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종료를 앞두고 어떤 스태미나식으로 몸을 챙긴 선수가 강한 ‘뒷심’을 발휘할지 지켜보는 것도 프로야구를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원정 경기로 자주 이동해야 하는 프로야구 선수들로서는 체력적인 부담이 상상을 초월한다.
▲ 진필중 | ||
더군다나 일주일에 딱 하루만 쉬고 연속 경기에 출장하다보니 아무리 좋은 실력을 갖췄다고 해도 체력이 뒷받침되어주지 못하면 제풀에 꺾이기 마련이다. 시즌 초반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던 선수가 무더위에 죽을 쑤는 경우도 있고 여름 사나이라는 별명으로 시즌 중반을 넘기면서 주목받는 선수가 생겨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강심장은 진필중과 안경현(이상 두산). 진필중은 몸에 좋다는 단서가 붙으면 뱀처럼 아무리 징그러운 음식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간단하게 처리하는 여유를 보인다.
비위 약한 선수들로부터는 엽기라는 핀잔을 받기도 하는데 정말 엽기적인 것은 자라 피를 즐겨 마신다는 사실. 그런데 아무리 큰 자라라 해도 한 마리에서 한 컵 분량 정도밖에 나오지 않아 아직 두 번 정도밖에 먹어보지 못했다고 항변한다.
진필중의 또 다른 보신 메뉴로 지네주(酒)가 눈길을 끈다. 지네를 술에 담아 먹는 것인데 허리에 특별히 효험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진필중은 홍삼 정도로 자제(?)하고 있다. 너무 약효가 강한 음식을 먹다보니 다른 선수들에게는 도움이 될 음식이 자신에게는 효과가 없는 기현상이 벌어지기 때문.
현역 선수 가운데 체력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안경현도 보양식만큼은 타석에서의 집중력만큼 강한 애착을 보인다. 개로 만드는 요리는 찜이 되었건 탕이 되었건 사양하는 법이 없다. 또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즐겨 먹는 장어도 단골메뉴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구이와 같은 요리가 아니라 즙을 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먹는다는 것. 여기에 아내가 특별히 제조한 음료수가 동료들 사이에서 대단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홍삼가루와 마를 섞고 꿀을 타 오전, 오후 두 번에 걸쳐 먹는데 천연음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좋다는 후문.
▲ 안경현 | ||
특히 한화 구단은 지난해부터 다른 구단과는 달리 보약이 아닌 홍삼을 선수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개소주 또한 선수들이 외면하기 어려운 체력 도우미. 그중에서도 박종호(현대)와 김민재(SK)가 남다른 애착(?)을 보이며 꾸준히 이용중이다.
박종호는 개소주를 피로회복에 좋다는 포도즙과 함께 마신다는 점이 색다르며 김민재의 경우는 불자이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동계훈련 기간에만 이용하며 시즌이 시작되면 일체 손대지 않는다는 것이 이채롭다.
보양식이 대세를 이룬 가운데 체력 유지를 평상시의 식생활에서 찾는 선수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지인들의 소개로 스태미나와 관련된 음식을 먹고는 있지만 그들이 내세우는 공통된 의견은 ‘평소에 잘 먹는 게 최고’라는 것.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의 경우에는 주변에서 보양식 협찬이 밀려들지만 이것저것 먹기보다는 홍삼과 장어를 기본으로 하고 갈비와 회 등에서 영양을 고루 섭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박정태(롯데)와 김동주(두산)는 타고난 체력과 식성으로 계절이 바뀔 때, 일반적인 보약 외에는 특이한 보양식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대표적인 선수들.
평소 식단에서 식초를 많이 넣은 야채 등으로 입맛을 돋우는 것으로 보양식 이상의 효과를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평범한 메뉴에서 강철 체력의 비밀을 밝히는 선수들도 있다.
정수근(두산)은 도가니탕에서, 심정수(현대)는 계란 흰자와 닭가슴살이 보양식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전국구 스타 이종범(기아)처럼 입이 짧아 보양식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아마도 진정한 보양식은 박재홍(현대)이 소개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저를 위해 정성껏 만든 음식을 먹을 때만큼 힘이 나는 경우는 없던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