송을 한다는 주장도 어패가 있어 보입니다. 이 논리에 따르면 행정소송에서 승소해 재외동포 비자가 발급된다면 그것으로 허위 주장과 비난들이 잘못되었음이 밝혀지는 것일까요? 과연 어떤 부분이 허위 주장과 비난인지부터 명확히 밝히는 게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그럴 기회는 충분했다고 보이지만 여전히 밝혀야 하는 사실관계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공개적으로 밝히길 바랍니다. 이번처럼 보도 자료를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일 터이고 저번처럼 인터넷 생방송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방송 화면 캡쳐
3. 유승준과 가족들에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이라도 회복할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유승준과 그 가족들은 지난 13년여 동안 가혹한 비난과 조롱을 감내하면서 너무도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유승준은 태어나서 중학교까지 살았던 고국 땅을 밟지도 못하고 외국을 전전하면서 고국의 소중함과 그리움을 절절히 느끼게 되었고,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아이들과 함께 고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도 갖게 되었습니다. 유승준과 가족들은 한국에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자신의 명예를 최소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이라도 회복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서 유승준은 미국 시민권 취득과 관련하여 일부 잘못 알려진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서는 진정으로 용서를 구할 생각입니다.
유승준은 태어나서 중학교까지 살았던 고국의 소중함과 그리움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얘기는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던 때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누구에게나 지난날에 대한 후회는 있기 마련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고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런 측면에서 유승준의 귀국은 인권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검토해 볼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그 다음 대목입니다. 유승준이 대한민국 입국을 이런 개인적인 취지가 아닌 자신의 명예를 최소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이라도 회복하기 위해서라면 반대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화제와 이슈를 양산한 인터넷 생방송만으로는 부족해 ‘미국 시민권 취득과 관련하여 일부 잘못 알려진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서는 진정으로 용서를 구할 생각’으로 입국하려 하는 것이라면 이는 매우 적절치 않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이런 거창한 이유를 거론할 때마다 병무청과 법무부도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행여 유승준의 입국을 허용해주면 그것이 마치 ‘그의 명예와 존엄성을 회복해주고 잘못 알려진 사실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게 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 유승준을 향했던 대중의 비난이 엉뚱하게 병무청과 법무부로 향할 수도 있습니다.
4.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초한 정당한 비판을 받고 싶습니다.
소송을 통해서 유승준과 가족들이 오로지 원하는 것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소명하고 이에 대한 엄정한 비판을 받는 것입니다. 유승준과 가족들은 최소한의 해명의 기회조차 봉쇄당하고 일방적인 매도 속에서 13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이제는 한국 땅에서 직접 용서를 구하고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초한 정당한 비판을 달게 받고자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행정소송은 재외동포로서 비자 발급을 신청하는 내용에 관한 것일 뿐입니다. 왜 여기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소명하고 이에 대한 엄정한 비판을 받는 것’이라는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또한 ‘사실관계에 기초한 정당한 비판을 달게 받고자 한다’는 표현에선 다소 분노감까지 듭니다. 유승준이 얼마나 대단한 사실관계를 숨겨 놓고 있는 지 잘 모르겠지만 이 표현에 따르면 지금껏 유승준을 비판한 이들은 모두 잘못된 사실관계에 기초한 부정당한 비판을 해온 것이 됩니다. 게다가 이런 표현은 대중을 사실관계도 모르고 부정당한 비판만 해온 사람들로 비하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습니다. 과연 유승준은 대한민국 국민을 비하하기 위해 이런 표현을 쓴 것일까요. 물론 그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의혹을 살 만한 표현을 쓴 까닭이 무엇인지, 기자는 그 부분이 몹시 궁금합니다.
유승준 웨이보
대한민국 역사상 외국 시민권 취득을 병역 기피로 단정하고 나아가 영구히 입국금지를 시킨 사례는 유승준의 경우가 유일합니다. 관계 행정기관이 주장하는 공익은 지난 13년 반 이상의 입국금지를 통해 이미 충분히 달성되었고, 철없는 20대 청년이었던 유승준은 이제 4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대중의 평가를 통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받을 수 있음에도, 13년을 넘어 평생 동안 입국을 금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인권 침해입니다.
유승준은 본 소송을 통해 그 동안의 사실관계와 주장들의 부당함을 다툴 예정이며 이에 대한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 따를 것입니다. 앞으로 소송이 진행되는 만큼 소송 당사자로서 오로지 법정에서만 의견을 밝힐 예정이며,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이에 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할 예정이니 이 점 널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결론 부분은 한 문장씩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대한민국 역사상 외국 시민권 취득을 병역 기피로 단정하고 나아가 영구히 입국금지를 시킨 사례는 유승준의 경우가 유일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청년이라 불리며 온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스타가 갑자기 국적을 포기하는 사례도 이만큼이나 매우 드문 편입니다.
또 “관계 행정기관이 주장하는 공익은 지난 13년 반 이상의 입국금지를 통해 이미 충분히 달성되었고”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3년 반 이상의 입국금지를 통해 공익이 충분히 달성됐다는 것은 어떤 기준에 따른 것일까요. 그 누가 어떻게 이런 모호하고 어려운 부분을 이들은 정확히 측정해서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는지 궁금합니다.
소송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하고 법정에서만 의견을 밝히겠다는 얘기도 어패가 있습니다.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서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잘못된 사실관계를 법정에서는 명확히 밝힐 수 있다는 뜻일까요? 인터넷 생방송을 본 대중은 잘못된 사실관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여겨 법원에서만 의견을 밝히겠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표현입니다. 이는 앞서 ‘대중을 사실관계도 모르고 부정당한 비판만 해온 사람들로 비하한 것처럼 해석할 수 있는 부분’과 맞물리기도 합니다. 또한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이라는 문구도 눈에 거슬립니다. 이렇게 되면 ‘부정당한 비판을 하는 대중’과 ‘현명한 판단을 하는 사법부’가 묘한 대비를 이루게 됩니다.
기자의 결론은 유승준의 의도가 잘못됐다기 보다는 보도 자료가 잘못 작성됐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승준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기보다는 오해의 여지가 상당한 글이 보도 자료로 대중에게 전달된 것이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 역시 글쓰기에 대해 말할 만큼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글쓰기의 한 가지 법칙을 하나 얘기하려 합니다. 글은 쓰는 사람이 얘기하고자 하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부분은 글을 읽는 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입니다. 그런데 이번 유승준의 보도 자료는 너무나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을 뿐 이 글을 읽는 대중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글이란 담고 있는 내용만큼이나 그 사이 사이에 담겨 있는 의미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행간의 의미’라는 표현이 존재하는 것이죠. 유승준의 이번 보도 자료는 행간의 의미에 너무나 위험할 만큼 커다란 오해의 여지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기자도 이처럼 이번 보도 자료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