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구단과 에이전트와의 유착설을 주장한 최윤 겸 전 부천SK 감독.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최 전 감독이 기자들에게 설명한 X파일의 내용은 구단의 외국인 선수 기용과 관련해서 특정한 에이전트와의 유착설이 주된 시나리오. <일요신문>에선 최 전 감독의 주장과 부천구단측의 입장, 그리고 유착설의 중심에 있는 에이전트 C씨의 의견을 모두 들어봤다. 최 전 감독은 우선 선수선발과 기용에 대해 자신과 구단의 의견이 상반됐고 특히 외국인 선수 영입은 자신을 배제한 채 자주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최 전 감독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선수는 올시즌 터키에서 데려온 선수들.
그중 대표적인 선수가 터키1부리그 겐슈라빌리지에서 영입한 무스타파(27)로 이적료 30만달러에 연봉 20만달러를 지불했다. 무스타파 입단 당시 구단에선 1백만달러짜리 선수를 30만달러에 데려왔다고 말했다. 무스타파는 이전 소속팀 겐슈라빌리지에서 맹활약했으나 포지션이 중복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한국행을 선택했다고. 그러나 최 전 감독은 “무스타파를 2군경기에서 처음 테스트했는데 기대만큼 실력이 좋지 않았다. 또 당시 부상이 많아 메디컬 체크를 꼼꼼히 하던 중에 갑자기 구단으로부터 영입을 결정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최 전 감독은 자신이 이제까지 추천한 외국인 선수들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에이전트회사인 H사에서 데려온 3명만 영입됐다고 말했다. 덧붙여서 이번에 감독으로 취임한 트르판 감독도 H사에서 담당한 일이라며 구단과 에이전트와의 유착 관계를 의심했다. 이에 대해 강성길 부천SK 단장은 “축구선진국에서는 외국인 선수 선발에 대해 감독이 개입하지 않는다. 구단이 돈을 지불하고 선수를 영입하는데 감독의 결정이 절대적일 수 없다”며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강 단장은 또 “무스타파 영입 당시 선수등록시한에 쫓겨 급하게 일처리를 하다보니 감독에게 통보하는 시기를 놓친 것일 뿐 고의는 아니었다”고 밝히고 “그러나 분명히 감독과 코칭 스태프도 무스타파의 실력에 동의했다”며 최 전 감독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편 무스타파를 터키에서 데려온 H스포츠사의 대표 C씨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며 유착설을 일축했다. C씨는 또 “예전에 우리 회사가 겐슈라빌리지에 큰 수익을 내게 도와 준 적이 있기 때문에 무스타파 같은 좋은 선수를 싸게 데려왔다”면서 “부천 구단에 터키 선수들을 연달아 소개해준 것은 20만달러를 주고 사들인 다보가 팀의 주전역할을 톡톡히 해내 구단과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C씨는 최 전 감독의 터키 연수를 위해 구단의 요청을 받고 좋은 조건으로 알아보는 중이었고 이번 연수야말로 지도자의 경쟁력을 기르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구단측은 외국인 선수 선발과 기용에 잡음이 인 것은 감독이 구단의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강 단장은 “감독에게 일부 고참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지만 귀기울이지 않았다”며 “회사에선 돈을 지불하고 선수를 사오는데 그만큼 효용이 없으면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전 감독은 “실력 없는 선수를 기용해 성적이 떨어지면 감독 책임이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실력 없는 선수를 쓸 수 있겠냐”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초 부천구단은 일부 선수와 코칭 스태프도 교체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며칠 뒤 코칭 스태프 교체는 없었던 일로, 선수 교체는 새로 내정된 트르판 감독한테 위임하기로 했다. 부천팀의 주장 김기동 선수는 “감독이 팀을 맡은 지 얼마 안됐고 지난해 힘든 시기를 같이 보낸 뒤 막 정상궤도를 향해 나가고 있는 때에 이렇듯 갑작스런 구단의 처사는 옳지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단과 에이전트간의 유착설은 구단측 주장대로 커뮤니케이션 부재로 비롯된 해프닝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구단과 감독의 불신이 낳은 프로축구의 한 단면이라는 데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